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병신[丙申]년, 원숭이 해의 이야기(2)
지난주에 음력과 양력의 기본 개념과 calendar의 역사와 새해가 음력에서는 새해를 육갑 [六甲]에 의한 문자와 이를 근거로 만세력이니 책력이니 하는 동양의 전통적인 calendar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한바 있다. 띠[生肖, 선사오]에 관한 기록은 중국의 동한[東漢, BC 25-200]시대 것이 가장 오래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쥐, 소, 호랑이, 토기,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 12가지 동물을 누가? 왜? 선정하였는지에 관한 문헌은 찾지 못한 것 같다. 다만 이야기 거리의 설화만 떠돌아 다닐 뿐이다. fiction이긴 하지만 띠와 관련된 동물의 설화는 많다. 옛날이야기라는 것이 호랑이 담배 피고 까막 까치 말하는 것을 전제하는 fiction라 허무 맹랑하지만 해석을 잘 하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무 하지 않은 것이며, 개국설화[開國說話]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이 등장하고 동화에는 동물을 등장시키지 않는 것과 같은 인류 문화의 소산이다. 고금을 통해 동물을 제쳐 놓고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겠는가? 먼 옛날부터 “띠”와 관련된 설화는 널리 많이 펴져 있었고, 그 내용이 fiction으로 팽개치기에는 넓고 깊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띠와 관련된 설화를 동화로 각색하기도 하고 창작된 동화 등으로 12띠 이야기는 중요하게 인용되고 있다. 많은 종류의 설화와 동화 중에 반려동물 중 쥐가 첫 번째로 12지[支]의 첫 번째인 자[子]를 차지한 이유와 “고양이 띠”가 빠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쥐에게 속은 고양이”
아주 먼 옛날 신[神]이 동물들에게 ‘설날 아침에 제일 먼저 세배를 온 순서대로 12번째 동물까지는 그 순서에 따라 각각 1년 임기의 동물의 대장으로 해 주겠다’고 하였다. 동물들은, 자기들이 제일 먼저 가겠다고 설날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신에게 가는 날짜를 잊어 버려, 쥐에게 물어보았으나 약삭빠른 쥐가 고양이에게 그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가 있나. 경쟁자 하나를 따돌릴 수 있는 기회인데. 일부러 하루 늦은 다음 날을 가르쳐 주며 고양이에게 사기를 쳤지. 약속한 설날. 우직한 소는 ‘걷는 것이 느리기 때문에, 먼저 출발해야지’하고 밤 중에 준비를 하여 컴컴한 새벽에 출발했겠다. 외양간의 천정에서 이것을 보고 있던 쥐는 아무도 모르게 소의 등에 뛰어 올라탔다.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소가 신[神]의 집에 거의 다다랐고, 신의 집의 대문이 열리자마자 소의 등짝에서 팔짝 뛰어 내려와 의기 양양 빠른 걸음으로 신 앞에 가서 일등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소는 2번, 그리고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의 순서로 도착하여 12지가 되었다. 하루 늦게 서야 신 앞에 간 고양이는 이미 12자리의 임자가 결정이 된 것을 알고 사기꾼 쥐를 미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2동물의 발가락 수
음양오행속의 동물을 그들의 발가락 수를 통해 12간지의 순서를 배치하였다고 하는 설[說]이 있다. 세상의 많은 동물 중 한 몸에 손가락 수와 다른 발가락 수를 갖고 있는 동물은 쥐밖에 없다고 한다. 쥐의 앞발의 발가락은 4개로 음[陰]의 수이고 뒷발의 발가락은 5개로 양[陽]의 수이기 때문에 음과 양이 변하는 순간 즉, 하루의 시간이 교차되는 시간에 가장 합당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날[日]이 바뀌는 시간대인 자[子]시를 생각해서 쥐를 첫 번째로 배치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다음에 음양이 순서대로 오도록 동물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쥐, 다음이 소(4), 호랑이(5), 토끼(4), 용(5), 뱀(0), 말(7), 양(4), 원숭이(5), 닭(4), 개(5), 돼지(4)의 순이다. 이 순서는 발가락의 숫자가 홀수와 짝수로 서로 교차하여 배열됐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12지는 시간신[神]과 방위신[神]의 역할을 함으로써 그 시간과 그 방향에서 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는 수호신[守護神]으로 삼았다. 이러한 12지 신상(神像)은 경주의 괘릉이나 김유신 묘에 호위석으로도 등장하고 있다. 이 12지 신상은 땅의 열두 방위에 맞추어 배열돼 있는데, 각기 열두 동물의 얼굴에 몸은 사람으로 나타난다. 신라 원성왕(725-798)의 능으로 추정되는 이 왕릉은 본래 이곳에 있던 작은 연못에 왕의 유해를 수면상으로 걸어 안장하였다고 하는 속설에 따라 괘릉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띠 동물의 색깔
