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3)
성은 비경제적 생식 수단
성이 생식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성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유성 생식은 생식의 측면에서 볼 때 무성 생식보다 훨씬 불리하기 때문이다. 생물은 가급적이면 많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무성 생식은 이러한 유기체의 본능을 충실히 실행에 옮기지만 유성 생식은 그렇지 못하다. 박테리아는 유전자를 모두 후손에 고스란히 넘겨주지만 유성 생식하는 생물은 양쪽 어버이로부터 각각 50%씩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따름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감수 분열에 의하여 양친 유전자의 절반은 내버리게 된다. 또한 유성 생식은 성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테면 생식 세포를 만들고, 암수의 배우자를 찾아야 하며,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의 시간을 조정하고, 실제로 교미 행위를 해야 한다. 에너지와 시간의 낭비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무성 생식하는 박테리아는 배우자를 찾거나 수정하는 수고를 겪지 않고서도 짧은 시간에 기하 급수적으로 자손을 번식시킨다. 요컨대 성은 생식을 위해서 반드시 좋은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현명한 유기체라면 성을 자식 낳는 방법으로 선택할 까닭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공적으로 진화된 고등 생물일수록 유성 생식에 의하여 종족을 번식 시키고 있다. 유성 생식이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두 세포가 하나가 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세로질이 배가 되니 영양분도 두 배가 필요하게 되지만 두 핵의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때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잇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생식에 효율적인 방법이 못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성이 생식의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생물학이 풀지 못한 최대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진화는 목적이 없다
동물의 감수 분열적인 성은 약 10억년 전 원생대에 진화된 것으로 유추된다. 반쪽이 된 두 세포가 서로 결합하여 온전한 한 개가 되는 과정이 생식을 할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유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생물 학자인 린 마굴리스의 독특한 이론이 나와 있을 따름이다. 마굴리스 여사에 따르면, 이러한 감수 분열은 고대 생물에게 생존의 위협이 되었던 기아에서 야기 되었다고 본다. 기아에 직면한 원생 생물들은 같은 종을 잡아먹게 되었다. 잡아먹힌 세포가 완전히 소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포식 세포가 먹이 세포의 것까지 합쳐서 두조의 유전 물질을 소유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동료 세포를 잡아먹어서 염색체의 수가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세포는 비정상 적이므로 정상의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세포가 다시 분열할 때 자손들에게 양친이 가진 염색체의 절반을 넘겨주게 되었다. 이것이 감수 분열이 생식 과정에 나타나게 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물의 감수 분열이 동족을 살해한 원죄에서 출발하였다는 끔찍한 설명이다. 감수 분열이라는 분열 방식이 생물 번식에 끼어들면서 효율적은 아니지만 조상과는 사뭇 다른 후손을 출현 시키게 된 것이다. 세포 분열 때마다 돌연변이[mutant]가 나타나고 동족간에서 이루어 질 수 없는 유전자 교환이 일어났으며 원핵 생물은 세로안의 DNA를 지켜주는 핵막이 따로 없기 때문에 진핵 생물보다 DNA의 이동이 자유스럽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쉽게 나타나게 된다. 소위 슈퍼 박테리아나 유행성 감기 병원체인 바이러스가 신형으로 변형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성이 나타난 근거에 관해서 확정된 이론은 없지만 감수 분열과 유전자 재조합이 결국 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은 한 개체가 다른 개체와 유전자를, 또는 DNA를 섞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성이 곧 번식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 한 바와 같이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의 목적은 무엇인가? 진화의 결과물 처럼 성도 그 목적은 없다는 것이다. 진화의 과정이 그렇기 때문이다. 가령 돌연 변이를 통해 어느 생물에게 빛을 느끼는 안점[眼點]이 생겼다고 가정해 본다. 어떤 생물은 그 안점을 이용해서 눈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눈이 먹이를 찾기 위해서 생긴걸까? 아니면 눈이 적으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 생긴 걸까? 아니다. 안점을 이용해서 먹이를 찾는데 유리 해지고 적으로 부터 도망치는데 유리해지더라는 것이다. 예기하지 않았던 결과물이 생물 종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도 마찬가지이다. 긴 진화 과정을 거쳐 성이 생겼다. 성은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나쁜 돌연 변이를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성을 가진 생물들이 살아남았고 그 결과가 이제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진화는 목적이 없다.
