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전자파[電磁波]와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 문제(1)
얼마 전에 몇해 동안 애용하던 전자렌지를 버렸다. 이유는 전자렌지가 유해하다는 논란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는 과거 전자제품을 석권하던 일본 사람이 붙인 이름이고, ‘전자 오븐’ 또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microwave oven)이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것 같다. 전자오븐의 원리는 전자파[고주파]가 물분자[H20]를 진동시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열]를 얻는 것인데, 빠르고 고르게 음식을 덥힐 수 있는 아주 편리한 가전제품이지만 유해성 논란이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전자오븐에서 작동하는 전자파도 문제지만 전자파와 접촉될 가능성이 있는 플라스틱을 비롯하여 인공화합물로 된 용기와 포장재료에서 “환경호르몬”이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이라는 용어도 1997년 일본NHK 방송국에서 관련학자들의 대담[對談]중에 등장한 말이며, 적절한 용어는 내분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이다. 생체의 호르몬과는 근본적으로 화학적구조가 다른 물질이다.
생명체가 정직하긴 하지만 속아 넘어가기가 쉬운 약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백신[vaccine]은 생체를 속여서 만든 제제[製劑]라고 할 수 있다. 병원체를 죽이거나. 병원체를 죽기직전의 상태로 약화시키던가, 병원체의 독성을 무력화 시켜서 생체에 주입하면 생물체의 몸에서는 진짜 병원체가 침입한 것으로 인식하고 대응전략이 나오는 것이다. 병원균을 항원이라고 하며 이를 섬멸하려는 물질이 항체하고 한다. 생체에는 정규군, 향토방위군 같은 항체가 생겨서 실제로 강력한 병원균이 침입하면 출동하여 병원균과 맞서게 되어 있다, 백신[vaccine]은 가상적[假象敵]을 투입시켜서 생체내에 대항하는 물질을 형성시킨 것이다.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은 진짜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것이며, 생체는 그 차별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호르몬분비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아는게 병이라고 하여야 할까? 내분비교란물질은 실제의 호르몬같이 초미량[超微量]이라 존재조차도 몰랐던 것인데 과학의 발달로 그 정체가 서서히 밝혀져 가면서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호르몬의 종류는 광범위하다. 1990년대 들어서서 내분비교란물질의 위해성을 지적하기 시작한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은 자연에 노출된 내분비교란물질의 종류를 67종으로 선정했다. 67종이란 수는 현재까지 색출된 것일 뿐이고 매년 수십만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실험실에서 합성되고 있기 때문에 자연계에 얼마나 많은 수가 존재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한다. 그런 점에서 내분비교란물질을 거론하는 것은 장님코끼리 만지기 격이다.
전자파의 유해성[有害性]도 환경호르몬 못지않다. ‘전자파’(電磁波,Electromagnetic Wave)란 명칭은 전기자기파(電氣磁氣波)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전기 및 자기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전자기 에너지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반복하면서 파도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에 전자파로 불리우는데 전자오븐은 파장이 짧고 주파수가 높은 고주파를 이용한 가전제품이다. 전자오븐의 핵심은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마그네트론[mabnetron]이다. “Magnetron”은 자석(magnet)와 전자(electron)의 합성어로 자전관[磁電管]이라고도 하는데 강한 전자기파를 만들어내는 부품이다.
