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2021 노벨 생리 의학상과 매운맛에 관하여
캡사이신 (Capsaicin)의 인체 감각
어제 (2021.10.4.)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 위원회는 “온도와 촉각 수용체를 발견”한 두 명의 과학자를 노벨 생리 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크로나 (스웨덴 화페단위 – 약 13억 5천만 원)가 지급된다. 전기 생리학자인 데이빗 줄리어스 (66, David Julius)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 (UCSF) 교수와 아르뎀 파타포티안 (54, Ardem Patapoutian) 스크립스 연구소 하워드휴즈 의학 연구원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파타포티안 교수는 중동 레바논 출신으로는 처음 수상했다. 노벨 위원회는 “이들 2명의 과학자는 인체의 기본적 기능인 열, 압력을 감지하는 분자를 발견하고 그 원리를 밝혀냄으로써 인류의 과학과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2004년 미국 린다 벅, 리처드 액설 교수가 후각 수용체와 시스템 구조에 대해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17년만에 감각 기능 관련한 신체 현상을 규명한 기초 의학자들이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 줄리어스 교수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Capsaicin)이 인체 감각 중 압력과 온도에 관여하는 신경 부위를 자극하고 이와 관련한 신체 수용체를 처음 발견했다. 이 연구 덕분에 ‘맵다’는 것이 맛이 아니라 통각을 자극하면서 만들어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또 파타포티안 교수는 열, 냉기와 같은 기계적 자극이 신체에 어떤 현상을 나타내는지를 밝혀냄으로써 감각과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연결고리를 밝혀냈다. 고려대 의대 한희철 교수는 “이번 수상자들이 밝혀낸 것은 캡사이신 (Capsaicin) 수용체와 통증 원리라는 기초 연구 성과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최근 관절염, 신경통 등 통증 관련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라면서 “인체에서 압력, 열과 관련된 부위는 많기 때문에 이들의 연구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점을 노벨 위원회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형 세브란스 병원 마취 통증 의학과 교수도 “이번 수상자들이 밝혀낸 것은 새로운 촉각 분자 구조이지만 기초 연구 성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난치성 만성 통증과 신경병 성 통증의 기전 이해에 새로운 시야를 제공했고 미래 통증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생리 의학상 수상자들은 상금 $1000만 (13억 5340만 원)불을 반씩 나눠 갖게 된다. 한편 글로벌 정보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2021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 생리 의학 분야 연구자 중 한 명으로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예방 백신까지 개발한 이호왕 고려대 명예 교수를 유력한 노벨 생리 의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었다.
통증 치료제 개발에 도움

줄리어스 교수는 1990년대 후반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 (Capsaicin)을 이용해 열에 반응하는 피부 신경 말단의 감지기를 발견했고, 파타푸티안 교수는 압력에 민감한 세포들을 이용해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감지기를 확인했다. 줄리어스 교수가 발견한 감지기, 즉 통증 수용체는 향후 ‘TRPV1’로 명명됐는데 이 수용체의 이동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줄리어스 교수는 세포들이 캡사이신 (Capsaicin)에 민감해 지도록 만드는 한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해당 유전자는 신경 세포들이 캡사이신과 열에 반응해 이온 채널이 열리도록 만들었다. 이온이라고 불리는 전하를 띤 입자들이 세포로 몰려들어 뇌로 고통 신호를 보내도록 한 것이다. 줄리어스 교수는 이러한 신호를 전달하는 TRPV1의 이동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 통증을 줄이는 중요한 열쇠로 보았다. 