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포식자[捕食者]의 우산[雨傘-umbrella]
한국인은 포식자 하면 KBS의 인기프로인 “동물의 왕국”의 영향으로 아프리카의 사자나 하이아나를 연상할 것이다. 한국에는 아프리카의 사자와 겨루어도 호락호락 하지 않을 호랑이가 있었다. 기록을 보면 1900년대 초중반까지 소수이긴 하지만 한반도에 호랑이가 있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반도에 호랑이가 없다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호랑이는 자연생태계의 포식자로서 중요한 역할이 있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상호간에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 식물과 미생물까지 그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상생하게 된다. 따라서 그중 한 요소라도 사라진다면 연쇄적인 죽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최종적으로는 우리 사람들까지도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호랑이는 생태계에서 최종 포식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가 넓고 종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는 특성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일찍부터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는 호기심을 끌기 위한 사업이기 보다는 자연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회생시키기 위한 사업[project]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극동의 연해주와 하바르브스크주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약 4-500여 마리의 호랑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밀엽을 단속하고 환경조성을 하는 내용이다.
야생늑대와 곰의 복원을 통해 생태계를 살려낸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의 사례가 있다.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회색 늑대를 복원한 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서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늑대의 주[主] 먹이감인 말코사슴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말코사슴의 숫자가 줄어드니까, 말코사슴이 뜯어 먹어 자라지 못하던 풀과 나무들이 무성해지는 둥 생태계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늑대가 사냥하고 남기는 말코사슴의 주검은 회색 곰부터 까치까지 청소담당의 동물에게 생명의 양식이 되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굶주린 말코사슴이 폐사하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굶주릴 수밖에 없던 참이었는데 늑대는 그들에게 구세주가 된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는 식물이 저장하는 탄소의 양을 늘려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한편, 이상기후의 영향을 완충하는 구실까지 하게 된다는 분석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환경관계 실무자들은 옐로우스톤의 늑대처럼 그의 서식영역안의 생태계의 균형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를 우산종[umbrella species]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우산종인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 및 개체수의 감소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사례는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사자와 표범이 줄어들자 개코원숭이가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7가지 환경요소가 연관된 것을 확인하였다. 한국에서도 판에 박은 듯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최상위 포식자가 없는 산과 숲에서 멧돼지, 고라니, 노루떼들의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산과 들의 식물성 먹이감을 바닥내고 농작물에 달겨 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차위[次位] 단계의 포식자를 보호하고 복원 시키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야생여우나 반달곰의 야생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간 포식자인 담비를 보호하려는 사업이다.
한국의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2013]에 최태영 연구사가 4년간에 걸친 야생 담비의 생태 조사결과를 발표해서 뉴스의 초점이 되었었다. 원격무선 추적장치, 무인센서카메라, 배설물조사 등을 통해 먹이 분석을 한 것이다. 발표한 내용을 보면 담비의 먹이감은 대형포유류인 멧돼지, 고라니를 비롯해서 청설모, 다람쥐, 두더지, 말벌 등 동물성 먹이가 50.6%고 머루, 다래, 벚지, 감 등 식물성이 49.4%였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경우 단비 한 무리[3마리]가 연간 고라니나 멧돼지를 9마리 정도 사냥한 것으로 분석했다. 남한지역에 약 2000마리의 담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면 고라니나 멧돼지를 연간 약 6300여 마리를 사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설모는 75마리, 말벌도 전체먹이의 2.4%로 나와 있다. 이들은 모두 농작물의 피해를 주는 동물들이다. 무선추적결과 담비의 행동권은 22.3-59.1km2으로 멧돼지 5.1km2, 오소리 1.2km2보다 훨씬 넓어 생태계의 우산종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였다. 몸길이가 60cm 안팍의 담비가 빠른 동작으로 멧돼지나 고라니의 등에 올라타 눈과 귀들을 물어뜯어 쓰러 뜨린 뒤에 여러 마리가 공격해 제압한다고 한다.