전자파는 가열하려고 하는 음식물의 물분자를 진동시킬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서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게 된다. “전자오븐으로 조리한 음식이 안전한가?”하는 문제인데 음식물의 탄수화물, 단박질, 지방 같은 영양분이 전자파의 발열작용으로 변질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없으며, 전자오븐뿐만 아니라 조리할 때 음식물을 삶거나 굽거나 튀기는 모든 과정에서 영양소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건강을 크게 해칠 정도는 아니란 것이 현재까지의 정보다. 전반적인 전자기파의 유해성은 판단은 간단하지 않다. 다만 장시간 노출되면 유해하다는 것이 공인된 사항이다. 전자오븐이 작동하고 있을 때 1m이내에 접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압송전선의 전자기파의 유해성 논란도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되며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스웨덴 국립연구소의 키엘 한손 밀드 박사는 암 전문지 ‘유럽 저널 오브 캔서 프리벤션’ 최근호에 게재[揭載]한 보고서에서 뇌종양 환자 1617명과 정상인을 4년간 비교 연구한 결과 오랫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해[2014] 5월에는 일본 도호쿠(東北)대 혼도 쓰요시 교수팀이 “열차나 엘리베이터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전자파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금속 재질의 벽에 부딪쳐 되돌아오기 때문에 다른 승객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핀란드의 다리우스 레스진스키 박사도 휴대전화 전자파가 혈액속 유해물질의 뇌조직 유입을 가능케 하고, 두통 피로 수면장애를 가져올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휴대전화가 생물체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휴대전화의 안테나를 수 분간 머리에 대는 경우, 사람의 뇌세포 온도를 0.1도 정도 높일 수 있으나 매우 약한 수준이기 때문에 조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DNA분자를 파괴하여 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엑스선·감마선과 달리 전파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유기분자의 화학결합을 부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 과학 아카데미(NAS)에서도 전자파를 2B 발암등급(커피 고사리 등 발암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인자)으로 분류하자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견해를 전면 부정해 유해성 여부가 여전히 유보돼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휴대전화 전자파는 아직 커피 수준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수준에도 와 있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 모토로라·노키아·에릭슨 등 휴대전화 업체들을 상대로 진행중인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성과 관련한 소송에서도 아직 주목할 만한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전자오븐이 작동하고 있을 때 가까이서 조리과정을 관찰한다던가, 휴대폰을 머리맡에 놓고 잔다던가, 바지주머니에 휴대폰을 습관적으로 넣고 다니는 것 등 은 위해[危害] 요인임에 틀림없다
전자오븐은 수분을 이용해 음식을 익히는 것이기에 수분을 포함하지 않은 물질은 아무리 돌려도 데워지지 않는 것이며, 그릇은 내열 유리나 내열 플라스틱, 도자기, 종이들을 이용하여야하고, 도자기 그릇도 금박이나 은박으로 싼 것은 스파크가 튀고 위험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용수칙이다. 문제는 가정에서 많이 쓰고 있는 식품비닐랩이다. 랩의 원재료는 크게 염화비닐계와 폴리에틸렌계로 나눌 수 있다. “염화비닐”이니 “폴리에틸렌”이니 하는 것은 화학적인 전문용어다. 석유[石油]나, 석탄, 천연가스 등으로 플라스틱[plastic]이라는 물질을 만들었고 이 플라스틱을 화학변화를 시키며 성질이 다른 많은 물질을 생성하는데 그 중에 폴리에틸렌과 염화비닐이라는 두 종류가 있다. 랩은 이들 두 종류로 만든다. 염화비닐계의 랩은 내열성을 높이거나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안정제, 가소제, 난연제, 곰팡이방지제 등 여러 가지 첨가물이 사용된다. 그럼에도 식품용 랩으로 염화비닐계가 사용되는 이유는 성질이 유연하여 사용하기가 편리하며, 온도가 140~160도를 넘지 않으면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 우려가 된다. 에틸렌[H2C=CH2]을 중합[重合]하여 얻어지는 고분자의 총칭을 폴리에틸렌(약칭: PE)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에틸렌을 단위체로 만든 플라스틱을 폴리에틸렌계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열가소성과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구분되는데,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한번 굳어져도 다시 열을 가하면 녹는 성질을 가진 플라스틱이고,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열에 의해 다시 녹일 수 없는 플라스틱이다. 폴리에틸렌계 플라스틱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속한다.