이후 여러 대형 제약사들이 이 수용체 (受容體)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고 실질적으로 여러 약물에 활용되고 있다. TRPV1의 이온 채널을 막아 통증을 줄이는 리도카인, 나트륨 채널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스테로이드 등이 통증 치료제에 쓰이고 있다. 박하 맛이 나는 물질인 멘톨 (Menthol)을 이용한 개별 연구를 통해 줄리어스 교수와 파타푸티안 교수는 각각 차가운 것을 감지하는 수용체인‘TRPM8’이 이동하는 이온 채널도 발견했다. 또한, 파타푸티안 교수는 촉각에 반응해 열리는 이온 채널인 Piezo1과 Piezo2를 발견했는데, 특히 Piezo2는 몸이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파타푸티안 교수는 Piezo 채널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 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보았다. 통증 치료는 아이러니한 개념을 가진 영역이다. 통증을 감지하는 수용체를 차단하면 내가 지금 펄펄 끓는 차를 마셨는지 따뜻한 차를 마셨는지 혹은 잔디밭을 걷고 있는지 가시밭을 걷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통증 그 자체만으로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미묘한 조절이 가능한 약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목표이며, 이번 생리 의학상 수상자인 두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진통제를 개발하는데 여러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공을 인정받았다. 줄리어스 교수와 파타푸티언 교수는 모두 인간의 감각이 어떻게 감지되고 전달되는지, 센서 역할을 하는 수용체를 찾아내 분자 단위의 매커니즘을 최초로 밝혀낸 연구자들이다. 매운맛은 금년에 노벨상의 단초 (端初)를 제공하기도 하였지만 한식 (韓食)의 필수 재료로서 그 활용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텃밭 농사
필자는 30여 평이 될까 손바닥 만한 좁은 땅에서 잡다한 채소를 가꾸며 소일하고 있다. 주 작목은 고추 농사다. 6월 29일에 파종해서 온상에서 키운 고추모를 3개월 만인 10월 3일에 정식을 했다. 내년 (2022년) 4월 말에야 고추 농사를 마무리를 하게 된다. 농사 작목 중에서는 재배 기간이 가장 길다고 봐야한다. 여러 해 고추 농사를 하며 노하우 (knowhow)를 얼마간 축적을 하였지만 한국의 앞서 가는 전문가들의 고추 농사에는 발뒤꿈치도 못 쫓아간다. 고추 농사 전문가들의 이야기로는 고추나무 한 그루에서 말린 고추로 평균, 약 한근 (600g) 정도를 수확한다고 한다. 농산물의 수확량은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기에 단정해서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농사도 과학화 (科學化) 돼서 과거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식과는 천양지차 (天壤之差)가 되었다. 필자네 고추 농사 실적을 열거하면 2년전 80여개 고추 나무로 말린 고추 11kg 수확한 것이 최고였던 것 같고 지난 해 (2020년)에는 약 9kg을 수확하였다. 필자가 농사꾼의 집안으로 대를 이어온 탓이기도 하지만 호주로 이주해서도 손바닥 만한 땅이라도 이용해보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데 금년에도 고추 농사를 시작하며 알찬 수확을 기대해 보는 것이다. 고추 농사탓에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만들어 장독에 담아 놓고 전통 한식을 고집하고 있다. 필자는 유별나게 고추장을 좋아 하는데 주변에서 위를 상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아심을 갖는데 아직까지는 이상이 없다. 사실 매운 음식과 위암간의 상관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최근에 발표된 국내 연구를 보면,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암을 비롯한 암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Capsaicin) 성분의 자극에 의해 암이 발생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상태이다. 실제로 캡사이신이 암을 예방한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암 연구소에서는 매운 고추의 섭취는 위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3등급 위험 요인 (확실한 발암 위험요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한 위험요인)으로 분류했다.
