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억수 장마통에 나타난 거미 떼

호주에 억수 장마가 졌다
지난 1월 하순부터 시작한 비가 3월 하순 까지 계속 되다가 지난 3월 24일에야 멈췄지만 3월 하순에는 50년 만에 기록적인 억수 장마가 되면서 호주의 동남부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끝이 났다.
인명 피해는 별로 없었지만 갖가지 피해 중에 야생 동물들이 수난을 당한 것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그 중에 거미 떼가 주택가와 공원 잔디밭으로 몰려들어 거미 장마당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 시켰다.
온갖 생명 활동이 하나같이 신비스럽지만 거미의 생태 습성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거미줄 계절
최근에 거미의 왕성한 활동 계절이라 서인지 집 주변을 배회 하다 보면 곳곳에 거미줄이 머리 얼굴 등에 달라붙어 신경이 쓰인다. 1-2년 전 집 앞에 높이가 약 15m 되는 전선 (電線)에 거미줄을 늘인 것을 보고 놀라워 한일이 있다. 날개 없는 거미가 15m를 올라갔을 생각을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추리를 해보니 20m 거리에 전주가 있는데 전주를 타고 기어 올라가 거미줄 망의 기점을 잡은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거미줄 치는 공법 (工法)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니 의외의 놀라운 거미줄 공법이 있었다. 거미가 부화 (孵化)하면 어린 거미들이 서로 잡아먹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 지옥에서 탈출하려면 날으는 방법밖에 없다.
거미가 공중을 난다 (Ballooning Flight)

날개도 없는 거미가 나비처럼 날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를 확인시킨 한국인 과학자가 있다. 독일 베르린 공대의 조문성 연구원이다. 어린 거미뿐만 아니라 어른 거미도 먹이와 서식지를 찾아 비행하는 사실을 확인시킨 것이다. 조균성 연구원은 순식간에 일어난 거미가 나는 장면을 특수 기법으로 촬영해서 일반인도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보통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미줄의 두께는 1um-2um인데 1은 1×10−6metre로 육안으로 거미가 비행에 이용하는 거미줄의 식별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수하게 설계된 수조에서 물리적 작동으로 거미의 비행을 증명해 보였다. 거미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관찰되기도 하는데 거미줄은 볼 수 없다. 거미줄은 안보이고 하늘을 나는 거미만 보이니 “Ballooning Flight”라고 하였다. 조문성 연구원이 이용한 거미는 2mg 미만의 작은 거미가 아니라 10-25mg 비교적 큰 거미에 속하는 게거미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거미가 수백 km 거리를 이동하고 4,500m의 높이를 날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거미는 다리를 들어서 몸밖 공간의 물리적 상황을 측정한 후에 거미줄을 분사 (噴射)하는데 한번에 50-60 가닥이 물뿌리개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듯 거미줄이 뿜어져 나오게 되며 이때 치솟는 거미줄을 이용해 높은 곳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온갖 생명체의 생존 메카니즘 (mechanism)은 신비 (神秘) 그 자체이지만 과학자들은 이 비밀을 풀기위해 각고 (刻苦)의 노력을 경주해서 공상 (空想)의 세계를 실현 시켜보려고 한다.
스파이더맨
흥행 대박을 이룬 영화,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의 신비 (神秘)를 염두에 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단위 면적 (面積)당 선 (線)의 강도가 다른 어떤 (人工) 선 (線)보다 강 (强)하다는 것을 측정한 바 있다. 포항 공대 기계 공학과에서 측정한 거미줄 강도는 굵기가 같은 섬유일 때 인장 강도 (tensile strength)가 알루미늄은 4kg/㎟, 티타늄은 90kg/㎟, 신소재 유리섬유는 100kg/㎟, 강철은 40kg/㎟이고 거미줄은 170kg/㎟ 였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보다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스파이더맨의 초능력이 현실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다.
거미줄 신소재 (新素材)
이런 특성 때문에 거미 줄은 신소재 (新素材)로 각광받고 있으며 또 실재 (實在)로 개발해서 실용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다양한 기업들이 거미줄에 사용되는 단백질 성분을 이용해서 만든 운동화, 파카, 로션 등 신제품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거미줄이 이와 같은 놀라운 특징을 갖는 이유는 바로 거미줄의 분자 구조에 있다. 누군가 “거미줄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무심코 실 혹은 섬유라고 대답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미줄은 섬유상 단백질 (fibrous protein)로 이루어져 있다. 섬유 모양의 ‘단백질’로 이루어져있단 말인가? 단백질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나?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아미노산들이 DNA를 구성하듯 일정한 순서로 뭉치게 되면, 멀리서 바라봤을 때 섬유처럼 가늘고 긴 모양을 이루게 된다. 여.기.에! 강철보다 튼튼한 거미줄의 비밀이 숨어 있다. Wilhelm E.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미노산 알라닌 (Alanine)이 거미줄에 풍부할 경우 거미줄은 매우 뻣뻣해지며 결정성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거미줄은 자체의 산성도 (pH) 덕분에 더러운 균이나 박테리아의 침입을 막아 수년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거미줄, 총알도 뚫지 못하는 방탄 피부를 꿈꾸다
위와 같은 특성들로 인해 사람들은 거미줄을 모방한 신소재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미 미국, 독일, 러시아, 캐나다 등은 인조 거미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011년 네덜란드의 연구원 자라라 에사이디 (Jalila Essaïdi)씨는 ‘2.6g 329m/s’라는 이름의 인공 방탄 피부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거미줄과 염소젖을 이용하여 총알도 뚫지 못하는 인공 피부를 개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거미의 유전자를 사용하여 염소의 유전자를 조작한 후, 그 염소의 젖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직물처럼 엮어 인공 피부를 만들었다. 연구팀이 만든 직물은 강철의 10배 정도 견고하며, 유투브 영상을 통해 총알이 인공 피부를 뚫지 못할 정도로 단단함을 보여주었다.
인체에 무해한 거미줄, 화장품으로 탄생하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거미줄은 다양한 아미노산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아미노산은 우리 인체를 구성하고 있기도 하다. 즉, 거미줄은 인체에 무해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러나 거미는 누에처럼 따로 고치를 만들지 않으며 독을 가지고 있어, 거미로부터 거미줄만을 추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한국의 모 기업에서 거미로부터 천연 거미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거미줄 추출물을 이용한 마스크팩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그 이유는 추출물 속 세린 (아미노산의 한 종류)이 세포재생과 상처 치유에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팩은 물에 닿으면 자연스레 녹아 사라진다고 한다. 이처럼 거미줄은 신소재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신소재를 개발해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시도를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다. 다만 지구상의 삼라만상 (森羅萬象)의 구성물질은 어느 것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요소라는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북랩)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