폴리에틸렌은 가소제[可塑劑]를 첨가하지 않아도 부드럽고 투명하기 때문에 식품포장이나 전자오븐 사용에도 안전하다고 공인[公認]하고 있지만 염화비닐계의 랩이라면 첨가 되었을 가소제, DEHP[di-2-ethylhexyl phthalate]가 부주의로 전자오븐이 과열되었을 경우 작은 알갱이[입자]로 분해될 수 있고, 이 작은 알갱이는 지방성분에 흡착하게 되므로 내분비교란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내분비교란물질은 극미량[極微量]으로도 생체의 발육과 성장 및 각종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분비교란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ppt”가 자주 사용된다. 흔히 100만분의 1라고 해서 “ppm”[parts per million]이라는 단위는 익숙하지만, 1조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의 단위 “ppt”[parts per thousand]는 생소하다. 질량의 무게를 나타내는 피코그램과 비견되는 단위인데, 1pg(피코그램)은 10조분의 1그램에 해당한다. ppm이란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의 단위이다. 곧 1ppm은 0.000001%를 뜻한다. 1ppm은 예컨데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인 수조에 1g의 각설탕을 1개 넣고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설탕의 농도이다.
ppb는 “parts per billion”의 약자로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농도이다. 예를 든다면,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0m인 거대한 수조에 1g의 각설탕 1개를 넣고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설탕의 농도이다. 발암성 등에 대한 연구에서 하루 1킬로그램당 0.1ppg[100반분의 1g]을 쥐에게 투여한 경우 보통 쥐에서는 간암, 폐암, 인두암 등이 발생했고, 임신하고 있는 쥐의 경우 태아에서 소장의 출혈이나 신장의 기형 언청이 등이 관찰되었다. 극미량의 내분비교란물질을 인식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너무나 엄청난 일이 밝혀지니 어쩌랴?
한국전쟁중에 군대생활을 하였던 사람들은 살충제[殺蟲劑] DDT를 기억한다. 1939년 독일 화학자 P.H 밀러가 DDT가 곤충에 미치는 강력한 독성을 발견하면서 해충을 없애기 위한 농약으로 전세계에서 사용되었고, 말라리아와 이질 등의 원인모기를 박멸한 공로를 평가받아 1948년 노벨의학 생리학상을 수상했던 물질이다. 미군이 공급해준 DDT로 이[louse]를 죽인다고 살분기[撒粉機]로 한국군인들의 군복속에 마구 뿌렸다. 그후 동물과 인간에 대한 독성이 밝혀지면서 1970년대 이후 인도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제조와 사용이 금지되었다.
1950년에 V.F. Lindeman과 Howard Burlington은 DDT가 닭에서 성호르몬과 같이 작용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DDT를 처리한 숫병아리가 정상적인 수탉으로 발생하지 못했고, 또한 동물 정소의 성장과 발육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노벨상까지 수상한 DDT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였다,
다이옥신[dioxin]은 환경호르몬의 boss격이다. 탄소 여섯 개가 고리모양으로 결합된 화학구조를 벤젠구조라고 하는데 다이옥신은 두개의 벤젠화합물 고리에 하나나 두개의 산소 원자를 통해 결합하고 있는 화합물 군을 통칭하는 것이다. 다이옥신은 염소가 들어있는 화합물을 태우거나 염소나 브롬을 함유하는 산업공정에서 화학적인 부산물로 생성되고, 산불이나 화산 등의 자연현상에서도 발생하며, 그 종류도 210여 가지에 이른다. 그중 2,3,7,8-다이옥신의 대한 연구에서 발암성이 확인되었고, 체내에서 갑상선호르몬과 성호르몬의 농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이옥신은 치사량이 0.15g인 청산가리의 1만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진 맹독 물질이다. 다이옥신 1g이면 2만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물질은 잘 분해되지도 않고, 용해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극히 적은 양이 흡수됐다고 해도 점차 몸속에 축적돼 각종 후유증을 일으킨다. <전자파[電磁波]와 환경호르몬-내분지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 문제(2)에서 계속>
박광하(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박광하 칼럼 – 전자파[電磁波]와 환경호르몬: 내분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 문제(1)](https://chedulife.com.au/wp-content/uploads/hormon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