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기후변화와 대처전략(1)
그 동안 인류가 경제성장과 환경문제를 별개의 것으로 파악하여 왔다. 그 결과 “먹고 사는 일이 급한데 환경문제가 대수냐?”는 인식 속에 젖어 있었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환경의 질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도 개인이나 국가, 지도자 등이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서 환경의 질 같은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부류는 많다. 그러나 환경의 질이 고려되지 않은 단기 개발 전략은 장기적인 발전에 치명적인 장애를 가져오며 그 결과는 인류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을 정도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빙하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는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 기후변화에 관한 뉴스 중에 북극이나 남극의 빙하가 줄어드는 연구발표가 계속 나오고 있고 세계자연기금[WWF] 이탈리아 본부는 ‘뜨거운 얼음’(Hot Ic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알프스는 물론 히말라야, 파타고니아, 알래스카, 킬리만자로, 우랄산맥 등의 빙하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알프스의 빙하가 지난 1962년에는 519㎞에 달했으나 50여 년이 지난 현재[2015년 5월]는 40%가 줄어든 368㎞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 한바 있다. 그 뿐인가?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지난해 12월 5일 “중국 티베트 자치구와 칭하이성 등 티베트 고원의 기온이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4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어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면적 약 250만 평방 킬로미터에 세계의 약 14.5%의 빙하를 보유한 티베트 고원은 남극과 북극에 이어 ‘제3극’으로 불리고 있으며, ‘아시아의 급수탑’이라고도 불리면서, 20억명 이상의 아시아인들에게 담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 중국의 장강과 황하, 티베트를 거쳐 갠지스강에 합류하는 츠안포강과 동남아시아를 흐르는 메콩강, 살윈강, 인더스강 등 여러 큰 강의 근원이 되기도 하다. 그러니 천하의 중국이 편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 협약” 어쩌구 해야 꿈쩍도 하지 않던 중국이 좌불안석[坐不安席]으로 변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 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해 오던 미국이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리우 선언”, “교토의정서”
1992년 6월 3일부터 6월 14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전 세계 185개국 정부 대표단과 114개국 정상 및 정부 수반들이 참여하여 지구 환경 보전 문제를 논의한 역사적인 회의가 있었다. 정식 명칭은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이다. 이 회의에서는 선언적 의미의 ‘리우 선언’과 ‘의제 21(Agenda 21)’을 채택하고, ‘지구 온난화 방지 협약’, ‘생물다양성 보존 협약’ 등이 각각 수십 개국에 의해 별도 서명됨으로써 지구환경보호 활동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성과를 낳았다. 이전까지 환경문제에 관하여 세계의 국가 지도들과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논의한 일이 없었다. 첫 번째 회의이기에 선언적인 의미 외에 구체적인 추진 내용이 없었지만 매년 회의가 계속 되면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어설프게 대처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후에 이 회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범 지구차원의 공동 대응을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창설하였으며 기후변화협약(UNFCCC)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를 두고 협약이행 및 논의를 당사국 합의로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회의가 1차, 2차는 warming up이라고 한다면 1997년 12월 11일 일본 교토시 국립교토국제회관에서 개최된 지구온난화 방지 교토 회의(COP3)는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 연합 규약의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to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라는 것을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의정서 내용을 따르다 보면 경제정책의 획기적인 개혁은 물론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것인가 하는 위기감 까지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CO2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 되었으며 두 나라는 국내에서 이를 이행하려는 의회 비준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조지 부시였으며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이 기고만장[氣高萬丈]이 극에 달하였었는데 기후협약 같은 것은 안중에 들어 올 수가 없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발표한 기후온난화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 작성에는 세계 113개국의 내로라하는 과학자 2500여명이 참여하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남극과 그린란드 해빙의 속도를 감안하면 해수면이 91~152cm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40~2050년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자연 수준의 2배인 550ppm에 달해 대재앙이 발생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지구온난화 원인의 90%이상이 인간 활동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가 된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쓴 책 <지구재앙보고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상세하게 다룬 책이다. ‘지구 기후변화와 온난화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부제에 걸맞게 수만 년에서 수천 만 년을 넘나들면서 기후변화에 관한 증거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신뢰할 만한 근거들을 제안하기 위하여 알래스카, 그린란드, 네덜란드, 시베리아, 알프스, 오스트레일리아 대보초, 아프리가 핀보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소를 직접 찾아가서 기후변화의 현장을 둘러보고, 연구에 매달린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넘쳐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
그가 만난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기상학자뿐만 아니라 생물학자, 고고학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밝힌 지구온난화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들이 이 책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는 최근 과학계의 여론 일치도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심사 학술지에 발표되고, 이후 대표적인 연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900편 이상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조사한 결과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반박하는 논문은 단 한편도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정부와 기업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인정하지 않는 일에 매달려 왔다.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는 각종 자료를 통하여 지구온난화 위험 경고에 대하여 물타기를 시도하여 왔다. 1997년 버드-하겔 결의안은 “개발도상국에도 선진국에 준하는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합의안도 거부해야 한다고 천명”함으로써 사실상 이산화탄소 규제를 거부하였다. 뿐만, 아니라 부시행정부는 ‘온실기체 배출 강도’라는 새로운 기준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산출량에 대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기준이다. 즉, 탄소 배출 총량이 늘어나더라도 생산성이 그 보다 더 높아지면 배출 강도는 낮아진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은 총 배출량이 12%나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기체 배출강도’는 17%가량 낮아졌다고 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그녀의 책 <지구재앙보고서>에서 미국정부의 이러한 ‘눈속임’을 정확하게 지적해내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 열쇠는 미국과 중국에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을 살펴보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총량 기준으로 단연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가운데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1인당 배출량 기준으로도 카타르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필적할 만한 국가가 없다. 1년 동안 미국인 1명은 멕시코인으로는 4.5명, 인도인으로는 18명, 방글라데시인으로는 99명에 해당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본문 중에서) “앞으로 15년에 걸쳐 중국경제는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25년 무렵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공장을 현대화하고 예상되는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일부나마 출당한다면, 신규석탄화력 발전소의 수를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본문 중에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호킨스는 “미국과 중국을 놔두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을 다룰 수 있어야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문제의 결론이라고 밝히고 있다. 누구도 중국 사람들이 미국사람처럼 잘 살기 위한 노력을 강제로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균등한 배출량 규제에 반대하는 바지파이 인도총리의 주장은 당연해 보인다. “우리의 1인당 온실기체 배출량은 세계 평균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하며, 많은 선진국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환경 자원에 대해 평등하지 않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된다고 보지 않는다.”(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 그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과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속임수를 정확하게 꼬집어내는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중국의 기후변화 대처 상황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의도적으로 서명을 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당시 국제 사회가 개발도상국가라고 봐주는 바람에 규제에 속하는 category에서 빠졌었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 1위의 국가가 되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될 당시에 미국에 이어 2위였던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2012년 기준이긴 하지만 중국이 세계의 CO2 배출총량의 25.9%를 배출하고 다음으로 미국이 20.4%로 두 나라가 절반에 가까운 CO2를 대기중에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니 중국이 도저히 수수방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도 비켜 설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땅덩어리로 봐서 비교가 안 되는 한국이 CO2 배출은 7위의 국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