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아까시꽃의 계절(2)
아까시나무가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한국의 산림녹화에 큰 공헌을 하였지만 산 전체가 아까시나무 투성이가 되기도 하니 산주들에게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였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할까? 요즘엔 다시 아까시꿀을 제공하고 공해에 찌들은 공기를 맑은 산소로 걸러주는 효자나무로 탈바꿈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달 5월 26일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광릉 숲 속에서 1㏊면적에 서식하고 있는 133그루의 거대한 아까시나무들을 찾아냈다는 발표가 있었다. 수령[樹齡]이 100년이 넘는 것 들이며 가장 큰 나무는 둘레가 2.76m, 높이가 29m 정도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 산림과학원이 이들 나무 한 그루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분석한 결과 평균 12.2㎏(최고 31.0㎏)으로 나왔다며,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수리나무 30년생의 연간 14.6㎏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30∼40년생을 고비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100살 이상 된 아까시나무의 이 같은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은 엄청난 것이다. 강진택 산림과학원 박사는 “1960∼1970년대 산림녹화용이나 땔감용으로 널리 심어진 아까시나무는 생장이 워낙 왕성해 생태계를 해치는 나무로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잘만 가꾸면 대경재[大莖材-줄기의 굵기가 30cm이상..]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지구 온난화 방지 효과도 손색없는 나무로 재평가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가장 오래된 아까시나무로 꼽았던 성주군 월항면 지방리에 소재하고 있는 수령이 84년, 흉고 직경 117cm, 수고 20m인 보호수의 기록을 갱신 한 것이다. 아까시나무 숲을 조성해 유명해 진 곳 들이 있다. 약 30년전 포항시 홍해읍 오도마을 주변임야는 해풍에 의해 모래바람만 날리던 특수한 척박지로 황폐되어 있던 곳을 건조와 척박한 땅과 병해충에 강한 아까시 나무를 식재하여 짧은 기간 안에 녹화에 성공한 세계적인 사방모범지로 30년이 지난 현재는 30cm나되는 부식토를 생성하여 다른 수종이 함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아까시나무의 효용성
아까시나무는 꽃과 잎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무 중에 하나 이다. 어떤 분이 6.25때
북한군에게 체포 될까 두려워 산속에서 피신하는 동안 아까시나무 잎을 뜯어 먹으며 연명하였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필자도 어렸을 때 아까시의 잎은 먹어 보지 못했어도 호기심에 아까시 꽃은 이따금씩 따 먹은 적이 있다. 한민족이 굶주림에 시달릴 때 구황식물의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아까시나무 꽃을 쌀가루에 버무려 찌면 맛깔스런 백설기도 해먹고 새로 돋아난 싹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줄기는 된장이나 고추장 항아리에 박아두었다가 밑반찬 장아찌로 하였다고 한다. 아까시잎은 가축들도 좋아한다. 특히 토끼는 아까시잎을 좋아한다. 토끼를 기르면서 아까시잎을 열심히 따다 먹인 일이 있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 이기에 잎에 단백질 함량이 많다. 아까시잎은 가축의 사료로도 가능하지만 까시 때문에 소가 성큼 뜯어 먹지 못하나 가지째 꺾어다가 말리면 잎만 떨어 지며 양질의 사료가 되는 것이다. 목재는 단단하고 질겨서 가구를 만들면 탄력이 좋아 잘 부러지지 않는다. 서부 개척시대에 아까시나무 목재로 마차를 만들었고 열차도 아까시나무 목재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아까시나무 목재로 배를 만들었는데 오래도록 물에 잠겨 있어도 잘 썩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지난 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 우마차가 다녔다. 그 때 우마차의 차체는 모두 아까시나무와 참나무 목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참나무는 단단하지만 무거워서 좋지 않았고 가볍고도 질긴 아까시나무 목재를 으뜸으로 꼽았다. 마포에서 제작된 우마차는 전국 각지에서 반입된 질 좋은 아까시나무 목재로 만들었다. 한국의 어린이 놀이시설만 시공하는 모회사의 광고문을 보니 이 회사는 타회사와는 달리 유럽산 아까시 원목을 이용해 놀이 시설물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며 광고 하고 있다. 특히 아까시나무의 변재[邊材]부분은 모두 벗겨내도 심재[心材] 부분만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가공해 시설물을 제작한다고 강조 한다. 현대에 들어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까시나무가 목재로서 이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름다운 색상과 무늬, 부식에 견디는 힘이 강할 할 뿐더러 강도[强度]도 일반 목재에 비하여 대단히 우수 하기 때문이다. 학교나 ·주택용 마루판과 외부 계단재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이며 전량을 유럽산 원목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아까시나무 조림으로 잘 알려진 나라는 헝가리다. 아까시나무를 빽빽하게 심어서 35년 벌기로 수확하는데 보통이상의 지력을 가진 경우 1ha당 340m3이상의 엄청난 목재를 수확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와 여름건조에도 견디고 질소 비료와 농약 없이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에 의해서 친환경적인 수종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70%의 보조금 까지 주어서 아까시나무 조림을 장려 하고 있다.
땅을 살리는 나무
서울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시민공원의 숲으로 변하였으며 대표적인 수종은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는 둥치를 베어내도 잘라낸 곳에서 새순이 돋아 나고 뿌리가 뻗어나가며 일대를 점령하게 되니 이처럼 생명력이 왕성한 나무도 흔하지 않다. 강원도 태백시 폐광촌에 석회석, 철광지역은 풀이나고 나무가 자라지만 석탄 폐석지는 독기가 있어 다른식물이 일체 자라지 못하여 1m정도 객토후 아까시 나무와 잣나무로 복구하였는데 잣나무 조림지는 생육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뿌리를 내리지 못하여 고사되어 가고 있으며 주변 환경에도 잡풀도 자라지 못하고 있으나 아까시 나무 조림지는 수풀을 형성하여 석탄 폐석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까시 꽃에는 리날룰(linalool)과 오시멘(ocimene)이라는 향이 있어 세계 유수 화장품 회사들 이 최고급의 향수를 만들고 있고 아카시아 껌과 비데용 향수에도 첨가되고 있다. 요즘 화석연료의 한계점을 실감하면서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관심이 많다. 국내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바이오메스(biomass)를 생산하는 수종이 바로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를 밀식하여 3년 주기로 수확하면 1ha에서 연간 11톤의 바이오메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우량 목재를 생산하고, 산사태를 막으면서 산림의 흙을 개량해 주고, 연료와 경제성 있는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며, 꿀, 녹사료, 향료를 생산한다. 더불어 지구온난화에 대비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수종이기도 하다. 필자가 10여년전 금강산 관광으로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까지 가는 짧은 거리의 북한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그때가 10월 하순으로 남한쪽의 밭에는 통이 안은 배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휴전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접어드니 역시 배추밭이 눈에 띄 였는데 통이 안은 배추는 찾아 볼수 없었다. 앙상한 배추잎이 땅갈피에 달라 붙어서 배추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지경이었다. 야트막한 야산에는 나무라고는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다. 배추농사가 집단 농장으로 운영되고 거름이 부족하니 제대로 배추가 자랄리가 없을 것이고 산에는 추운 겨울에 땔감으로 나무들을 베어 갔을테니 민둥산이 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통일이 된다면 할일이 많겠지만 모두 아까시묘목부터 한 아름씩 안고가 벌거 벗은 북한의 산에다 아까시나무를 심어주고 생명이 숨쉬는 산천을 가꾸는 일부터 도와야 할 것 같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