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이원준 / 작은씨앗 / 2008.5.6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 『무명저고리와 엄마』 『한티재 하늘』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어른들의 가슴에도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긴 동화작가, 권정생의 일대기이다. 그는 한평생 모진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 정진했다.

– 목차
1. 소년의 꿈
가슴에 품은 동화책
아름다운 유년의 골목에서
이별의 시작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2. 떠도는 삶, 그 길에 놓여진
떠돌이 소년의 꿈
슬픔과 아픔의 세월
거지처럼 살아도
또 어디로 가시나이까?
3. 종지기가 울리는 동심의 소리
‘강아지 똥’처럼 뒹굴며 살다가
삶과 문학의 동반자들
몽실아, 몽실아, 뭐하니?
피를 찍어 글을 쓰다
4. 동화나라로 간 종지기 아저씨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끝없는 시련 속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평화의 나라를 꿈꾸면서
권정생 작가의 생애
– 저자소개 : 이원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으며, 1991년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소설가이다. 주요 저서로는 에세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주는 책』과 『행복한 씨앗』 등이 있으며, 청소년 평전 『큰 의사 노먼 베쑨』과 『날개의 꿈 이상』을 펴낸 바 있다. 현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네 번째 평전과 일상 속에서 거듭나는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를 집필 중이다.

– 책 속으로
배가 몹시 고파왔다. 아무 집에나 들어가 밥이라도 얻어먹을까 생각했지만 정생은 단단히 각오를 하듯 고개를 내저었다. 단순히 한 끼 때문에 구걸을 할 바에야 철저한 거지가 되자는 생각이었다. (중략) 먹을 것이 생기면 지나가던 다른 거지를 불러 건네주기도 했다. 특히 거지가 된 아이들을 만나면 대신 구걸을 해서 그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그들을 놔두고 돌아서는 정생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혼자 속으로 울었다. 그래서 며칠 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그동안 깡통에 채운 것들을 나눠주었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깡통에 든 음식을 정신없이 먹어치운 한 아이가 각설이 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숟가락으로 동냥 깡통을 두들기며 아이들은 또 먹는 타령이었다. 거지가 된 아이들의 눈에는 온통 먹을 것밖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정생 역시 극도의 배고픔으로 지쳐 있었지만 그런 아이들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정생이 힘들게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선창하자 처음에는 멋쩍어하던 아이들도 하나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정생은 속으로 흐뭇했다. 부모를 잃고 혹은 가난으로 거리에 내몰린 채 거지로 살아가는 아이들. 하지만 아직 그들의 마음에는 동심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정생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들판을 달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모든 것이 혹독한 시련이었지만 자신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힘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마다 거지들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그 수많은 거지들 속에서 정생은 더욱 헐벗고 지쳐가는 영혼으로 남겨지기를 원했다.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믿고 보다 철저한 밑바닥을 체험하고자 했다. — 본문중에서

– 출판사 서평
1937년 일본 혼마치의 뒷골목에서 가난한 집의 넷째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누구보다 여린 심성으로 세상을 밝고 희망찬 곳으로 바라보던 아이. 동화작가 권정생은 자신의 작품 속 인물들처럼 그렇게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태어났다.
해방과 동시에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잠시 일본에 더 머물겠다던 두 형과는 영원한 이별을 하고, 헤어 나올 길 없는 가난 때문에 남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거지 생활을 하며 전국 각지를 떠돌다 평생 동안 목숨을 위협하는 병을 안게 되며, 가족과 재회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한평생 온갖 고생에 허덕이며 살아온 부모님을 하늘로 보냈다.
동생을 장가보내고 다시 혼자가 되어 시골 작은 교회 종지기로 일하며,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불태운다.
삶을 위협하는 병마와의 싸움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스스로 거름이 되어 세상에 꽃 피우기를 갈망했다.
권정생의 일생을 읽다 보면 세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진 시련이 다 그를 찾아간 것만 같다.
그러나 그 절망에도 굴하지 않고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아이들로 인한 희망을 엿보았으며, 그들을 위해 글을 쓰고 숨을 쉬었다.
마지막 숨이 사그라지는 순간까지도 이 땅 아이들을 위한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작품의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며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유언을 남긴 사람.
평탄치 못했던 삶을 통해 낮은 곳에 있는 존재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던 그의 목소리가 작품을 통해 여전히 우리의 가슴에 울리는 한 그는 진정한 동화작가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삶 속에 작품이, 작품 속에 삶이 녹아든 사람
권정생 작가의 동화는 그래서 가슴으로 읽게 된다.
평생을 가난과 병마와 싸웠으며 힘없고 소외된 존재로 살아온 작가가 담아내는 이야기는 그의 삶을 아는 모든 이에게 자전적 이야기로 다가온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보잘것없는 존재들, 그들이 겪은 아픔과 질곡의 세월은 권정생 자신의 경험이요 설움이며, 여전히 우리가 눈길을 두지 않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다.
생명과 자연을 주제로 글을 써온 권정생은 아이들이 자연과 부대끼며 숨 쉬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어른들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동화를 읽어야 하니 얼마나 짜증이 나겠냐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숙제하느라 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는 어린이들에게 책까지 읽으라고 하기조차 미안하다던, 하지만 살기 힘든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동화읽기도 필요하니 ‘아주 조금씩 꼭 읽고 싶을 때’만 읽으라고 당부를 하던 여린 마음의 그를 읽다보면 이 시대 마지막 순수라 부르고 싶어진다.

.권정생의 작품 속에서 빛나는 존재들
권정생 작품만의 특징은 작품 속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손가락질 받는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더럽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비웃음 받았지만 자신의 온몸을 녹여 거름이 됨으로써 민들레꽃을 피운 「강아지 똥」, 가난과 전쟁, 붕괴된 가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의 의지를 보여줬던 『몽실 언니』, 다리가 불편한 ‘길 아저씨’와 앞을 못 보는 ‘손 아저씨’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불행한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길 아저씨 손 아저씨』 등 눈물과 고통, 그러나 진실함 속에서 탄생한 권정생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힘없고 보잘것없는 존재들로 세상에서 소외되고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권정생의 글 안에서 하나의 아름답고 가치 있는, 희망을 머금은 존재들로 빛난다.
권정생의 작품에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하나의 삶이 담겨 있으며 이 세상에 이유 없이, 가치 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누구보다 강한 신념으로 글을 쓰고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권정생의 가쁜 삶을 읽노라면 “다른 사람들은 잉크로 글을 쓰지만 권정생은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던 아동문학가 이오덕의 한 마디가 가슴에 깊이 박혀온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