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이민교회교육: 영어냐, 한국어냐
지난 10여 년 동안 이민교회교육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은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 신앙교육을 영어로 해야 하느냐, 한국어로 해야 하느냐의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매우 현실적인 질문이면서, 동시에 매우 비현실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소통과 관계에 있어 언어가 갖는 영향력은 막대하기에 대체로 영어가 편한 자녀들에게 영어로 신앙교육을 하는 것이 맞겠으나, 자녀의 이중언어능력, 부모와의 소통, 균형 잡힌 정체성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교회에서만큼은 한국어로 교육했으면 하는 부모들의 고민이 담겨있는 질문이라는 점에서 이민교회현장의 현실을 담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기독교교육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질문 안에는 언어문제가 이민교회교육의 핵심이고, 언어문제만 해결되면 양질의 기독교교육을 할 수 있다는 믿음,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기독교교육을 teaching 으로 동일시하는 협소한 기독교교육개념 위에 근거합니다. Teaching 은 기독교교육을 위한 하나의 주요 방법일 뿐이며, teaching 외에도 다양한 통로들이 있고, 이 통로들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많은 이민교회들은 언어문제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매몰되어 왔습니다. 이는 교육철학이나 교육과정과 같은 기독교교육 파운데이션을 어렵다고 그냥 지나쳐버린 데서 오는 교육파편화의 현상이기도 합니다.
언어문제만 해결한다고 양질의 기독교교육이 자동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우리의 질문은 더 구체화돼야 합니다. 사실 영어냐, 한국어냐는 질문은 이분법적으로 하나를 골라야 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컨텍스트에 맞게 둘 다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이 때의 목적은 당연히 언어사용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적은 학습자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여 양질의 신앙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어문제 이상을 넘어가지 못합니다.
호주의 한 한인교회 이야기입니다. 이 교회가 창립30주년을 맞이하여 교육 심포지움을 열었는데 주제는 ‘2세 신앙교육에는 EM 이 적절한가, KM 이 적절한가?’ 였습니다. EM이냐, KM 이냐를 놓고 학부모와 교사들이 양 진영으로 나눠져서 열띤 토론을 벌였고, 끝내 결과를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창립3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역사책에서 저는 놀라운 내용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10년 전, 교회의 창립20주년 때도 똑같은 교육 심포지움이 진행되었는데, 그 때도 찬반논쟁만 무성하다 결과 없이 끝이 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때, 제 뇌리에 한 질문이 떠 올랐습니다. ‘이 교회는 10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저의 문제의식은 그 토론의 결과가 같았다는데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10년 전이나, 후나 질문이 똑같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는 질문만 했지, 이 질문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연구가 없었다는 방증입니다. 전문적인 고민과 연구를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연속성 있게 교육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이런 것들이 data 로 기록되면, 질문이 조금씩 구체화됩니다. 질문이 구체화돼야 컨텍스트에 맞는 구체적인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언어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즉 기독교교육을 teaching 으로 보는 잘못된 이해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2세에 대한 제한된 이해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의 2세를 10-20년 전의 2세 이해를 근거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영어가 그들에게 편한 것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컨텍스트는 매우 상이합니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2세들은 포스트 강남스타일 세대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한류중흥시대에 살고 있고, 이는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연결됩니다. 한국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K팝이나, K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발달된 디지털미디어로 인해 한국대중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 또한 교육적으로 한글미디어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아이들의 이중언어능력의 월등한 향상을 의미합니다.
박사학위연구의 한 방법론으로 저는 16명의 호주 한인2세 청소년들을 심층인터뷰 했습니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다양한 언어선호도를 보였습니다. 다수의 친구들이 교회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균형 있게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언어선호도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국미디어 콘텐츠를 즐겨보고 있었습니다. Secondary 고학년일수록 영어선호도가 높았지만, 학년이 내려갈수록 한글도 편하다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초등학교로 갈수록 이중언어가 편한 아이들의 비중이 높아질 것입니다. 앞으로 이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는 학생들이 단지 아직 어리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문화가 바뀌었다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이제 이민교회는 더 이상 언어문제에만 갇혀있어서는 안됩니다. 오늘날의 2세, 특히 우리 교회의 2세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가르치고 양육하려는 신앙이란 무엇인지 또한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중문화, 다문화라는 컨텍스트에서 자라는 우리 자녀들의 다양한 삶의 이슈들 또한 연구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기성세대가 살았던 아날로그시대와는 소통/학습/삶의 방식 등이 전혀 다른 디지털세대들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질문은 더욱 구체화될 것이고, 우리의 기독교육적 노력도 조금씩 컨텍스트에 맞게 될 것입니다.
*박종수 소장은 장신대 및 동대학원 (BA, MDiv)에서 공부하였고, 장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직후 호주로 건너와 6년 동안 이민교회의 현장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이민교회 현장경험을 토대로 멜번신학대학교 (University of Divinity, MCD) 에서 ‘이민교회교육 페다고지’연구로 MTheol을, ‘이민교회교육 커리큘럼’연구로 PhD 를 취득하였습니다. 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 (이교연, ACME) 는 이민교회들이 건강한 신앙공동체 되어 2세를 비롯한 차세대들을 주님의 제자로 양육할 수 있도록 섬기는 비영리 교육전문기관입니다.
박종수 목사 (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장, PhD)
이교연(ACME) 페이지: www.facebook.com/acmechu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