매운 맛의 규격화
국가 브랜드 위원회가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국의 이미지로 ‘한식인 김치와 불고기’를 꼽았다. 그 다음이 한복과 한글이었다. 고추의 싸한 매운맛에 호호 불고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김치와 불고기를 찾는 것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 만큼 매운맛에 길들여진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을 나갈 때도 김치보다 고추장을 반드시 챙겨 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강렬하게 매운 고추는 인도와 남미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조리법과 매운맛의 정도 차이일 뿐 사실은 외국인들도 음식의 소스로 매운맛을 즐기고 있다. 아이티 (IT) 산업의 6배에 이르는 세계 식품 시장, 매운맛으로 접근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독창성과 다양성
사실 괴테가 말했다는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은 특수성과 독창성과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곧 획일성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고 따라서 세계 각국 혹은 각 민족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얘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세계화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무역 경제에 인용되면서 의미가 잘못 사용되기 시작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것’으로 거론되면서 타 문화에 비해 경쟁력 있는 장점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적’이라는 말에 민족주의적 감상까지 더해져 감히 그 누구도 강하게 비판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왠지 그 말이 듣기에 좋았고 그럴듯해 보였고 맘에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 오류의 확산은 오히려 글로벌 경제를 추구하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특히 문화 예술의 창작과 문화 콘텐츠의 제작에 관련하여 많은 시행 착오를 생산해왔다. 맨 먼저 떠오른 작품은 <대장금>이다. 한복, 한옥, 한식의 이미지로 가득 찬 이 작품은 누가 뭐래도 한국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장금>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유는 스토리의 보편성에 있다고 분석한다. 시련과 갈등을 무수히 겪은 주인공이 마침내 성공한다는 보편성 가득한 이야기에 세계인들이 공감을 거두었고 그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독특한 의상과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K-pop 한류를 주도하는 아이돌 그룹들, 수많은 TV드라마와 영화들이 ‘한국적’인 것을 특별히 드러내지 않아도 세계 시장에서 환호를 받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바로 보편성이다. 다시 말해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것’이다. 예를 들면 올림픽과 관련한 문화 행사는 가장 한국적이어야 세계적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성을 목적으로 구매력과 경쟁력을 필요로 하는 개별 문화 콘텐츠는 이런 중압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 세계 누구와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보편성이 우선 할 때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명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해야 할 것 같다.
캡사이신 (Capsaicin)의 기능성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 (Capsaicin) 성분 때문인데 뇌에서 엔도르핀 생성을 촉진해 기분을 좋게 하며 체액의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돋게 한다. 혈액 순환을 촉진해 고혈압을 낮추며 베타카로틴 작용으로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리고 고추에는 감귤의 2배, 사과의 30배에 이르는 비타민시 (C)가 있다. 피부를 튼튼하게 해주는 비타민에이 (A), 붉은 색소를 띠는 캅산틴 (capsanthin)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영양의 보고이다. 고추의 탁월한 지방 분해력 때문에 한때 일본에서는 ‘김치 다이어트’ 선풍이 일기도 했다. 배가 고파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손이 가지 않는다. 식품은 입소문 마케팅이 최고인데 안타깝게도 우리 한식은 세계인의 입맛과 다르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그러나 세계인의 기호인 매운맛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식을 기억하는 건 특유의 매운맛 때문이다. 매운맛만 생각하면 절로 침이 솟고 땀 흘리며 먹고 나서도 아련한 여운이 있는 감칠맛이다. 매운맛은 많은 나라에서 사용한다. 정도 조절을 통해 우리 맛을 길들일 수 있다. 맛의 현지화를 위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국내외적 음식 트렌드는 영양이 풍부한 맛있는 음식을 멋있게 먹는 음식 문화의 융복합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식은 기호 식품이라 세상 사람의 얼굴 만큼이나 입맛도 다양하다.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 음식 문화와 생활 수준이 뒷받침되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한류 열풍과 더불어 드라마 <대장금>으로 우리 식품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주요 20개국 (G20) 서울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가 많은 때다. 매운맛의 연구 분석을 통한 다양화와 주방 조리사의 정성으로 세계 5대 식품국 반열에 올라서야 할 것이다.
