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아름다운 날들
장자크 상페 글•그림 / 열린책들 / 2004.6.1
오늘날 프랑스인들의 삶을 가장 탁월하게 그려 내는 작가로, 또한 『좀머 씨 이야기』(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와 『우리 아빠는 엉뚱해』(파트릭 모디아노 지음)의 삽화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장 자끄 상뻬. 열린책들에서는 장 자끄 상뻬에게 수년간 쏟아진 관심과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상뻬의 일러스트레이션 에세이 『아름다운 날들Beaux temps』을 비롯해 『프랑스 스케치Un peu de France』, 『파리 스케치Un peu de Paris』, 『겹겹의 의도Multiples intentions』 등 총 4권을 각각 장 자끄 상뻬의 스케치가 담긴 탁상용 캘린더와 함께 선보인다.

- 장 자끄 상뻬, <프랑스인들의 아버지>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의 삽화가 장 자끄 상뻬는 르네 고시니와의 공동 작품인 『꼬마 니콜라』로 가장 먼저 이름을 알렸다. 출간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의 아이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사랑받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상뻬의 그림이 가지는 힘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상뻬의 그림은 글을 돋보이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러한 특별한 재능은 파트리크 쥐스킨트나 파트릭 모디아노 같은 개성 있는 작가들과의 공동 작업을 거쳐, 그가 자신의 글을 직접 선보이게 되면서 더욱 선명해졌다.
시사적인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며 신문이나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세상사라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세상은 알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고 이야기하는 상뻬는 언제나 우리 주변의 소소하고 정겨운 것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에 집중하고 손이 그것들을 그리지 않을 수 없게 될 때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되어 나온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것이 그의 소박한 시선에 철학적인 내음이 배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상뻬의 그림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1991년, 상뻬가 1960년부터 30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가 <빠삐용 데 자르>에서 전시되었을 때, 언론은 그의 그림이 현대 사회에 대해서 사회학 논문 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고 평하기도 하였다.
– 『아름다운 날들』 – 상뻬가 바라본 현대인의 초상
프랑스에서 1999년 출간된 이 책은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 같은 소비 사회를 상징하는 소품이 다소 등장하지만, 소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변함없는 유머가 가득한 데생들로 그려 냄으로써, 그의 일관된 작가 정신을 잘 반영하는 데생집이다.
서로 소통하지 않고 그저 각자의 말을 하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살아가며 꿈을 꾸고 사랑에 빠지는 소시민의 생활상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하루에 두 시간만 머리가 말짱>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조깅하는 사람들, 정신없이 바쁜 군중들, 귀에 휴대 전화를 붙이고 사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문틈이나 창문으로 감지할 수 있다.
불확실한 세계, 한줄기 햇살과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로 유쾌한 기분과 우울함 사이의 변치 않는 리듬을 새겨 가는 이 책의 주인공들은, 끔찍한 고독을 느끼면서도 유쾌하게 살아가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현대인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 저자소개 : 글•그림 – 장자크 상페 (Jean-Jacque Sempe)
가냘픈 선과 담담한 채색으로, 절대적인 고립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통해 인간의 고독한 모습을 표현하는 프랑스의 그림 작가.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그는 데생 화가이다.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60년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꼴라』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1962년에 작품집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가 나올 무렵에는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1인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30여 권의 작품집들이 발표되었고, 유수한 잡지들에 기고를 하고 있다. 1991년 상뻬가 1960년부터 30여 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가 빠삐용 데 자르에서 전시되었을 때 현대 사회에 대해서 사회학 논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평을 들었다. 프랑스 그래픽 미술대상도 수상했다.
산뜻한 그림, 익살스런 유머, 간결한 글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장 자끄 상뻬는 92년 11월 초판이 발간돼 48쇄까지, 99년 신판이 10쇄까지 나오는 등 총 80만부가 팔린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린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치니 성 (性)을 소재로 삼지 않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성인층에까지 두터운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기본적인 관심은 끊임없이 고독을 생산해 내는 인간과 사회의 모순을 하나의 유머러스하고 깊이 있는 장면으로 포착하는 것으로써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리는 그림 소설들은 아주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렉스프레스」, 「빠리 마치」 같은 유수한 잡지에 기고할 뿐 아니라 미국 「뉴요커」의 가장 중요한 기고자이다. 그는 이 잡지의 표지만 53점을 그렸다 (9년 간의 「뉴요커) 기고는 나중에 『쌍뻬의 뉴욕 기행』이라는 작품집으로 묶여 나왔다). 그는 파리 외에도 뮌헨, 뉴욕, 런던, 잘츠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데생과 수채화 전시회를 열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랑베르씨』,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가벼운 일탈』, 『아침 일찍』, 『사치와 평온과 쾌락』, 『뉴욕 스케치』, 『여름 휴가』, 『속 깊은 이성 친구』,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지』, 『라울 따뷔랭』, 『까트린 이야기』, 『거창한 꿈들』, 『각별한 마음』,『상뻬의 어린 시절』 등이 있다. 2022년 8월 11일 목요일, 89세의 나이로 여름 별장에서 세상을 떠났다.
– 역자 : 윤정임
1958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사르트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현재 대학에서 간헐적으로 강의를 하며 글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르트르와 20세기』(공저), 『사르트르의 미학』(공저),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거창한 꿈』, 『겹겹의 의도』, 『아름다운 날들』, 『랑베르 씨』, 『랑베르 씨의 신분 상승』, 엠마뉘엘 카레르의 『적』, 장폴 사르트르의 『방법의 탐구』, 『시대의 초상』,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철학이란 무엇인가』(공역), 드니 랭동의 『소설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마르탱 뱅클레르의 『아름다운 의사 삭스』, 『변증법적 이성비판』(공역), 『사르트르의 상상력』, 『시대의 초상』,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할머니, 무화과나무 아래 묻어 둔 루이 금화를 꺼내세요.
왜 그러세요, 할머니.
거기 돈 있는 거 다 알고 있는데! 18루이 있을 거예요. 그걸 가지고 은행에 가서 르뢰 씨한테 엔화를 사달라고 하세요 (일본 돈요).
그리고 내일 엔화를 다시 달러로 바꾸고 다음 날 루이 금화를 다시 사들이세요. 그러면 21루이가 될 거예요.
르뢰 씨가 깜짝 놀랄 겁니다. 그중에서 1루이를 르뢰 씨 딸인 프랑신에게 주고 내가 늘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르뢰 씨가 은퇴하면 그 자리에 가고 싶어요. 파리는 공기 오염이 너무 심하고 날씨도 아주 나빠요. – 본문 7면

