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 : 기든스의 통합유럽 프로젝트
앤서니 기든스 / 책과함께 / 2014.10.10
이 책은 조세 피난처 문제 해결, 세계화와 디지털화된 세계에서의 새로운 산업 체계 구상,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환경 문제 개선, 자국 기업 국내 유치와 청년 도제 시스템을 통한 실업률 해결, 유로화 안정을 위한 독일의 구체적인 역할 제시 등. 경제, 정치, 환경 등 유럽이 직면한 각 분야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유럽 통합의 새로운 진화 단계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담고 있다.

○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운명의 공동체, 유럽연합
얼마나 진전이 이루어졌는가 /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키신저 문제 / 구조와 과정 / 하의상달 방식 / 영국과 유럽
2장 긴축과 그 이후
긴축 정책의 영향 / 둑의 물 새는 곳을 막는 손가락 / 성장 전략 / 장차 다가오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변모 / 디지털 생산 / 일자리를 도로 가져와? / 돈을 다시 가져오기
3장 사회적 모델은 더 이상 안 돼?
황금시대… 혹은 가버린 황금시대? / 복지국가에서 사회적 투자 국가로 / 금융위기의 결과 / 부, 가난 그리고 불평등 / 비용 삭감은 복지개혁과 양립할 수 있는가 / 미래의 충격 / 나이 들기와 ‘젊어지기’
4장 세계주의의 필요성
세계화와 이민 / 비전통적 전통 / 근심스러운 순간들 / 다문화주의란 무엇인가 / 이민과 일체감 / 상호문화주의 / ‘유럽’의 가치?
5장 기후 변화와 에너지
탄소 배출권 거래제 / 유엔 프로세스 / 비녹색적인 녹색의 고백 / 에너지의 3대 난관 / 전환기의 테크놀로지 / 에너지 투자와 경제 회복
6장 타당한 해답을 찾아서
권력과 약점 / 냉전과 그 이후 / 유럽연합과 러시아 / 유럽의 안보 혹은 안보 부재 / 중심과 나머지 지역
나가는 글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주 / 도판 목록 / 찾아보기

○ 저자소개 :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 Baron Giddens)
앤서니 기든스 (Anthony Giddens, Baron Giddens)는 1938년 1월 18일, 영국 런던 에드먼턴에서 출생했다.
현대 사회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인 그는 사회 이론과 계층론 분야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유럽 지성의 쌍벽을 이루며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릴 만큼 대중적 지지와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거장이다. 특히 사회 이론 분야에서 유럽의 지적 전통과 현대적 흐름을 반영한 ‘사회 구조화 이론’으로 독자적인 이론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는 ‘제3의 길’이라는 새로운 사회 발전 모델을 주창하였다. 이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유럽을 이끄는 중도좌파 정치가들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기든스는 고전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검토하는 작업부터 현대성에 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사회 이론가로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가 사회학 입문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기든스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 책을 계속 보완하며 제8판에 이르렀다. 그의 저작은 전 세계 29개 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데, 기든스 자신이 폴리티 (Polity)라는 학술 전문 출판사를 공동 설립해서 매년 80여 권의 학술 서적을 간행하는 출판인이기도 하다.
영국 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1959), 런던정치경제대학교 (LSE)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 영국 레스터대학교 사회학 강사 (1961 ~ 1970), 케임브리지대학교 강사와 교수 (1970 ~ 1997)를 거쳐 런던정치경제 대학교 학장 (1997 ~ 2003)을 역임했다. 현재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자본주의와 현대 사회 이론』(1971), 『선진 사회의 계급 구조』(1973), 『사회학 방법의 새로운 규칙』(1976), 『사적 유물론 비판』(1981), 『민족 국가와 폭력』(1985), 『근대성의 결과』 (1990), 『근대성과 자아 정체성』(1991), 『친밀성의 변동: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1992),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1994), 『사회학의 변론』(1996), 『제3의 길: 사회 민주주의 쇄신』(1998), 『노동의 미래』 (2002)가 있다.
– 역자 :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저서로 『번역은 글쓰기다』, 『살면서 마주 한 고전』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는 『호모 루덴스』, 『중세의 가을』, 『지상에서 영원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헨리 제임스 단편선』, 『조지 오웰 수필선』,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 『리비우스 로마사 I, II』, 『로마제국 쇠망사』, 『고대 로마사』, 『숨결이 바람 될 때』, 『변신 이야기』, 『작가는 왜 쓰는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마인드 헌터』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유럽의 비극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주 넓은 지역에서 고통 받고 굶주리고 근심하고 당황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폐허가 된 그들의 도시와 고향의 모습에 경악하고 (…) 그러나 처방이 있습니다. 만약 이것을 여러 나라의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즉시 널리 채택한다면, 그 처방은 마치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모든 풍경을 바꾸어놓을 것입니다. (…) 이 소란스럽고 강력한 대륙에서 제각각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을 부여해줄 유럽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른 거대한 집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위를 누리면서 인류의 장래 운명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유럽을 일어서게 하라!” ― 1946년 9월, 윈스턴 처칠의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설 중
– 때로는 좌충우돌, 때로는 우보만리. 여전히 진행 중인 ‘하나의 유럽’ 프로젝트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유로화 체제의 불안정으로 인한 유럽연합에 대한 회의론!
그러나 유럽연합만의 문제인가? 거의 모든 선진국, 오늘날 한국도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소란스럽고 강력한 대륙, 유럽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통합유럽의 딜레마에 대한 앤서니 기든스의 명확한 진단과 해법!
