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2세들의 이중적인 정체성 형성
한인 2세들은 호주라는 다문화사회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갑니다. 호주와 한국 문화 사이 어디쯤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다듬어갑니다. 2세들의 정체성 형성은 이중적으로 진행된다는 데에 특징이 있습니다. 2세들의 이중 정체성 형성은 개인 정체성 형성과 민족 정체성 형성으로 이루어집니다.
개인 정체성 형성은 에릭 에릭슨이 주장하듯이 십대 중, 후반에 일어나는데, 이 때는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을 버리는 모라토리움 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기존의 사고와 삶을 거부하는 혼돈의 기간을 거치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2세들의 개인 정체성 형성은 보통의 청소년들보다 훨씬 복잡한데 이는 그들이 ethnic minority 이기 때문입니다. Ethnic minority 로서 겪는 인종 차별과 문화적 편견 등은 그들의 개인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죠. 또한 부모세대의 한국문화와 언어의 강조 그리고 이로 인한 부모세대와의 갈등 또한 개인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문화와 가치, 그리고 한인공동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것이 민족 정체성입니다. 건강한 민족 정체성을 가진 2세들은 호주 문화와 한국 문화를 균형 있게 받아들여서 문화 간의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합니다. 이는 개인 정체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서 사회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반면, 자신의 인종적/문화적 백그라운드를 부정하거나 도외시하여 적절한 민족 정체성을 갖지 못한 2세들은 계속적인 문화 충돌과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되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확신과 상관없이 그들이 갖는 피부색으로 인해 주류 사회에서 “참 호주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Racial Categorisation 이라고 부릅니다.
교회와 가정은 그들의 이중적인 문화와 삶의 자리, 이중 정체성 형성이라는 독특성을 고려하면서 그들을 교육하고,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이들의 상황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하여 그들의 라이프 컨텍스트와 상관없는 교육이 행해진다면 그들은 자신의 마음 문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독교교육을 복음의 전파, 인간의 응답, 삶의 변화가 어우러지는 전 과정이라 할 때, 이 전 사건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어납니다. 따라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은 건강한 기독교교육이 갖춰야 할 교육적 전문성입니다.
그런데 이민 교회들의 교육현장을 보면 교육의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여전히 많은 한인교회들은 1세 중심의 한국문화를 강조하는 단일문화 교육을 하고 있고, 심지어 교회교육 목표 중의 하나를 한국언어와 가치를 가르치는 것으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2세들의 민족정체성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오직 영어와 호주 문화만을 강조하는 것도 건강한 접근이 아닙니다. 소수민족으로 호주에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종 차별과 문화적 편견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2세 자녀들, 그 가운데 이중적인 정체성 형성이라는 복잡한 성장과정을 거쳐야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우리의 교육은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박종수 목사(호주 이민교회교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