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 불가능한 만남
자크 데리다 외 / 길 펴냄 / 2009.3.31
– ‘마르크스의 유령들’ 논쟁 전개 과정
‘마르크스의 유령들’ 출간 이후 전개된 논쟁의 전후 과정을 온전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책으로,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데리다 사이의 대화의 장으로서 출간했던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Ghostly Demarcations, 1999)라는 책에 실린 글들을 뽑아서 엮은 것이다.
유령론을 옹호하여 논쟁의 시발점이 된 데리다의 글과 그에 대응하는 네그리와 마슈레, 그리고 데리다의 유령론을 다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아마드의 글들을 차례로 수록하였다. 그리고 2부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들에 대해 답변을 하는 데리다의 글들을 수록하였다. 이를 통해 공산주의국가의 몰락 이후 마르스크주의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위한 세계 석학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 현대철학 논쟁사에 한 획을 그은 자크 데리다의 유령론!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 불가능한 만남?’.
이 책은 ‘마르크스의 유령들’ 출간 이후 전개된 논쟁의 전후과정을 전달하고자 번역, 출간된 책이다. 미국의 문학이론가였던 마이클 스프린커가 영미권 및 유럽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데리다 사이의 대화의 장으로 출간했던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라는 책에 실린 글들을 뽑아서 묶었다.
자크 데리다가 1993년 출간한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그의 저서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현대의 자유주의를 비판하려고 일방적으로 마르크스의 정신과 사상을 옹호하지 않고 대신 현재의 정치제도가 무엇이든지간에 유령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항구적인 요인들이며 그런 유령들과 모종의 화해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유령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 제1부의 글 세 편은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에 실린 아홉 편의 글 중에서 옮긴이들이 선정한 것이며, 제 2부의 ‘마르크스와 아들들’은 그 아홉 편에 대한 데리다의 총괄적인 답변으로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에 실렸다가 나중에 프랑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을 번역한 것이다.
○ 목차
해제 : 마르크스주의와 해체의 불가능한 만남? 5
제1부 『마르크스의 유령들』에 대한 비판
제1장 유령의 미소 ― 안토니오 네그리 27
제2장 탈물질화된 마르크스 또는 데리다의 정신 ― 피에르 마슈레 51
제3장 데리다를 화해시키기. ‘마르크스의 유령들’과 해체적인 정치 ― 아이자즈 아마드 71
제2부 마르크스와 아들들
서론 ― 티리 브리오 119
마르크스와 아들들 ― 자크 데리다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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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1930년 알제리(Algérie)의 수도 알제(Alger)의 엘비아(El-biar)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프랑스 시민권자로 태어나 불어로 교육을 받으며 지역의 다른 언어에 둘러싸여 자랐다. 19살에 소위 메트로폴이라 불리던 프랑스, 즉 ‘식민 본국’으로 건너와 수험 준비를 시작해 1952년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한 후 루이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를 만났다. 장 이폴리트( Jean Hyppolite)를 지도교수로 「후설철학에서 기원의 문제(Le Problème de la genèse dans la philosophie de Husserl)」로 논문을 썼다(Paris, PUF, 1990).
1953년에서 1954년 쓰여진 데리다의 이 첫번째 글은 데리다의 초기연구의 기반으로 볼 수 있다. 데리다는 ‘기원(genèse)’을 주제어로 삼아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의 사유에서 시간, 변동, 역사에 대한 고려가 초월적 주체의 구성, 감각과 감각 대상- 특히 과학적 대상-의 의도적 생산에 불러온 수정과 복잡화를 분석한다. 이후 데리다는 후설의 사유에 관해 『기하학의 기원(Intro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Paris, PUF, 1962)(후설의 원고 번역과 해설),『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énomène)』(Paris, PUF, 1967)을 썼다.
1957년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하고 60년부터 64년까지 소르본에서 강의하며 바슐라르(G. Bachelard), 컹길렘 (G. Canguilhem), 리쾨르(P. Ricoeur), 장 발( J. Wahl)의 조교로 일했다. 이 무렵 「텔켈(Tel Quel)」에 글을 게재하고 교류하기도 했다. 1964년 고등사범학교의 철학 교사로 임명돼 1984년까지 일종의 조교수 자격으로 강의했다.
폴 드만(Paul de Man)과의 인연으로 예일(Yale)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시작한 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국제 철학학교(Collèg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 설립에 참여했고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책임자로 있었다. 1984년부터 데리다의 마지막 세미나가 되는 ‘짐승과 주권(La bête et le souverain)’(2001-2002, 2002- 2003)까지 사회과학고등연구원(L’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작들은 다음과 같다.
.기하학의 기원 (배의용 역, 2008) Introduction(et tra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 de E. Husserl, PUF, 1962.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김응권 역, 2004) De la grammatologie, 1967, Les Éditions de Minuit.
.글쓰기와 차이(남수인 역, 2001)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1967, Seuil.
.입장들 (박성창 편역, 1992) Positions, 1972,Les Éditions de Minuit.
.해체 (김보현 역, 1996) La dissémination, 1972, Seuil.