십 이지상(十二支)에 대한 사상은 기록상으로 한족(漢族)에게서 발생하였음이 일반화된 견해다. 처음엔 십이지가 별의 모양을 모방하였고 또 시간적인 관념에 의하여 12개월의 부호로 쓰였으나, 그 후 방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면서 십이지를 지상의 방위에 배당했다. 십간과 십이지를 배합해 60갑자가 합성된 것은 지난 약 2천년 전 일이다. 십이지를 다시 자(子)를 쥐, 축(丑)을 소, 인(寅)을 호랑이 등 동물로 상징화시킨 것은 중국 후한[後漢] 때의 사상가인 왕충[王充, BC27~100?]의 논형(論衡)이라는 문헌에서 처음으로 비롯됐다고 한다. 그 후 오행가(五行家)들이 십간과 십이지에다 金, 木, 水, 火, 土의 오행[五行]을 붙이고, 상생상극의 방법 등을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배열하여 인생의 운명은 물론 세상의 안위까지 점치는 법을 만들어 냈다. 이때 10[干]에다 오행[五行]을 색깔에 따라 청색(갑, 을), 적색(병, 정), 황색(무, 기), 백색(경, 신), 흑색(임, 계)로 나누고, 각 해의 주기에 따라 흑룡, 백호 등으로 불리게 했으며 이것이 오늘날 까지 백말띠니, 백호랑이띠니 하며 색깔까지 곁들여 운명에 대해서 이렇쿵 저렇쿵 떠들게 만들은 것이다. 금년 2016년은 위에서 열거 한바와 같이 순서대로 12지[支]의 병[丙]이 10간[干]의 신[申]과 만난 병신[丙申]년이 된 것이며, 12지[支]의 ‘신[申]’은 원숭이고, 10간[干]의 ‘병[丙]’의 색 이, 적색[赤色]이기 때문에 “붉은 원숭이 해”라고 하는 것이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등장하는 시바(Siva)와 비시누(Visinu) 신도 열두 가지 괴이한 형상으로 묘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열두 짐승이 종교철학의 깊은 영역까지 아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띠는 인간의 일생을, 변화하는 기(氣)의 성질에 맞춰 펼쳐 놓은 것이고 더 나아가 기(氣)의 실체를 신(神)으로 승화시켜서 불교적 해석의 12지상이나 힌두교의 12가지 신의 형상으로 표현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열두 짐승을 한 줄에 꿰어 놓으면 인간의 속성을 발견할 수 있거니와 생로병사의 윤회법칙 내지 천지(天地)의 이치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12지는 한국인에겐 매우 친숙한 존재다. 하지만 보통 동아시아권 공통의 문화로 여겨지는 12지 동물들은 각 민족이나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도 사실이다. 인도에선 호랑이 대신 사자가, 닭 대신 금시조(용을 먹고 산다는 상상의 새·가루라·가루다)가 12지에 포함된다. 베트남에선 고양이와 금시조가 12지 상징동물로 들어간다. 고대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에선 목우(牧牛), 산양, 사자, 나귀, 게, 뱀, 개, 고양이, 악어, 홍학, 원숭이, 매가 12지를 이뤘다. 띠동물에 대한 의미와 상징도 세대를 거듭해 전승되어 오는 동안 우리 민족에게 어떤 특수한 의미로 자리잡게 되었다.
자연생태계에서 얻은 삶의 지혜
그리고 그 띠동물을 통해서 한해의 운수, 아이들의 성격과 운명, 궁합을 통한 결혼생활을 예측하고자 했다. 예컨대, 양은 온화하고 순하여 그 해에는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을 받지 않는다거나, 잔나비띠는 원숭이처럼 재주가 많다느니 하는 식의 속설이 그것이다. 또한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으며, 닭해에 태어난 사람은 마치 닭이 무엇을 파헤쳐야 먹을 것이 나타나듯이 돈을 써야 돈을 번다든가, 소띠가 5, 6월 오전 중에 태어나면 평생 일복이 많고, 범띠 사내 아이가 동지섣달 밤에 태어나면 바람기가 심하다는 등의 얘기도 전한다. 궁합을 볼 때에도 신랑과 신부의 띠만 가지고 삼합(三合)이니, 원진(元嗔)이니를 가려 연분의 좋고 나쁨을 따진다. 삼합(三合)이란, 십이지지(十二地支)의 짐승 중 해묘미(亥卯未), 인오술(寅午戌), 사유축(巳酉丑), 신자진(申子辰)의 세 짐승끼리 빛이 도는 원리의 방향으로써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합(合)의 전체적인 의미는 생명의 빛(光)에 의하여 순리적으로 함께 따라간다는 것이다. 사주(四柱)상에서 삼합(三合)이 서로 만날 때 서로 돕고 좋은 성격이 드러나고 나쁜 성격이 눌러지며 하나의 노력으로 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의 만남이 된다는 것이다. 즉, 합(合)이 들면 운명(運命)이 대체로 순탄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며 성취가 잘된다고 해석 하는 것이다. 이와 정반대로 원진(怨嗔)은 쉽게 말해 서로에 대한 훼방작용(毁謗 作用)을 의미하며 +(陽)와 -(陰)의 극(極)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다. 즉, 십이지지(十二地支)에서 원진이 되는 동물끼리 만나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방해를 하게 되는 것이며, 서로에게 치명적인 좋지 않은 작용을 하게 되어 원한(怨恨)을 사게 되므로 원진살(怨嗔殺)이 끼었다고 하는 것이다. 쥐(子)는 양(未)의 배설물을 가장 싫어한다. 양(未)의 배설물이 몸에 조금만 묻어도 몸이 썩어 들어가며 털이 다 빠져 버려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쥐(子) 본래의 좋은 성품(性品)보다는 나쁜 성질이 더 두드러지게 되어서 성격상으로 의지력이 약해지고 까닭 없이 아프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사주에서 나쁘다고 하는 단정[斷定]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해소 방안을 제시한다. 인간이 태어날 때 선택의 자유가 없는데 팔자가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라면 할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병신년의 어감이나 붉은 색이 한국사람 정서에는 친화적이지 않지만 천간에서 말하는 적색은 밑에서 크게 일어나는 불길[火]과 같아 모든 것을 태우는 강력한 양의 기운을 가졌으며, 강하게 뻗어 가는 기운과 열정을 상징하므로 기피할 것도 싫어할 일도 아니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병신[丙申]년, 원숭이 해의 이야기(2)](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원숭이-2016.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