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아동과 청소년 보호, 우리 모두의 책임
어린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끼며 마음속에 깊이 담아 둡니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관심을 갖고 있는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를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어린 시절 부모와 양육자로부터 받은 경험은 한 사람의 인격과 대인관계,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뿌리가 됩니다. 건강한 사랑과 돌봄은 평생의 자산이 되지만, 반대로 상처와 학대의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정신건강과 인간관계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한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중요한 책임입니다.
호주 사회는 아동 보호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2017년 호주 왕립조사위원회(Royal Commission)는 종교기관을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발생한 아동 성학대 사건들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신뢰받아야 할 기관들에서 학대가 발생했고, 일부는 기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아픈 역사를 통해 호주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원칙과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이제 학교나 병원의 교사와 의사뿐 아니라 교회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돌보는 교역자와 주일학교 교사,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아동 보호의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회와 종교기관 역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아동 관련 범죄 경력을 확인하며, 정기적인 아동 보호 교육과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NSW는 2025년 4월, 퀸스랜드는 2026년 3월
많은 사람들이 아동 학대를 신체적 폭력이나 성학대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동 학대에는 정서적 학대와 방임도 포함됩니다. 아이를 반복적으로 큰 소리로 꾸짖거나, 위협하거나, 비교하거나, 편애하거나,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행동은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 필요한 의식주와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것 역시 방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당시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어린아이들을 특별히 존중하셨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고,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보호와 존중의 대상일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보여줍니다.
오늘날에도 어린아이, 여성, 노인, 장애인처럼 스스로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학대와 차별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 갈 주인공들입니다. 사랑과 존중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이 되어 가정과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 이후, 보육시설의 안전 시스템 강화와 CCTV 설치 확대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아동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고, 건강한 조직 문화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함께 마련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한인 이민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되어 왔고, 지금도 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교회 안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단순히 신앙을 가르치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힘써야 할 것입니다.
호주카리스대학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감당하기 위해 교회와 비영리기관, 한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보호 교육과 정책 수립을 무료로 지원하며 안전한 공동체 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은 특정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세워 가야 할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문의: info@accu.edu.au / 0402 140 905

서미진 박사
(호주카리스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