.에쁘롱 – 니체의 문체들 (김다은, 황순희 역, 1998) Éperons. Les styles de Nietzsche, 1972, Champs Flammarion (Voir Friedrich Nietzsche
.시선의 권리(신방흔 역, 2004) Droit de regards, éditions de Minuit, 1985 ; nouvelle édition :Les Impressions Nouvelles
.시네퐁주(허정아 역, 1998) Signéponge
.정신에 대하여(박찬국 역, 2005) De l’esprit, 1990, Galilée.
.다른 곶(김다흔, 이혜지 역, 1997) L’autre cap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역, 1996) Spectres de Marx, 1993, Galilée. (Voir Karl Marx
.법의 힘(진태원 역, 2004) Force de loi
.에코그라피 (김재희 외 역, 2002) Échographies – de la télévision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진태원, 한형식 역, 2009)Marx en jeu (avec Marc Guillaume), 1997, Descartes & Cie.
.환대에 대하여(남수인 역, 2004) De l’hospitalité(avec Anne Dufourmantelle), 1997, Calmann-Lévy.
.불량배들 – 이성에 관한 두 편의 에세이 (이경신 역, 2003) Voyous
.이론 이후 삶(강우성 역, 2007) / Life.after.theory: Jacques Derrida, Frank Kermode, Toril Moi and Christopher Norris
– 역자 : 진태원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황해문화] 편집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등이 있으며,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에티엔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우리, 유럽의 시민들?』, 『정치체에 대한 권리』, 『폭력과 시민다움』, 피에르 마슈레의 『헤겔 또는 스피노자』,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 정치와 철학』,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쟁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스피노자 철학을 비롯한 서양 근대철학을 연구하고 있고, 현대 프랑스철학과 정치철학, 한국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 현대철학 논쟁사에 한 획을 그은 자크 데리다의 “유령론”
자크 데리다(1930~2004)는 프랑스가 낳은 저명한 철학자로 1993년 출간한 『마르크스의 유령들』(Spectres de Marx, 국역본 2007년 출간)은 그의 저서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난해함과 도발성으로 인한 논쟁은 전 세계 지식인들로 하여금 마르크스주의와 해체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 출간된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 불가능한 만남?』은 『마르크스의 유령들』 출간 이후 전개된 논쟁의 전후과정을 온전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번역ㆍ출간한 책이다. 즉 원래 미국의 문학이론가였던 마이클 스프린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 출간을 기회로 삼아 영미권 및 유럽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데리다 사이의 대화의 장으로서 출간했던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Ghostly Demarcations, 1999)라는 책에 실린 글들을 뽑아서 묶은 것이다. 이번 책 제1부의 글 세 편은 원래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에 실린 아홉 편의 글 가운데 옮긴이들이 선정한 것이며, 제2부의 「마르크스와 아들들」은 그 아홉 편에 대한 데리다의 총괄적인 답변으로서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에 실렸다가 나중에 프랑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Marx & Sons, 2002)을 번역한 것이다.
– 안토니오 네그리, 피에르 마슈레, 아이자즈 아마드의 “유령론” 비판
데리다는 논쟁의 시발점이 된 책,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현대의 서구식 자유주의를 비판하려고 일방적으로 마르크스의 정신과 사상을 옹호하지 않는 대신에 현재의 정치제도가 무엇이든지간에 유령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항구적인 요인들이며 그런 유령들과 모종의 화해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유령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에 대해 이번 책에 논쟁적인 글을 발표한 첫 번째 저자인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는 데리다가 주장하는 유령론의 혁신적인 측면을 긍정하지만, 다른 한편 그에 못지않게 완강한 비판적 태도를 보여준다. 네그리에 따르면 유령론은 포스트모던 시기에 접어든 새로운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적절한 개념화이며, 따라서 데리다가 유령론적 관점에서 마르크스 자신을 포함한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한계를 지적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네그리는 데리다가 새로운 자본주의 현실을 놀라울 만큼 집약적으로 포착하면서도, 이러한 현실을 변혁할 수 있는 실천적인 길을 모색하지 않으며 특히 타자에 대한 환대라는 윤리적 관점을 옹호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데리다의 한계는 네그리가 보기에 전통적인 존재론의 한계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존재론 자체를 폐기하고, 포스트모던 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새로운 주체성의 역량을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저자인 피에르 마슈레(Pierre Macherey)는 이데올로기라는 쟁점에서 마르크스주의와 데리다의 기본적인 차이점을 보여주려고 시도한다. 마슈레가 보기에 양자 사이의 쟁점은 재물질화 대 탈물질화 사이의 차이로, 또는 스피노자주의와 데카르트주의 사이의 차이로 집약된다. 곧 발리바르가 스피노자 마르크스주의적인 관점에서 이데올로기, 가상, 외양의 실재성을 긍정하면서도 유물론적 관점을 고수하는 반면, 데리다는 유령론이라는 이름 아래 마르크스를 환영(幻影) 내지 유령으로 환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환영은 데카르트의 코기토와 유사한 초월론적 기초(“해체 불가능한 것”)에 근거를 둔, 데리다 자신의 “환영” 내지 “유령”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저자인 아이자즈 아마드(Aijaz Ahmad)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의 핵심적인 수사법적 장치인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애도라는 모티프를, 마르크스주의와 해체론의 관계를 평가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마르크스주의와 화해하려는 데리다의 시도로 간주하며, 때늦긴 했지만 환영할 만한 태도라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화해의 몸짓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는데, 그것은 바로 데리다가 마르크스주의의 주요 범주들 중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고, 그 대신 유령론, 메시아적인 것, 새로운 인터내셔널과 같은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새로운 개념들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마드가 보기에 데리다의 책은 마르크스라는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자격, 진정한 아들의 자격을 해체 및 데리다 자신에게 부여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 논쟁적인, 아니 좀더 호전적인 태도로, 그러나 매우 냉정하고 치밀한 데리다의 답변
