문학의 뜨락
아름다운 회혼
따스한 햇살이 온 누리에 화사하게 내려앉은 어느 날 꽃잎처럼 날아 든 초대장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해로한 부부가 결혼한지 60년째에 올리는 회혼례의 초대였다. 결혼 후 특정한 주년마다 부부 사랑의 튼실함을 축하하는 날로 그간 은혼식과 금혼식은 더러 듣고 보아왔으나 회혼례는 그 단어도 낯설거니와 참례는 처음이라 설레는 만큼 기대가 실렸다.
할아버지 연세 84세요 할머니 연세 82세로 두 분 모두 정정하고 고운 모습에서 그들의 생활철학과 지혜로운 삶을 엿보이는 듯 했다. 자손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가족들과 오순도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그분들의 온화한 표정에서 감지되기도 했다.
요즈음은 평균수명이 늘어 부부로 60년을 함께한 이들이 더러 있을 것이지만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이혼율 또한 높아 가는 추세이니 회혼 맞기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또 결혼 60주년이 됐다 해도 이혼한 자녀나 이 세상을 떠난 자손이 없어야 하는, 즉 결손 가정이 아니어야 회혼례를 올릴 수 있다 하니 초대된 그 자리가 여간 복되고 영광된 자리가 아니었다.
회혼례장 입구엔 그 날의 주인공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성장한 자손인 4남 3녀 내외가 활처럼 늘어서서 축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빨강치마 흰 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은 여인네들 7명에 정장한 남정네가 7명이다. 욱적북적거림이 장하고 흥 겨워 보였다.
한 솥 밥을 먹고 자랐으나 자손들이 한국과 호주에 흩어져 살다 거의40여년 만에 한자리에 다 모였다고 한다. 해로 언약을 하고 그 결실로 4남3녀의 자녀와 손자녀 17명 그리고 증손자녀 8명을 두었다.
인생살이가 항상 맑고 갠 하늘처럼 좋기만 했었을 것인가. 인고의 삶 속에 결혼 60평생 긴긴 세월을 동고동락 했고 아직도 건재하시니 이구동성 감탄이며 부러운 눈초리다. 두 분이 장로와 권사님으로 봉사하고 계시는 교회 여신도들이 한복을 곱게 갖춰 입고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감사예배에 앞서 주인공들의 입장에선 할아버지가 앞서고 할머니가 뒤따르신다. 두 손을 꼭 붙잡아드리고 나란히 입장 하도록 하니 무척 쑥스러워 해 장내는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부부 관계를 노래한 민요가 떠오른다.
신란 신부 열살 줄은 뭣 모르고 살고
신랑 신부 스므살 줄은 서로 좋아서 살고
신랑 신부 서른 살 줄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삐 살고
신랑 신부 마흔살 줄기는 서로 버리지 못해 살고
신랑 신부 쉰살 줄기는 서로 가엾어 살고
신랑 신부 예순살 줄기는 살아준 것이 고마워서 살고
신랑 신부 일흔살 줄기는 등 긁어줄 사람 있어 산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 증가와 도시화, 핵 가족화 되면서 홀로된 노인 문제가 급등하고 있는 현실이다. 배려심이 부족하고 자기 위주의 가치관으로 치닫다 보니 이혼율이 급증한다. 가족이 흩어지고 파괴되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부부해로의 참 행복과 기쁨이 거룩함으로 승화되어 마음에 살폿이 다가온다.
전면에는 족두리와 사모관대를 쓴 결혼식 사진이 들어있고 뒷면에는 현재 두 분의 모습을 담은, 감사예배 식순 지의 식순에 의해 감사예배를 드렸다.
<전지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로 저희 가정이 오늘 같은 복된 날을 맞이한 것을 감사드리며 이 자리를 더욱 더 뜻 있게 만들어 주신 여러 어르신과 친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희 부모님이 더욱 건강하고 평안한 삶을 유지하시도록 감히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자손 일동 올림의 인사말이다. 과실수가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사 계절의 순환이 필요하며 참고 기다려야 열매는 맺는다는 진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최옥자(글무늬문학사람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