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법의 힘
자크 데리다 / 문학과지성사 / 2004.7.21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을 완연한 글과 이와 관련된 두편의 글이 실려있다.
한 편은 데리다가 ‘법의 힘’ 2부에서 다루고 있는 벌터 벤야민의 ‘폭력 비판을 위하여’이고, 다른 한 편은 데리다가 1976년에 버지니아 대학에서 강연했던 내용들을 기록한 ‘독립 선언들’이라는 글이다. 데리다의 ‘법의 힘’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데리다의 책 가운데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나’우정의 정치들’같은 저작들과 내용상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긴 하지만 그 나름의 독자적인 가치와 중요성이 있다.
–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현대 해체철학의 근간을 마련한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법의 힘 – Force de loi』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데리다가 쓴 『법의 힘』을 완역하였고, 그 글과 관련된, 그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두 편의 글을 함께 묶었다. 한 편은 『법의 힘』 2부에서 다루고 있는 발터 벤야민 – Walter Benjamin의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 – Zur Kritik der Gewalt』이고, 다른 한 편은 데리다가 1976년에 버지니아 대학에서 강연했던 『독립 선언들 – Declarations d’independance』이라는 글이다.

데리다의 『법의 힘』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데리다의 철학적 입장이 이 책에서 명증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데리다의 책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목차
서문
법에서 정의로
벤야민의 이름
후기
부록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 / 발터 벤야민
독립 선언들 / 자크 데리다
○ 저자소개: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1930년 알제리(Algérie)의 수도 알제(Alger)의 엘비아(El-biar)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프랑스 시민권자로 태어나 불어로 교육을 받으며 지역의 다른 언어에 둘러싸여 자랐다. 19살에 소위 메트로폴이라 불리던 프랑스, 즉 ‘식민 본국’으로 건너와 수험 준비를 시작해 1952년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한 후 루이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를 만났다. 장 이폴리트( Jean Hyppolite)를 지도교수로 「후설철학에서 기원의 문제(Le Problème de la genèse dans la philosophie de Husserl)」로 논문을 썼다(Paris, PUF, 1990).
1953년에서 1954년 쓰여진 데리다의 이 첫번째 글은 데리다의 초기연구의 기반으로 볼 수 있다. 데리다는 ‘기원(genèse)’을 주제어로 삼아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의 사유에서 시간, 변동, 역사에 대한 고려가 초월적 주체의 구성, 감각과 감각 대상- 특히 과학적 대상-의 의도적 생산에 불러온 수정과 복잡화를 분석한다. 이후 데리다는 후설의 사유에 관해 『기하학의 기원(Intro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Paris, PUF, 1962)(후설의 원고 번역과 해설),『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énomène)』(Paris, PUF, 1967)을 썼다.
1957년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하고 60년부터 64년까지 소르본에서 강의하며 바슐라르(G. Bachelard), 컹길렘 (G. Canguilhem), 리쾨르(P. Ricoeur), 장 발( J. Wahl)의 조교로 일했다. 이 무렵 「텔켈(Tel Quel)」에 글을 게재하고 교류하기도 했다. 1964년 고등사범학교의 철학 교사로 임명돼 1984년까지 일종의 조교수 자격으로 강의했다.

폴 드만(Paul de Man)과의 인연으로 예일(Yale)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시작한 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국제 철학학교(Collèg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 설립에 참여했고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책임자로 있었다. 1984년부터 데리다의 마지막 세미나가 되는 ‘짐승과 주권(La bête et le souverain)’(2001-2002, 2002- 2003)까지 사회과학고등연구원(L’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작들은 다음과 같다.
.기하학의 기원 (배의용 역, 2008) Introduction(et tra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 de E. Husserl, PUF, 1962.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김응권 역, 2004) De la grammatologie, 1967, Les Éditions de Minuit.
.글쓰기와 차이(남수인 역, 2001)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1967, Seuil.
.입장들 (박성창 편역, 1992) Positions, 1972,Les Éditions de Minuit.
.해체 (김보현 역, 1996) La dissémination, 1972, Seuil.
.에쁘롱 – 니체의 문체들 (김다은, 황순희 역, 1998) Éperons. Les styles de Nietzsche, 1972, Champs Flammarion (Voir Friedrich Nietzsche
.시선의 권리(신방흔 역, 2004) Droit de regards, éditions de Minuit, 1985 ; nouvelle édition :Les Impressions Nouvelles
.시네퐁주(허정아 역, 1998) Signéponge
.정신에 대하여(박찬국 역, 2005) De l’esprit, 1990, Galilée.
.다른 곶(김다흔, 이혜지 역, 1997) L’autre cap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역, 1996) Spectres de Marx, 1993, Galilée. (Voir Karl Marx
.법의 힘(진태원 역, 2004) Force de loi
.에코그라피 (김재희 외 역, 2002) Échographies – de la télévision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진태원, 한형식 역, 2009)Marx en jeu (avec Marc Guillaume), 1997, Descartes & Cie.
