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안전교육과 안전문화
지난 2월 17일 경주에 있는 한 리조트의 체육관이 50cm 가량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 되면서 신입생 환영회 행사로 현장에 있던 572명의 인원 중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그 후의 수습대책은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대체로 그 진행과정을 대부분 짐작하게 된다. 우선 경찰이 요란하게 움직이고 정치인들은 관계자 들의 무책임성을 질책하고 언론은 이것 저것 허술한 안전의식을 거론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의 재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다가 몇 일 지나면, 망각 속에 사라지게 된다.
이사고의 원인을 찾아 보면 너무나 뿌리가 깊어서 해결 방안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체육관의 구조 자체가 문제 아닌가? 이 건물이 기둥이 없는 샌들 패널 구조의 조립식이라 건축 할 때부터 지붕의 하중에 취약성을 안고 있었다고 하며, 폭설에 대비한 매뉴얼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학생들이 참여 하게 되는 행사에서 많은 대형사고 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간단한 긴급 대피 요령을 숙지 시키지 않고 500명 수용 가능한 장소에 60명이 초과한 560명이 있었으니 빠져 나오느라고 아수라장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20여년전 호주에 와서 느끼는 것은 매사가 서두르지 않고 느리다는 것이었다. 80년대말, 호주를 방문 하였을 때 Parramatta에 Victoria로드와 James
Ruse로드가 만나는 지점에 육교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몇 년 후에 다시 왔을 때도 공사가 계속되는 것을 보며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생각을 한일이 있었다. 호주의 건축은 안전이 최우선 원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느려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훨씬 후에야 알 수 있었다.
20여년전에 친지 한 분이 군부대의 청소 일을 하였는데 대청소를 하게 되는 날, 유리창도 닦고 하루를 부대에서 보내며 도와 준 일이 있었다, 끝 날 때쯤에, 도로를 통제하고 차량의 이동을 막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도로 옆에 그리 크지도 않은 나무 하나를 베는데 사방에 길을 막고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거목도 아니고 중간 크기의 나무인데 과잉 통제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세심한 안전조치가 구석구석에서 이루어 지는 것을 보며 호주 사회에 정착된 안전문화를 이해 하게 되었다.
필자가 경주 리조트 사고가 있은 후 인터넷에서 국민안정 자가진단 테스트라는 것을 해봤다. 항목을 check해서 결과를 보니 47,99로, 평균점[50]을 넘지 못했다. 나 자신부터 안전의식의 결핍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그 동안 필자가 겪은 몇 건의 사고도 돌이켜 보면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던 것을 통감하게 된다. 호주 내륙을 달리면서 캥거루의 시체를 많이 보았는데 지난 연말 가족들이 야간에 내륙으로 이동 하다가 캥거루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도로에 캥거루 출몰 지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설마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운행하다 충돌 하였다. 야간에 내륙운행에 관한 사전대비가 없었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호주에는 안전의식에 관한 한 한국인이 본받아야 할 장면들이 너무나 많다. 얼마 전에 coffee끓이는 교육을 받은 일이 있는데 우선 손부터 씻고 일을 시작하면서 철저하게 청결 위주의 훈련 이었다. Hospital
에도 입구에서부터 소독수를 곳곳에 비치 해놓고 손에 소독을 하게 한다. 손만 잘 씻어도 질병의 70%는 줄일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몸에 밴 습관들이다.
한국에서 민방공대피 훈련을 지금도 하고 있을 줄 알지만 호주는 수시로 화재 대피훈련을 한다. 학교의 교실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고, 화재 발생시 대피 요령과 대피통로가 게시 되어있다. 한국도 학교에 소화기는 곳곳에 비치하고 있지만 소화기 취급요령 교육이나 기능점검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다.
대형 사고가 나면 인용하는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대 29대 300” 법칙이라고도 한다. 1930년대 초에 미국의 한 보험회사 감독자였던 하인리히 라는 사람이 고객상담을 통해 사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1대 29대 300”의 법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1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서 300번의 이상징후가 감지 되었다는 것이다. 대형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예정되어 있던 사고란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 법칙은 적절 한 것 같다. 부정부패를 일 삼는 일부 공무원들과 사업자간의 밀착으로 이루어 지는 부실공사의 만연, 학력지상주의에 빠져 인성교육, 안전교육 등의 소홀로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안전 불감증이 밑바닥에 깊이 깔려 있는 것이며 이런 대중심리는 크고 작은 사고에서부터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잠재적 요인 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표면화 되지 않은 안전사고가 300건만 되겠는가? 단지 인명피해로 까지 이르지 않고 넘어 갔을 뿐이지 안전사고는 부지기수 일 것이다. 경주 리조트의 체육관 에서 대학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하다가 발생한 것이라, 앞으로 학생회 주최, 신입생 환영회를 금지 시키겠다는 정부 책임자의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축구경기를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축구를 금지 시키겠다는 것이나 같은 논리 아닌가? 안전관리의 허술함을 철저히 보완하고 점검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은데 황당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근원적인 대책이라면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해도 어릴 때부터 안전의식이 몸에 배도록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 져야 하며 사회지도층이 철저한 안전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학교가 학력지상주의에 빠져 생명과 직결 될 수 있는 안전교육에 시간을 할애[割愛]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안전의식에 관한 지식과 준비가 안된 사회에서 주변에 잠재 되어 있는 안전 위험요소를 의식 할 수도 없고 긴급사태에 대처 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것이다.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번 자각 하여야 할 때이다.
박광하 (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