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도요새의 비밀
40여년전 이다. 어느 이른 봄날 일요일 오후에 체육선생 K가 공기총을 들고 꿩사냥을 한다고 시골집에 머무르고 있는 나를 찾아왔다. 그를 따라 개울가를 걸어가는데 다리가 우뚝하게 길고 부리가 긴 새 한 마리가 먹이를 찾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체육선생 K는 재빠르게 공기총을 발사 하였으며 정통으로 맞지 않았는지 후닥닥 놀라 날라 올랐으나 늘어뜨린 다리 하나를 흔들며 살아졌다. 그후에 이따금씩 불구가 되었을 새의 잔흔[殘痕]이 떠오르며 제지 하지 못한 자책감이 들곤 한다. 그즈음에 정광태의 “도요새의 비밀”이라는 노래가 유행하여 도요새가 어떤 새인가 하고 도감도 뒤져 보고 자료를 찾아보니 부상당한 새가 도요새 종류가 틀림없다고 생각하였다. 남한강은 필자의 고향인 여주를 관통하여 양평쪽으로 흘러가며 대신면 보통리에서 이포 나루까지 광활한 벌판이 펼쳐져 있다. 하천부지였던 이 지역이 해방전후에서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여 농지가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지천[支川]과 함께 어우러진 갈대숲이 생태계의 낙원이었던 것 같다. 늦가을이 되면 오리떼나 기러기떼가 머물다 가는 철새들의 기착지[寄着地]이기도 하였다. 이제는 4대강 사업으로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별로 이용하지 않는 체육장들로 변한 것 같다.
시드니로 이주한 후, TAFE에서 영어공부 하는 중에 도요새와 관련된 텍스트[TEXT]가 있어서 놀란 일이 있다. fiction이지만 도요새 이야기는 사실에 근거한 것 같다. Seaford라는 한적한 해안가에 건물이 낡아 비까지 새는 Three Tops호텔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cassette로 청취도 하고 video시청도 하며 영어를 익혀가는 프로그램이다. 내용중에 Three Tops호텔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 새연구가 Yoshi가, 강기슭을 걷다가 낮익은 새 한마리를 발견하고 놀라움과 흥분을 감주지 못한다. 일본 혹가이도[Hokkaito]에 서식하는 일본도요새[Japanese snipe]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황급히 시드니대학에서 철새 등 새의 생태에 관해 강의를 하고 있는 시베리아 태생의 그의 친구 Boris에게 전화를 한다. Boris는 일본과 호주의 철새보호협정 JAMBA[Japan-Australia Migratory Bird Agreement] 연례회의에서 알게 된 조류학자이다. 황급히 달려온 Boris와 함께 Yoshi는 도요새의 활동모습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으며 탐조활동을 한다. 일본도요새[Japanese snipe]는 길게 뻗은 부리와 검은 색깔의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눈가에서부터 검은색 줄무늬의 깃털로 덮여 있다. 이새는 매년 8월말에 서식지인 일본 혹가이도를 떠나 약 1만km거리의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간다.
날씨가 따뜻하고 먹이가 풍부한 남반구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북반구의 봄이 되는 3월하순경에 다시 북반구로 날아간다. 이 TEXT는 영어 공부를 위한 것이지만 줄거리는 인간의 자연환경 파괴로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도 학습목표가 있다. 일본 도요새무리가 Seaford의 Three Tops Hotel 근처에 해변과 강기슭에서 호주의 여름을 보낼 것이다. 정광태가 “도요새의 비밀”을 노래할 때는 도요새의 활동이 베일에 가려진듯, 의문투성이였던 것 같다. 그후에 많은 연구로 도요새의 생태습성이 속속 파헤쳐 지고 있다. 일본도요새는 일본의 혹가이도나 알라스카에서 8월 하순경에 1만km가 넘는 남태평양의 망망대해를 논스톱으로 비행하여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드는 것이다. 한반도를 기착지로 하는 큰뒤부리도요새는 알라스카지역에서 출발하여 시속 56㎞로 쉬지 않고 6~7일 동안을 비행하여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간다. 도요새중에서는 큰편에 속하는 큰뒤부리도요새는 몸무게가 약 500g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몸무게는 반으로 줄어 가죽과 뼈만 남아 지칠대로 지쳐서 날개를 늘어뜨린 처참한 모습이라고 한다.
뉴질랜드의 마시대학의 배틀리 박사가 미국과 공동으로 도요새에 위성추적장지를 달아 비행 경로를 조사하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2007년에 큰뒷부리도요새의 이동경로를 조사하여 발표한것을 보면 4월 20일경에 뉴질랜드를 출발하여 일주일 후인 4월 26일, 27일에 인천영종도와 아산만에 도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언제부터 도요새들이 그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 왔는지 모르겠으나 개체수 조사한 것을 보면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영어 TEXT의 도요새 이야기도 Seaford에 찾아드는 일본도요새가 장차 그 지역에 들어서려고 하는 Shopping Centre로 인해서 서식지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도요새 전문가 Yoshi와 Boris는 세계습지협약인 람사르(Ramsar Convention)를 근거로 저지운동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새만금 방조제가 완성된 후에 1만마리 이상이 날아들던 큰뒷부리도요새가 3천여마리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도요새 뿐이겠는가? 심각한 환경파괴의 경고가 시작된 것은 오래된 일 아닌가? 인간의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전의 이익에 급급하여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물을 퍼올려 수족관같은 청계천[淸溪川]에서 구경할 것이 무엇이며 속속들이 온갖 생명체의 낙원이었던 4대강을 뒤집어 흐르지 않는 강으로 만들고 자전거타고 가며 쾌재[快哉]를 부를 수 있는가? 안타까운 일 아닌가?
Blue Mountains의 트렉을 걸으며 나무를 살리려고 track에 구멍을 뚫고 삐뚤빼뚤 길을 낸 것을 보며, 기세등등[氣勢騰騰]한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고 호된 질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하찮게 보이는 잡초나 작은 미생물도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명의 신비가 가득하다. 온갖 생명체들이 의식이 있다면 주장할 것이다. 생명체는 모두 평등하다고… 필자가 영어시간에 도요새이야기로 호주에서도 도요새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는데 벌써 이미 오래 전에 도요새에 심취[心醉]하며 도요새 전문가가 되신 분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은 도요새가 오는 날도 거의 알고 있어서 환영행사도 연다고 하니 얼마나 마음 설레는 일인가! 9월 초순경에 북반구에 있던 도요새가 도착하는 것 같다. 그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 싶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