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소금에 얽힌 이야기(1)
어린 시절, 뒤 곁 처마 밑에 나무 가지를 걸 친 자배기 위에 놓여 있던 소금 가마니가 눈에 선하다. 소금 가마니를 받치고 있는 자배기에는 소금 녹은 물이 고이는데 간수[salt water]라고 해서 두부 만들 때 사용하였다. 금 덩어리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소금 없이는 못 살기에 소금에 얽힌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다. 필자는 소금하면 엉뚱하게도 연못이나 저수지의 물 위를 재 빠르게 날라 다니듯 뛰어 다니는 소금쟁이라는 곤충이 떠 오른다. 호주에는 서식하지 않는 것이지만 한국에선 잔잔한 민물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이다. 소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소금쟁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인지 유래를 추적해 보니 수긍이 가는 해석이 있었다. 물위를 긴 다리를 이용해 걸어 다니는 것이지만 워낙 빨라서 날아 다니는 것 같다. 예전에 소금 팔러 다니는 소금장수가 지게에 소금을 무겁게 지고 다리를 벌리고 걸어가는 모습이 뒤에서 보면 소금쟁이가 다리를 멀리 벌리고 서 있는 형상과 흡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째거나 100여년 전에 한국에서 소금장수는 필요 불가결[不可缺]한 직업이었다. 그래서 재미난 소금장수 옛날 이야기는 지방 곳곳에 많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에 기억 나는 것 한가지는 욕심쟁이 부자가 금 방망이처럼 소원하고 빌면 무엇이던지 다 나온다는 “소금을 내는 맷돌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때 이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 하기도 하였었다. 그 황당한 옛날 이야기를 재구성해 본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에, 가난한 농사꾼이 추운 겨울에 양식이 떨어져 형님 집에서 좁쌀 한 되박을 얻어 가지고 오는데 부잣집 앞을 지나려니 웬 거지 노인이 등에다 맷돌을 짊어지고 쓰러져 있었네 그려. 보아 하니 낯선 노인인데 부잣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청하다가 쫓겨 났나 봐. 그 집 주인은 소문난 구두쇠에다 보통은 넘는 심술쟁이거든. 정신 차리라고 흔들어 보았지만 얼어 죽은 것인지 꼼짝을 안 하네. 얼른 들쳐 업고 집으로 돌아와 방에 뉘어 놓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언 몸을 녹여 주었지. 거지 늙은이가 변변히 얻어 먹기나 했겠나. 형님 댁에서 얻어온 좁쌀로 달콤한 조당수를 쑤어 먹이고 지극정성 보 살 폈더니 노인이 부스스 깨어 나네. 아 그런데 노인이 정신이 들자 마자 두리번거리며 뭘 찾기부터 하네그려. 등에 지고 있던 맷돌 못 보았느냐는 것이 아닌 가. 맷돌이라면 윗목에 잘 간수 해 두었다고 안심을 시켰지. 그럼 됐다고 하며 가진 거라고는 저 맷돌뿐이니 은혜를 입은 보답으로 사양치 말고 맷돌을 받아 달라는 게 아니겠나? 이튿날 일어나 보니 노인은 간데 없고 맷돌만 덩그러니 남아 있네. 집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좁쌀 한 줌 밖에 없으니 빈 맷돌을 돌려 봤지. 빈 맷돌을 돌리다 보니 양식 생각이 나서 “에이그! 이 맷돌에서 쌀이나 술술 나왔으면 좋겠다” 한탄을 했지. 아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빈 맷돌에서 쌀이 술술 나오지 않겠나. 다시 돌리리까 또 나와. 금세 두 서너 가마니가 나오는 거야. 그 다음부터는 맷돌을 돌리기만 하면 뭐던지 다 나와. 떡 나와라 하면 떡 나오고 옷 나와라 옷이 나오고 그것 참 신기 하기도 하지. 금세 부자가 되었지. 쌀이고 옷이고 나오는 대로 동네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지. 그런데 심술쟁이 부자가 이 소리를 듣고 배길 수가 있나. 거지 먹여 살리면 자기도 요술쟁이 맷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방곡곡 거지라는 거지는 다 불러다 잔치를 해주었지. 아 그런데 맷돌 지고 오는 거지 놈은 없네 그려. 부자는 거덜이 났지. 이 부자 놈이 밤중에 생각다 못해. 그 요술쟁이 맷돌을 훔쳐 냈지 않았겠나? 아, 그런데, 그 맷돌을 동네에서 돌리면 소문이 날 테고 멀리멀리 달아나기로 했지. 바다건너로 멀리 가면 모를 테지 하고 배에도 맷돌을 싣고 바다로 나갔지 않았겠나?. 그때 소금 값은 말도 못하게 비싼 때 거든. 돈 되는 것은 아는 욕심쟁이라 맷돌을 도리면서 소금 나와라 하니까, 소금이 술술 나오네. 아! 이런 신기한 일이 있나. 소금만 가지면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환장할 지경 이였지. 맷돌을 계속 돌려 대니 소금이 쌓여서 배가 가라 앉는데도 돈이 쏟아 지는데 멈출 생각을 않네 나 그려. 욕심쟁이 부자 놈은 소금더미에 쌓여서 빠져 죽었지만 맷돌은 계속 돌아 가며 소금을 쏟아 내고 있으니 바닷물이 짜 지 않을 수가 있나? 맷돌이 가라 앉은 데를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 인당수 근처라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
좁쌀로 조당수 꿇여 먹던 시절, 긴긴 겨울 밤 사랑방에 둘러 앉아,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지껄이다 보니 기상천외[奇想天外]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들이 양산[量産]되었을 것이다.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는 황해도 장산곶에서 17km쯤 떨어진 백령도 중간쯤 되는 지점으로 보고 있으며 물 쌀이 센 곳이라 배 지나 가기가 힘들어서 용왕님께 제사를 지내야 했던 곳이다. 까막까치 말하던 시절에 바닷물에 소금기 가 있는 것을 알 도리가 없었으니 이야기 군의 황당한 “소금 내는 맷돌 이야기”도 그럴싸 하게 들었을 것이다.
