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칼럼
JS 2세 보고서(6) 한국 유학생들과의 관계
2세 인터뷰 참가자들이 언급한 한인교회에 적응하기 힘든 또 하나의 주요 요인은 한국 유학생들과의 관계이다. 한인교회 내에서 한국 유학생들과의 관계는 대부분의 2세 학생들, 특히 한국어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여 학생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난 10여년 사이 많은 한국의 중, 고등학생들이 호주로 유학을 왔고 상당수의 학생들이 한인교회에 정착을 하였다. 평일에도 학교에서 영어를 쓰는데 주일만큼은 한국어로 예배드리고 싶은 바램이 주된 이유이다. 최근 들어 호주 환율의 가치상승, 이민법 변경, 한국의 경제침체 등의 외부 요인들로 한국의 조기유학생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한국 유학생들은 끊임없이 한인교회에 정착하고 있다.
호주 한인이민의 역사가 짧다 보니 한인2세들의 비율이 높지 않기에 영어목회를 하고 있는 소수 한인교회 학생부를 제외하면 한국 유학생들의 수가 다수를 차지하는 교회가 많다. 본 연구에 참여한 네 개 한인교회의 경우도 영어목회를 하고 있는 남동부교회 학생부를 제외한 세 개 학생부에서는 한국 유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북부교회와 동부교회 학생부에서는 70퍼센트 이상의 학생이 한국 유학생이었고, 중부교회 학생부에서는 한국 유학생이 약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남동부교회 학생부에서는 2세 학생의 비율이 약 60퍼센트 정도였다. 2세 학생들이 과반수를 넘는 남동부교회 학생부의 경우도 유학생들이 40퍼센트나 차지하고 있기에 작지 않은 수가 영어목회에 적응하고 있었다. 한국 유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세 개 학생부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남동부교회 학생부에 출석하는 2세 학생들도 유학생들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양 그룹간의 불편한 관계는 서로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한국어가 불편한 2세 학생들이 유학생들이 다수인 학생부에 다닐 경우에 더 큰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양 그룹간의 불편한 감정과 관계는 주로 언어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2세 인터뷰 참가자들은 한국 유학생들과의 가장 큰 차이로 한국어 능력을 꼽았다. 많은 2세 학생들이 유학생들과 비교하여 자신들의 한국어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였고, 유학생들과 대화할 때 한국어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어가 서툰 2세들의 경우에는 유학생들과의 대화 자체를 즐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상은 한국어 사용을 강조하는 교회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여기에다 서로 다른 성장 경험에서 오는 문화와 가치관, 그리고 선호도 차이는 2세 학생과 유학생이 깊은 친구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은 영어도 능통하고 오랫동안 호주에서 유학한 친구들의 경우엔 호주 문화에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2세와 유학생이라는 삶의 자리가 갖는 간격을 넘기가 쉽지 않다. 연구에 참여한 네 개 학생부도 이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집에서 부모와 한국말로 대화하거나 학생부에서 한국어 설교를 이해하는데 거의 문제가 없는 친구였다. 그러나 크리스는 한국 유학생들과는 절대 한국말로 대화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였다. 자신의 한국어가 유학생들처럼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는 한국 유학생들과 어떤 문화적인 차이를 느낀다고 답하면서도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 결과적으로 크리스는 언어 문제와 함께 유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유학생들과 관계하지 않고 있었다.
닉은 14명의 2세 인터뷰 참가자 중에서 가장 한국어가 서툰 학생 중의 한 명이었다. 그의 서툰 한국어 능력은 한국말을 주로 하는 유학생들과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닉이 출석하는 북부교회 학생부의 경우 한국 유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닉은 학생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였다. 그는 한국 유학생들과 친해지기를 원했지만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유학생들과 친구되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이처럼 많은 2세 학생들은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한국 유학생들과 친해지기 어렵고 또한 불편하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모든 2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 유학생들과 좋은 친구관계를 만들어가는 2세들도 적지 않다. 인터뷰에 참여한 2세 학생들의 경우도 한국 유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챨리는 한국어 사용을 장려하는 교회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아서 한국어 실력이 늘고, 또 한국 유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게 된 경우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챨리는 여느 2세들처럼 영어가 더 편한 친구이지만 동부교회 학생부에 참여하면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고 고백한다. 여전히 영어가 더 편하고 또 자신감이 있지만 한국어로 교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무언가 모를 친밀감을 느낀다고 대답하였다.
“학교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요. 그러나 한인교회 친구들하고 있을 때가 더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영어로 제 속 얘기를 하는 것보다 한국어로 제 고민을 나눌 때 좀 더 가족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어가 더 편하고 익숙하지만 한국어는 내 언어라는 느낌이에요. 제 한국어 표현은 제한적이지만 한국어를 말하고 있을 때는 집에서 말하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죠. 영어는 모국어지만 친밀감으로 따지자면 한국어보다 못해요.”
이안 또한 교회에서 유학생들과 지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은 외향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유학생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하였고, 그래서 한국말도 많이 늘었다고 진술하였다. 자기 또래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청년부 유학생들하고도 친하게 지낸다고 말하면서, 그들과의 교제를 통해 한국 문화와 가치들을 배우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하였다.
챨리나 이안처럼 한국 유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2세 학생들의 공통점은 한국말에 어느 정도 능통하고 유학생들에게서 한국 문화 배우는 것을 즐기며, 외향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 또한 출석하는 교회가 한국어 사용을 장려하여 한국어 사용기회가 많고 이를 통해 한국어 실력이 향상된 친구들이다. 반대로 한국어가 서툴거나 한국어 사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들은 유학생들 앞에서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한국말 사용을 꺼려하고, 이로 인해 유학생들과의 만남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경우엔 해당 교회의 한국어 사용 장려 분위기가 오히려 이들에게 독이 되어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반면, 영어목회를 하는 남동부교회 학생부에 출석하는 학생들의 경험은 한국어 학생부에 다니는 학생들과는 달랐다. 남동부교회 학생부에서는 영어가 주요 언어이고 2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부와 달리 한국 유학생들이 학생부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경우였다. 그럼에도 2세 학생들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불편해 했는데, 유학생들은 자신들과 성장 경험도 다르고 문화적 취향이나 가치관도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박종수 목사
(이교연 소장, 오션그로브연합교회담임, P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