데리다는 이 책의 제2부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들에 대해, 무척 논쟁적인, 아니 좀더 호전적인 태도로, 하지만 매우 냉정하고 치밀한 답변을 한다. 데리다의 어떤 글, 어떤 책에서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와 데리다의 유령론 사이의 쟁점들에 대한 정리를 통해 그 간극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사실상 마르크스주의와 데리다의 해체주의 사이에 어떤 화해를 모색한다기보다는 그 차이와 간극을 보여줌으로써 불화(不和)와 갈등을 확인하고 인식할 때에만 둘 사이의 관계를 하나의 문제로, 질문으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곧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첫째 데리다의 유령론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어떤 이론적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데리다가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유령론은 자본주의 분석과 트기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의 확장에서 모두 핵심 준거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으며, 네그리 역시 이에 대해 옹호한 바 있다. 다만 이론적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해체론자들이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기여한 바가 너무 적은 것 또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둘째, 해체론은 사회계급, 착취, 혁명, (사회주의)인터내셔널 등과 같은 마르크주의의 주요 개념들과 양립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는? 이런 가운데서도 해체와 마르크스주의는 서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사실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의 저자 아홉 명에게서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데리다를 비롯한 해체론자들의 글에서 그러한 개념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데리다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계급투쟁과 계급적인 갈등의 현실, 착취의 현실이 아니라 변화된 세계에서 그러한 현실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개념들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 개념들을 쇄신하는 데서 해체론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셋째, 서구 신학적 유산과 관련된 것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쇄신하는 데 서양 형이상학 및 신학적 유산에 대한 해체는 필수적인 전제인가의 문제와 메시아주의 없는 메시아적인 것 또는 메시아성이라는 범주는 혁명 및 사건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사고하는 데 필수적인가? 데리다에 따르면 유령론만이 성서에 기초를 둔 세 개의 종말론이 벌이는 현대의 전쟁을 분석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감당할 수 있으며, 유령론은 필연적으로 서양 형이상학 및 신학적 유산에 대한 해체적인 작업을 전제한다. 더 나아가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개념들에 대한 데리다의 비판 내지 해체의 핵심이 마르크스주의의 존재론적 한계이 기초를 두고 있다면, 이 문제는 마르크스주의와 해체가 가장 첨예하게 대결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메시아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데리다가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듯이 이 개념은 마르크스주의를 기독교나 성사의 종교(들)로 환원하자는 뜻도 아니고 유토피아를 새로운 용어로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 개념의 의미는 마르크스주의이론, 특히 혁명 및 공산주의 이론에 함축되어 있는 서양의 유대ㆍ기독교 문명의 뿌리를 드러내고, 더 나아가 현재의 세계화가 단순히 경제적ㆍ기술적인 현상이 아니라 종교적ㆍ이데올로기적 갈등과 긴밀히 결부되어 있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넷째, 데리다가 중시하는 타자(他者)에 대한 환대는 윤리적 원칙인가 아니면 정치적인 개념인가? 또는 양자 모두인가? 그것이 현대 사회의 분석에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실 환대의 개념은 1990년대 이후 데리다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에서 네그리나 아마드 등은 데리다의 ‘환대’ 개념을 단순한 윤리적 개념으로 치부하면서 이 개념에서 정치를 윤리로 환원하려는 데리다의 은밀한 속내를 발견하려고 한다. 그러나 데리다에게서 환대는 단순한 윤리적 차원의 개념이 아님은 분명하다. 데리다의 환대가 정치적인 차원에서 의미하는 바는, 국민국가의 핵심에 존재하는 식민주의적 유산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질서 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국제주의적인 정치를 설립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다. 따라서 환대는 좀더 근본적으로는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속성 속에서 정치를 재개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 자체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드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지 묻고 있다.
끝으로 이 책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더 의미심장한 여성 및 성차(性差)라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이 논쟁을 이끈 책의 저자들은 모두 남성이다. 더욱이 『마르크스의 유령들』의 연극적ㆍ수사법적 모티프의 핵심을 이루는 유령이 된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주체 역시 공교롭게도 ‘남성’이다. 또한 데리다 역시 『마르크스의 유령들』의 기저에는 줄곧 여성의 문제, 성차의 문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하지만, 『유령의 모습을 그리기』에 참여한 아홉 명의 비판가들 모두가 남성인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거나 중심적인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여기에 마르크스주의의 또다른 유령이 존재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