고추장의 세계화
CJ제일제당과 대상주식회사는 한국 식품 연구원 전통 식품 연구단과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고추장의 매운맛을 표준화 한다고 밝힌 일이 있다. 식품의 국제화 시대에 맞춰 고추장의 매운맛을 등급화해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운맛 등급화는 한국식품연구원 전통식품연구단 구경형 박사팀이 맡아 진행한다. 국내외 고추장 제품의 매운맛 특성 분석, 고추장의 등급 구분 지표 개발, 소비자 관능 검사, 고추장 매운맛의 표준 지표 및 표시 방안 제시 등을 위주로 이뤄지게 된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이 프로젝트는 고추장의 종주국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고추장의 국제화를 위해서 고추장 매운맛의 표준 규격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고추장의 매운맛 정도는 순한 맛 (mild), 약간 매운맛 (slightly hot), 보통 매운맛 (moderate), 매운맛 (very hot), 매우 매운맛 (extremely very hot) 등 5단계로 등급화 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맡을 구경형 박사는 “고추장 매운맛의 표준화는 한국 전통 음식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등급화를 통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고추장을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박사는 지난 2002년 김치의 특징인 빨간색과 매운맛을 단계별로 조절해 김치 담그는 제조법을 개발, 특허 출원을 진행한 바 있다.
한류 타고 해외에서 더 잘나간 고추장 … 작년 (2020) 수출 35%↑
지난해 (2020년)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고추장 수출이 전년보다 35% 이상 늘었다고 한다. 국내 소매 매출은 최근 몇 년간 부진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소폭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고추장 수출액은 5천93만달러 (약 563억원)로 전년의 3천767만달러보다 35.2% 증가했다고 한다. 고추장 수출액은 2016년 3천133만 달러에서 2017년 3천197만 달러, 2018년 3천681만 달러, 2019년 3천767만 달러, 2020년 5천93만 달러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별로는 미국 (26.5%), 중국 (17.3%), 일본 (10.3%)의 수출 비중이 컸고, 태국 (증가율 113.2%), 필리핀 (55.8%) 등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 등 OTT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해외 시청자가 증가했다”며 “이런 추세에 따라 한식의 매운맛을 내는 데 필수적인 재료인 고추장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고추에 관한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고추가 일본에 먼저 전래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일단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으나,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품종과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품종들이 서로 교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 (苦草)’라고도 표기하였다. 오늘날에는 고추의 ‘고 (苦)’ 자가 쓰다는 뜻으로 쓰이나 조선시대에는 맵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입 속에서 타는 듯이 매운 고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캡사이신 (capsaic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는 기능을 한다. 김치에 젓갈류를 넣게 된 것은 고추가 전래된 이후인 1700년대 말엽부터로, 캡사이신이 산패를 막아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캡사이신의 함량은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종자가 붙어 있는 흰 부분인 태좌 (胎座)에는 과피 (果皮) 보다 몇 배나 많으며, 종자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추)]
보편성의 한류 (韓流)
무엇보다 우리 민족은 세계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문화 역량에서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 독창적인 언어를 창조했고 생활과 사회 구조 전반에 걸쳐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한문화를 형성했다. 사실, 한문화의 세계화란 ‘원형을 지키면서도 변화시키고 변화 속에서 재창조함으로써 보편성을 얻어, 온 지구촌으로 퍼져나가 토착화하는 과정’이다. 모든 시민은 문화의 접촉과 교류, 한국 문화의 확산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참여해야 한다. 여기에서 관건은 우리의 고유 문화가 질적 수준과 내용에 있어 그 생명력과 보편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합하면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통할 것이다. 중국의 개방과 함께 한국의 노래가 상해와 북경 등 중국 전역에서 불리고 있다. 그 이후에도 80년대 후반 이후와 2000년대에도 이른바 ‘한류 (韓流)’ 열풍이 불었다. 한국적 정서 속에서 우리 문화를 간직해 온 한민족 거주 지역은 물론이고 중국인과 그들의 문화 속으로도 넓게 퍼져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 합창단이 예술의 전당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고, 유럽과 동남아의 가수들이 한국 대중 가요를 번역해 부른다. 88년 가을 인류의 제전인 서울 올림픽을 통해 지구촌 가족은 한문화의 본모습을 보았고, 그 신비성과 풍요로움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은 한문화를 다시 한번 더 각인시키는 기회에 다름 아니다. 문화는 국경 없는 공감대가 있어야 보편적일 수 있다. 한국 음식의 매운맛도 세계인들에게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와중 (渦中)에 한국의 고추장이 세계의 식품업계에 선풍을 일으키기를 기대해본다.

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