집신 벌레
집신 벌레라는 원생 동물이 있다. 이름 그대로 집신짝 처럼 생겼다. 모양이나 생활 패턴이 특이하기 때문에 생물 교과서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한다. 집신 벌레는 유기물이 많지 않은 연못이나 호수에서 식물의 줄기, 잎, 썩은 잎 등을 물과 함께 뜨면 채집 할 수 있으며 삼안 현미경이라는 특수 카메라로 관찰할 수 있다. 최근에 각급 학교의 첨단 과학 기자재가 공급되면서 초등학교 6학년 정도에서 학습하는 원생 동물이다. 교과서에 게재된 집신 벌레의 사진은 절단된 평면도로 내부 기관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집신 벌레의 입체적 모양은 털북성이 실내화 같다. 집신 벌레는 기본적으로 이분법의 무성 생식으로 번식을 한다. 단순한 이분법의 번식이 불멸자로서 삶을 살아 갈 것 같지만 몇 번의 분열 후 활력[vitality]을 잃고 짝을 찾게 된다. 짝을 찾아 감수 분열[減數分裂 Meiosis-염색체가 반으로 감소하는 분열]을 한 후에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개체가 된다. 유전적으로 이전의 집신벌레와 하등의 차이가 없지만 이렇게 감수분열과 재조합과정을 거친 집신벌레는 신생아처럼 활력이 넘치는 상태가 된다. 완벽한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다대수의 원생물들은 이렇게 무성 생식과 유성 생식을 교대하면서 그들의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집신 벌레와 같은 단세포 생물이 아닌 다세포 생물들은 그와 같은 방식의 부활을 할 수 없다. 그들은 접합이라는 방법 대신 생식 세포를 만들고 생식 세포에서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이루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은 새로운 개체가 되어 부활하게 된다.
반수체[半數體]와 배수체[倍數體]의 삶
여기서 반수체[半數體]와 배수체[倍數體]의 삶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알기 쉽게 사람의 예로 들자면 사람의 모든 몸세포의 염색체 수는 정상적인 경우 남녀모두 46개며 똑 같은 염색체가 쌍으로 붙어 있어서 23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2n 혹은 배수체라고 하는데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염색체가 반으로 쪼개지게 되며 그래서 염색체 수가 23개가 된다. 이를 반수체 또는 n라고 하는 것이다. 반수체인 정자와 난자는 수정될 때까지 엄연한 생명체로서 생존해 있는 것이다. 포유류 등 고등동물의 경우 이들 생식 세포를 생산하는 기관에서 대기 상태로 생존해 있지만 하등 생물의 경우 상당 기간을 독립적으로 생존해 간다. 전호[前號]에서 언급한 “클래미도모나스”라는 녹조류는 대부분의 활동 시기가 반수체[n]다. 시기가 엄혹해져 모여서 견뎌야 할 때만 배수체[n]가 된다. 진화의 과정을 보면 일생의 주도적 이었던 국면을 반수체로 보내고 다시 새로운 반수체가 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배수체가 되었던 것이 성[性-sex]의 첫 모습일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배수체가 반수체에 반기를 들고 자신이 개체 일생의 주도적 국면을 휘어잡기 위해 투쟁하는 긴 진화의 과정이 이어져 온 것이다. 생물 시간에 세대 교번[世代交番]을 공부한 것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세대 교번의 예[例]로 선태류[우산이끼, 솔이끼]와 양치류[고사리]를 들게 된다. 선태류의 생활사를 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이끼의 몸체는 배우체[n] 즉 세포 안에 염색체가 한 벌만 들어 있는 반수체[n]다. 이런 이끼류는 시골집의 축축한 담장 밑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의 장정기와 장란기라는 생식 기관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들게 되며 때가 되면 장정기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헤엄을 쳐 장란기로 가서 난자와 수정을 한다. 수정란이 성숙해서 포자체[2n]가 되는데 포자체로서의 삶은 대단히 짧고 크기도 매우 작다. 포자체[2n]의 주 임무는 반수체[n] 세포인 포자를 만드는 것뿐이다. 그런데 양치류의 세대교번과는 크게 다르게 진화한 것이 고사리 같은 양치 식물이다. 양치류의 반수체는 전엽체[n]라고 하는 것인데 전문가가 아니고는 관찰할 수가 없다. 고사리는 장정기와 장란기에 만들어진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거쳐 발아하여 생장한 것이 우리기 볼 수 있는 고사리다. 제한된 지면에 설명을 길게 이어갈 수 없지만 세대 교번하는 양치류보다 진화한 식물이 겉씨 식물이고 겉씨 식물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식물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속씨 식물이다.