○ 출판사 서평
- 노란 행복을 그리며 사는 꿈꾸는 시인
상뻬는 말수 적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걸 더 좋아한다. 채소 장수의 아들로 태어난 보르도 출신의 이 작가는 일찍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재즈와 축구를 좋아했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파리에 올라가겠다는 야심을 키웠다. 우여곡절 끝에 파리로 올라와 우연히 만난 친구 고시니와의 합작품 『꼬마 니콜라』의 성공 이후, 상뻬는 30여 편의 작품을 통해 독특한 작가의 자리를 확실하게 다졌다.
그러나 상뻬의 작품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 물론 최신작인 『아름다운 날들』에 휴대 전화며 인터넷 깔린 컴퓨터 따위가 등장하지만 거기엔 늘 함께하는 같은 인물들이 있다. 편협한 신앙을 가진 아낙들, 씩씩하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아주머니, 자전거 한 귀퉁이에 삐져나온 파뿌리, 석양을 보고 흥분한 아마추어 화가, 환자와 심각한 코미디를 연출하는 의사, 페탕크를 즐기며 지금이라도 당당하게 사랑을 마주하겠다는 노인네…….
상뻬의 인물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측은하고 감동적이다. 너무도 무모하고, 너무도 순박하고, 자신들의 추구 ― 사랑이든 성공이든 행복이든 ― 에 너무나 열심히 몰두하는 인물들이다. 물론 상뻬는 자기가 그려 낸 인물들을 사랑한다. <아무리 가소로운 것일지라도 그것을 이루려는 인간들의 노력에 나는 감탄한다>고 작가는 단언한다. 그러한 작가의 손으로 그려진 소시민들의 초상화는 보기만 해도 호감이 간다. 이 초라한 인간 군상들의 노력이 언제나 목표로부터 비켜 가는 건 우연한 일이 아니다. 작가 역시 자기 자신을 <옆으로 비켜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렸을 때는 위대한 사람들이 하는 말과 그들의 행동이 꼭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난 너무나 놀랐고, 그때부터 항상 스스로를 바깥에 위치하도록 하는 습관이 생겼다. 허황한 구름 위나 허망한 거품 속에 있지 않도록…….>
상뻬는 구름 위를 떠다니지는 않지만 분명 달 속에 사는 사람이다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뜻인 듯하다 ― 편집자주). 35년 전부터 살고 있는 동네의 거리 이름들을 혼동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하거나 하는 모습이 그렇다. 아마도 머릿속을 오가는 음악이나, 완성해야 할 스케치의 한 장면을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는 이 책의 표지처럼 푸르고 노란 행복을 그리며 사는 꿈꾸는 시인이다.

- 노련한 작가가 그려 낸 맛깔스러운 <우울론 (憂鬱論)>
『아름다운 날들』의 몇몇 그림들이 최근의 문학계나 사회를 반영하긴 하지만, 이 책 전체는 어떤 테마보다는 분위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품격 있는 글들과 어우러진 상뻬의 유머 가득한 데생들은 그가 이전부터 줄곧 천착해 왔던 것에 좀 더 충실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꾸준한 작가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그림들은 심장의 간헐 증상을 그려 내는 진정한 지진 기록계이다. 테크놀로지에 지배되면서 가까운 옆 사람조차 모르고 지내는 현대이지만, 그의 그림 속의 선남선녀들은 그들의 엄숙한 침묵 속에서 무구하게 남아 있다. 그들이 이 시대의 저속한 문화를 몰라서가 아니다. 그들 역시 여기저기서 휴대 전화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테크놀로지에 종속되기보다는 그것을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날들』에서 우리는 끔찍한 고독 속의 인간적인 일면을 엿보게 된다. 사물의 침묵을 듣기 때문이다. 그 책에서 우리는 작가의 말보다는 마음의 외침을 더 좋아한다. 그들은 서로 소통하지 않고 그저 각자 말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 작품은 노련한 작가가 그려 낸 맛깔스러운 <우울론 (憂鬱論)>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우정이란 함께하는 두 개의 고독이란 걸 깨닫는다. 그들의 사소한 삶은 위대하지 않다. 고통을 느낄 때면 그들의 몸은 오그라든다. 잘 생각해 보면, 상뻬의 그림들은 시선집 (詩選集) 속에 들어가야 할 것만 같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