우산종과는 다른 개념의 핵심종[核心種, Keystone species]이 있다. 한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수달이 대표적인 예[例]라고 할 수 있다. 1급수에만 사는 수달은 한국의 하천에서 살기가 어려워졌다. 수달은 하천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종다양성 등 생태군집을 균형있게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달은 수생태계[水生態系]의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은 하천생태계의 종 다양성 등 생태군집을 균형있게 조절하고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와 같은 역할이 있는 생물종류를 핵심종이라고 하는 것이다. 수달은 한국의 민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외래종[外來種]인 불루킬이나 배스까지도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 되면서 보호에 더욱 힘을 쓰게 되었다.
지난달 원주지방환경청은 고성군의 봉포호와 천진호에세 민물생태교란종인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제거하기 위해 가물치 100마리를 방류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위해 어류의 인위적인 포획 방법이 아닌 포식자를 이용한 생태학적 방법이며 가물치의 역활이 확인되면 핵심종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생태학 용어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이 있다. 핵심종 처럼 생태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환경보전의 상태를 나타내거나, 대표가 될 수 있는 동식물 종이다. 경북 울진군에 금강산 못지않은 빼어난 경관[景觀]으로 알려진 왕피천 계곡의 깃대종 2종류가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Nemorhaedus caudatus]과 금강소나무다. 산양은 다른 동물의 접근이 어려운 절벽과 절벽사이나 동굴 등에 서식하면서 생존해 가고 있다. 금강소나무는 유전형질이나 수형, 재질 등이 세계적 명목으로 손색이 없으며 강원, 울진 지역의 고유종으로 자연유산을 등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무이다.
이 밖에 한국의 깃대종으로 홍천의 열목어, 거제도의 고란초, 전북 무주와 덕유산의 반딧불, 태화강의 각시붕어, 부천의 복사꽃, 담양의 대나무, 청양의 수리부엉이, 일반 할미꽃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정선의 동강 할미꽃 등이다. 지구온난화와 함께 깃대종이 위협받고 있다. 생태계가 급속도로 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곤충이나 물고기가 자기가 살던 서식처를 이탈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꽃매미인데 이것은 원래 중국남부에서 서식하다가 기온이 점차 올라가자 한국에까지 이동해온 것이다. 꽃매미들이 대량 번식해도 천적이 없기때문에 막을 길이 없는 것이며, 꽃매미의 기주식물인 수많은 나무들을 고사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한국의 환경변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70여 년전 어린시절에 호랑이나 늑대같은 최상위의 포식자는 보지 못했지만 하위 포식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살괭이, 독수리, 발에 채이다 시피 많던 뱀종류, 쪽제비, 매, 물총새, 개구리 등등. 우산종은 고사하고 새로운 깃대종과 핵심종을 보존하려고 발버둥 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공동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31종의 최상위 포식자들 중 75%는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고 17종은 그들의 서식 분포가 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31종의 가장 큰 포식자들의 생태학적 기능과 보전 상태에 대해 국제적 논의가 필요 하다는 견해를 제기 한일이 있다.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서 육식동물인 포식는 그 활동범위가 좁아지면서 개체 수가 줄어 들 수밖에 없다.
호랑이 사자같은 포유류 포식자가 자연환경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위험에 처한 처지가 되었다. 지난 약 2세기 동안 개체수 감소와 분포 범위 축소를 통해 궁지에 몰려 멸종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큰골격과 내온성[혹은 항온성-endothermy]을 유지하기위해 많은 양의 먹이로 에너지와 체온에 적합한 드넓은 서식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식자들은 인간 그리고 가축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불가항력[不可抗力]일수 밖에 없다. 생태학에서 포식자의 역할을 “포식자 매개 공존[predator mediated coexistence]”이라고 표현한다. 포식자가 없어지면 뒤 따라서 살아지는 것이 나타나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슈바이쳐 박사의 생명외경[畏敬]의 철학을 떠 올리게 한다. 그는 길가에 잡초하나라도 함부로 짓밟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생명외경[畏敬]이 자라나고 이것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세계 및 인생 긍정[肯定]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 대신고 교감, 전 수원 계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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