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진로교육[進路敎育]에 관하여
진로[進路]의 뜻이 “나아가는 길’ 이며 진로교육하면 교육의 근원적인 내용으로 일생을 통해서 하는 일, 모든 것을 일컫는 개념이다. 진로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 흥미, 소질 등을 계발[啓發]시켜서 그에 알맞은 직업을 선택하여 성공적으로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진로교육(career education)이란 말은 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말이며 이전에는 직업교육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주로 고등학교 수준에서 특정한 직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기능 훈련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사용 되여 특정한 직업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었다. 현대사회 속에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직업생활뿐만 아니라 생애문제 전반에 관하여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진로교육이란 말은 직업교육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생애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진로교육이 학교 교육과정만으로 그쳐서도 안 되고 졸업 후에도 직업사회와 연계하여 성인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이루어 져야 할 교육체계이다. 나날이 직업이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고 있기에 더욱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한국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진로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초등학교부터 ‘자유학기제’라고 하여 다양한 직업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직업에 관한 관심을 유도하고 직업 및 진로 체험 센터 방문, 관련 책 읽기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적성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특색 있는 교육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처음 부임한 학교는 사립 농고 이었으며, 60년대 후반에,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로 이농[離農] 현상과 함께, 농고[農高] 존립도 어렵게 되자, 70년대 초반에, 인문계 고교로 전환 하였으나 인문계 고교의 과제인 우수대학에 진학률을 높이기는 참으로 여려 울 수밖에 없었다. 150여명의 졸업생 중 많아야 10% 정도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 할 수 있었으며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나머지 90%의 졸업생의 진로가 막연할 수밖에 없었다. 우수대학의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는 명성 있는 학교라도 비 진학생의 진로 문제로 현재도 고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교가 명문대학 합격생 배출을 지상의 목표로 하였을 뿐, 진로교육은 전무하거나 형식적이었다는 것을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진로개척이나 직업선택에 관해 배운 일이 없이, 급료나 돈벌이가 있으면 직업이며 일이라는 관념으로 살아온 세대가 대부분이라, 직업에 관한 관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해 어느 연구결과를 보면 부모와 고등학생 자녀의 선호 직업은 자녀, 부모 모두 1, 2위로 교사, 공무원을 꼽았으며 대학생의 약 61.5%가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 했다고 한다. 부모에 의해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부모들의 30-40년 전 직업 패러다임을 아이들에게 강요한 결과일 수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직업의 종류가 한국이 1만개가 넘고 세계적으로 2만개가 넘는다고 보고 있으며, 초등학생이 50개, 중고등 학생이 70-80개, 대학생이 150개 정도의 직업을 알면 적성에 맞는 직업 선택을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알고 있는 직업의 종류가 30개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60년대에, 친구 하나가 유명법대 졸업 후 S은행에 취직이 되었는데 그의 사무실에 찾아 갔더니 서투르게 주판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는 은행원이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얼마 근무하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것을 보았다. 기업체가 신입사원을 학벌 위주로 뽑았으나 6개월을 못 버티고 퇴사 하는 사례가 많아 이 방식을 버리고 있다고 한다. 성실하고 자기 비전이 뚜렷한, 창의성 있는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대학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여 학력보다 문제 해결능력, 리더십, 봉사심, 창의력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려 하고 있다. 어느 친구가 한국인의 IQ가 세계의 1위라는 기사를 이메일로 보내 왔다. 한국인의 IQ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도 있다. 학업성취도가 핀란드 다음으로 2위이고 중고등학생들의 공부시간이 1위이며 세계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거의 정상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학생들의 학습흥미도, 행복지수 등은 최하위 이다, 어느 해인가 미국의 하버드대학 낙제생, 10명중 9명이 한국 학생이었다는 기사도 있었다. 진로교육의 부재이거나 잘못된 진로교육의 결과인 것을 통감해야 한다.
호주의 고학년 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거의가 아르바이트로 직업세계를 체험하게 되는 것 같다. 대학에 재학 중인 손자, 손녀가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고2인 이웃집 여학생이 Child Care에서 일한다며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것을 보고 있다.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일에 관해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학교에서 학습하는 것 이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영국은 2004년부터 14-16세의 학생들이 일 관련 학습을 경험 하도록 법률을 공포 하였다고 한다, 일을 통해 배우고(learn through work), 일에 관해 배우며(learn about work), 일을 위해 배울 수 있도록(learn for work) 한다는 것이다.
진로교육이 잘되면 교사다운 교사, 공무원, 사업가, 예술가, 정치인 등, 그 직업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똑바로 알고, 행복한 삶은 물론, 바른 사회를 열어가는 인재[人材]를 길러 낼 수 있을 것이다. 진로교육에 관하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 하여야 할 때이다.
박광하 (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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