성[性-sex]시스템 구축
동물도 식물과 크게 다르지 않게 유사한 진화 과정을 거쳐 인간이 소유한 성[性-sex]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척추 동물의 생식 시스템을 살펴보자. 물속에서 기원이 된 동물들이 육지로 올라오기 위해서 많은 세월과 변화를 겼었다. 물속에 적응하며 살게 된 물고기들은 물의 환경에 맞게 진화하였다. 생식방법도 육상 동물과는 전혀 다른 체외 수정이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알들 위로 정자를 뿌린다. 서로간의 성행위라고는 할 수 없는 상대방을 확인하는 정도의 접촉이 있을 뿐, 실질적인 교미는 없는 셈이다. 물속에서는 정자가 헤엄을 쳐서 난자에 도달할 수 있지만 육지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물과 육지의 양쪽 환경에서 살아가는 양서류는 생식 방법을 어류의 패턴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번식기가 양서류는 물 있는 곳을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개구리가 번식기에 수컷이 암컷위에 올라 탄 것이 보이지만 교미하는 것은 아니며 암컷의 살란을 자극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 생식 패턴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이 척추 동물의 체내 수정이다. 체외 수정에서 체내 수정으로 진화하기까지 수천만년이 걸렸을 것이다. 어류나 양서류는 체외 수정을 하고 파충류와 조류에 와서 체내 수정으로 진화하게 된다, 포유류도 체내수정을 하지만 체내수정을 하는 파충류와 조류와 크게 다른 것은, 산란을 해서 부화를 거쳐 새끼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수정란을 체내에서 부화[?]시켜 거의 완성 단계의 자손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진화 하였다는 것이다. 발생 진화 과정이 다른 전구동물[前口動物-수정란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소화기관이 만들어 질때 함입(陷入)이 시작되는 부문이 입이 되는 동물-곤충류 등이며 척추동물은 함입부의 반대쪽에 입이 생겨 후구동물(後口動物)이라함]도 체내 수정을 하기 때문에 교미를 하고 산란을 해서 번식시킨다. 육지에 본격적으로 적응한 육상 동물은 삽입에 의한 체내 수정으로 짝짓기를 한다. 암컷의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난자에 접근할 수 있게 진화 한 것이다. 양서류 처럼 정자가 헤엄칠 물이 있는 곳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수정의 안정성은 확보 되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만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암컷은 정자를 받아들이고 수정할 장소도 마련되어야 하며 수컷은 정자를 주입시킬 생식기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체내 수정을 위한 이런 비용은 물을 떠나 살 수 있다는 이점에 비하면 대단히 약소한 것이였기에 체내 수정의 전략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체외 수정에서 발생되는 여러가지 위험 요인이나 에너지 낭비 등의 불합리 시스템은 해결 되었지만 계속적으로 개선과 발전의 욕구를 충족시킨 것은 아니다. 진화의 종점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체내 수정을 위해서 선택된 배우자가 있어야 되는데 만족할 만한 배우자를 만난다는게 간단치가 않다. 체내 수정이라는 획기적인 생식법이 도입되면서 암컷과 수컷이 확연하게 나뉘어진다. 암컷과 수컷을 정확하게 나누는 기준은 생식 세포의 크기다. 아주 작은 크기의 생식 세포[정자]를 만드는 쪽은 수컷이고 수정된 후 하나의 개체로 발생할 때 필요한 여러가지 영양분과 세포 기관 등을 갖춘 큰 크기의 생식 세포[난자]를 만드는 쪽이 암컷이다. 이와 반대로 크기가 작은 생식세포는 한 벌의 염색체와 난자까지 이동시킬 운동수단, 그리고 그에 필요한 에너지와 난막을 뚫을 효소 등 필수 불가결한 것만 가지고 있다. 이것이 기본적인 암컷과 수컷의 차이다.(다음호에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 성[性-sex]의 기원과 진화과정 살펴보기(3)](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성의-기원-3.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