.환대에 대하여(남수인 역, 2004) De l’hospitalité(avec Anne Dufourmantelle), 1997, Calmann-Lévy.
.불량배들 – 이성에 관한 두 편의 에세이 (이경신 역, 2003) Voyous
.이론 이후 삶(강우성 역, 2007) / Life.after.theory: Jacques Derrida, Frank Kermode, Toril Moi and Christopher Norris
– 역자 : 진태원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황해문화] 편집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등이 있으며,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에티엔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우리, 유럽의 시민들?』, 『정치체에 대한 권리』, 『폭력과 시민다움』, 피에르 마슈레의 『헤겔 또는 스피노자』,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 정치와 철학』,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쟁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스피노자 철학을 비롯한 서양 근대철학을 연구하고 있고, 현대 프랑스철학과 정치철학, 한국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 책 속으로
2. 벤야민의 이름
우리는 이제 막 법은, 그 기원과 목적, 그 정초와 보존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현전적이든 재현적[대표적]이든 간에 폭력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는 우리가 간단하게 그렇게 결론지을 수도 있듯이, 갈등을 없애는 데에서 모든 비폭력의 배제를 의미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하지만 비폭력에 대한 사고는 공법의 질서를 넘어서야 한다. 벤야민은 사적 개인들 사이에 비폭력적 관계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비폭력적 일치는 진심의 문화가 사람들에게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순수한 수단을 제공하는 곳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비폭력의 영역들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대립 앞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른 개념적 분할이 정치적인 것의 영역 자체에서 폭력과 비폭력의 관계를 한정하게 될 것이다. 소렐이나 마르크스의 전통에서 정치적 총파업 -현존하는 국가를 다른 국가로 대체하려고 하기 때문에 폭력적인(이는 예컨대 [벤야민의 글이 발표되기] 얼마 전에 독일에서 섬광처럼 잠깐 번득였던 총파업이다)-과 프롤레타리아 총파업-소렐이 말하듯 “사회학자들, 사회 개혁을 애호하는 상류층 인사들, 프롤레타리아를 위해 사고하는 직업을 맡고 있는 지식인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할 뿐 아니라 국가를 강화하는 대신 그것을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혁명-을 구분하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p.57
○ 출판사 서평
데리다의 『법의 힘』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철학, 인문과학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데리다의 다른 주저들에 못지않게 중요한 저작으로 꼽힌다. 이 책이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첫번째 이유는 적절한 시의성(時宜性)이다. 두번째는 이 책에 이르러 정치적·윤리적 문제에 관한 데리다의 연구에 발판을 마련했으며, 더 나아가 데리다의 문제 설정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첫번째 이유를 살펴보자.
데리다가 책머리에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강연이 발표된 시기는 1989~90년이었고, 이 시기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사회주의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몰락하던 시기, 곧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으로 규정되는 20세기가 종언을 고하고, 정치적 근대성이 해체되는 시기였다. 따라서 이때는 법과 정치에 관한 기존의 사고들의 한계를 검토하고 새로운 문제 설정의 모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였다. 또 그 시기에 영미권 등에서 하이데거의 나치즘 연루에 대한 일대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데리다는 1960년대부터 하이데거에 관한 주목할 만한 연구들을 발표하면서 하이데거의 철학적 중요성을 다른 구조주의 철학자들에 비해 좀더 강조해왔기 때문에, 자연히 하이데거의 프랑스인 후계자라는 혐의를 받으면서 이 논쟁에 연루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데리다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제시해야 할 입장이었다.
이런 정세에서 발표된 이 책은 곧바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때까지 데리다에게 가해졌던 니힐리즘이라든가 공적인 책임 의식 없는 사적 유희라는 식의 비판들을 일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 꼽은 데리다 문제 설정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이 책의 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이 책은 혁명과 개혁, 정초와 보존, 법과 폭력 같은 고전적인 정치철학의 이율배반을 해체하고 전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 이 책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정치와 시간성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데리다는 근대 정치사상의 이율배반에 대한 해체 작업을 시간성의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 책은 또한 독특한 타자에 기초한 정의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는 고전적인 이율배반에 대해 데리다가 제시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데리다의 입장은 이후 여러 저서들을 통해 좀더 구체화되고 확장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역사적 공산주의의 몰락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전개라는 정세를 조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정치철학 중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은 발터 벤야민에 대한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사실 데리다가 이 책의 2부인 「벤야민의 이름」을 발표하기 전까지 벤야민은 주로 문예 이론이나 매체 이론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왔을 뿐이었는데, 데리다에 이르러 초기 벤야민의 정치신학적 관점을 20세기 독일 사상의 흐름 속에서 고찰하는 작업들이 매우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벤야민의 잊혀진 글 한 편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벤야민의 사상을 관통하고 있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를 부각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리다 자신의 사상적 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20세기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사회주의 혁명, 1?차 세계 대전, 유대인 대학살, 역사적 공산주의의 몰락 등―을 배경으로 전개된 유럽 사상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조하려는 강력한 시도라는 점에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는 책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