원시지구
지구가 생기고 바다며 소금이 생성된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 45억년전에 지구가 형성되고 땅과 바다 대기가 만들어진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설임을 과학자들은 인정한다. 그러나 소금 내는 맷돌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른 가설이다. 우주는 약 150억 년 전에 ‘빅뱅(Big Bang)’이라는 엄청난 폭발과 함께 팽창해 지금의 우주가 되었다고 본다. 150억년이라는 것도 그 동안 축적된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추론이다. 우주는 폭발 직후 우주공간에 흩어져 있는 가스와 먼지를 뭉쳐 별(항성)과 행성들을 만들어진다. 그런 별 가운데 하나가 태양이요, 행성 가운데 하나가 지구다. 지구는 태양에서 1억5000만 km 떨어져 있으며 지구 탄생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비교적 발달된 과학 장비 즉, 로켓이나 천체망원경 관측이 가능했던 1960년대 들어와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달에 있는 암석을 지구로 가져오면서 보다 더 크게 발달되었다. 수 십 억년에 걸친 물리 화학적인 변화과정으로 형성된 원시지구는 300℃에 가까운 고온이었으며 바다도 150℃가 넘는 고온이었다. 게다가 원시지구의 최초에 내린 비는 대기 중의 염소 가스를 포함하기 때문에 강한 산성이었다. 이 산성비는 지표면의 암석을 녹이면서 바로 중화되고 지표면을 구성하던 규산염의 암석으로부터 칼슘(Ca), 마그네슘(Mg), 나트륨(Na) 등의 양이온이 녹아 나오기 시작했다. 원시바다 때부터 바닷물이 짰던 것은 아니다. 나트륨이나 칼슘, 칼륨 같은 양이온들은 바위가 녹아서 나오는 반면 염소나 황산기 같은 음이온들은 바위가 아닌 대기 중에서 가스형태로 있다가 빗물에 섞여 녹아 들은 것이며 산성인 염소이온[Cl-]이 암석이 녹으며 나온 나트륨이온[Na+]과 결합 하여 염화나트륨[NaCl]이라는 짜디 짠 물질이 생겨 난 것이다. 염화나트륨이 물처럼 증발한다면 바닷물이 그렇게 짤 리가 없는데 증발하지 않으니 짜 질 수밖에? 따라서 양이온이 바다로 모여 음이온과 결합해 염분(소금)이 되고 이 염분은 물처럼 증발하지 않고 수 천년 동안 쌓이면서 짠 바닷물을 형성하게 되었다. 인당수 근처에 돌아가고[?]있다는 맷돌로는 어림도 없는 막대한 양의 소금이 형성된 것이다.
소금이 생기고 생명체가 만들어 지기 시작하다.
한편, 대기는 수증기의 양이 감소함에 따라 이산화탄소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 들어가면서 대기를 가득채우던 이산화탄소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바다에 녹아 들어간 이산화탄소는 석회암이라 부르는 탄산염 암석의 형태로 대륙에 고정되고, 결국 원시 지구의 대기는 질소만이 남게 되었다. 이후 하늘은 점차 맑아지기 시작하고 바다는 안정을 찾아갔다. 이쯤되어 지구의 원시 바다에는 복잡한 화학물질로 들끓기 시작했다. 이들 화학물질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메탄이었다. 메탄은 그 이전 미행성이 충돌하던 때부터 지구상에 존재하던 물질이었다. 메탄은 지구상 최초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작용했다. 그것이 바로 메탄생성미생물. 메탄생성미생물은 무산소의 환경에서도 10.000년 정도 생존할 수 있었고 100℃에 가까운 고온에서도 생존 하였던 미생물이다. 단세포 생물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그들은 원시 지구를 지배했던 것이다. 이때에는 메탄가스 CH4가 원시대기의 구성성분이었으며 지구상의 생명체 탄생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소금에 얽힌 이야기2’에서 계속>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