– 세계적인 석학이자 확고한 유럽연합 지지자인 앤서니 기든스가 진단하는 통합유럽의 미래
1946년 윈스턴 처칠이 ‘유럽 합중국’을 제안한 뒤로 70여 년이 흐른 지금, 유럽연합 (EU)은 단일 통화 유로, ‘미니 헌법’인 리스본 조약, 유럽 내 국경을 없앤 솅겐 조약, ‘유럽 문화수도’와 ‘유럽 문화도로’ 프로젝트, 학생교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등을 통해 내, 외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회원국의 자국 이기주의, 유로화 체제의 불안정 등 유럽연합의 존속 자체에 대해 커지는 불신은 유럽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유럽은 더 이상 ‘강력한’ 대륙으로 보이지 않으며, 유럽 합중국의 꿈은 요원해 보인다. 더 나쁘게는, 유럽 대륙이 다시 한 번 혼란과 갈등의 ‘소란스러운’ 무대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유럽의 미래는 유럽연합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재,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 “강력하기는커녕 소란스럽기만 하다” 은밀하고 비공식적인 실세들과 종이 위의 글자로만 남아 있는 계획들
앤서니 기든스는 유럽연합이 민주주의와 효과적인 리더십이 동시에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럽연합의 행정을 두 개의 조직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사회 (European Commission), 집행위원회 (European Council), 유럽의회 (European Parliament)로 이루어진 첫 번째 조직 ‘EU1’은 평상시의 이론적인 업무를 집행한다. 위기 시 실제 업무를 집행하는 두 번째 조직 ‘EU2’는 막강한 실권을 갖고 있고, 선별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EU2의 멤버는 현재 사실상 유럽연합을 운영하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그 외 한두 명의 회원국 지도자, 유럽중앙은행 (ECB)과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 등인데, 이들은 유럽연합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민주적이지 못하고 합법적이지도 못한 이 조직을 내세우면서 시민들에게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또한 실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없거나 현실화할 수 없는 수많은 미래 전략과 로드맵, 즉 ‘종이 유럽 (paper Europe)’은 유럽연합의 내부와 외부에 분명하게 존재하며 이는 유럽연합의 신뢰도를 하락시킨다고 지적한다.
기든스는 현재의 문제점을 타개하려면 이원화된 두 개의 조직, 즉 EU1과 EU2가 더 긴밀하게 통합되어 운영되고,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제도화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종이 위의 글자로만 남아 있는 수많은 ‘야심찬 계획’들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하며 각 분야의 주요 전략을 제시한다.
– 유럽연합 찬성론 VS 유럽연합 회의론 강력한 운명의 공동체가 될 것인가, 소국들의 집합체로 남을 것인가
기든스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주요 개념은 ‘플러스 주권(sovereignty+, 확대 주권/더 큰 주권)’이다.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는 ‘G2의 세계’에서 지금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다면 개별 국가의 힘은 약해지며 몰수되어 갈 것이며, 따라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연방제 구조 위에서 강력한 유럽의 연방 주권을 형성해 운명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회원국들이 통합을 통해 국가끼리 힘을 합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주권 상실을 만회할 뿐 아니라 주권의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5월, 유럽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유럽의회 선거가 대륙 전역에서 치러졌다. 유럽연합 찬성론자인 기든스는 2013년 이 책을 출간하면서 유럽의회 선거의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 유럽 통합을 반대하는 극우?극좌 정당이 선전했고, 이제 유럽에는 통합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보다 유럽연합 체제 자체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의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인 ‘유로화의 위기’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구조의 강화를 위한 경제개혁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든스는 이러한 분리주의 그룹들의 목소리가 유럽 통합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 타당한 해답을 찾아서
기든스는 오늘날 유럽연합이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은 유로화 체제의 불안정 때문이라고 진단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유럽연합은 거의 모든 선진국이 겪고 있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로화의 안정 너머 연방제 구조 위에서 더 강력한 ‘통합 유럽’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위기와 분란 속에서도 변화를 망설이고 개혁을 거부하는 유럽 대륙, ‘운명의 공동체’로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 ‘종이 유럽’으로 전락할 것인가? 유럽연합은 글로벌화와 세계화라는 새로운 세상이 던지는 근본적인 도전을 해결하고 유럽 통합의 새로운 진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는 막대한 국가 부채와 구제금융 등 유로화 안정을 위한 독일의 구체적인 역할 제시를 비롯해, 유럽식 복지제도의 존속을 위한 방안, 새로운 산업 체계 구상, 자국 기업 국내 유치와 청년 도제 시스템을 통한 실업률 해결,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환경 문제 개선 등 실천해야 할 뿐 아니라 시급한 항목인 다양한 분야의 문제와 해답을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민족국가들이 갖는 일체감의 장치들을 창조하려 한다. 그러나 그런 장치가 국가적 수준에서 미치는 정서적 공명은 거의 없다. 유럽연합 깃발은 유럽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떤 강력한 정서나 애착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유럽연합에 적대적인 사람들은 종종 이 기구에 대해 열정적으로 반발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유럽연합을 하나의 도구로 볼 뿐이다. 좀 더 강력한 애착의 정서를 구축할 수는 없을까? 이것은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만약 그런 애착의 정서가 생겨난다면 유럽연합은 현재 당면한 상황, 지금까지 겪은 것 중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견디고 살아남을 것이다.” ― 본문에서
○ 추천평
“유럽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 반드시 필요한 훌륭한 책이다.”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우리가 유럽연합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에 나온 필수 불가결한 책. 위기를 맞이한 유럽 대륙의 현 시점에서 이 책의 내용은 전 유럽적으로 활발하게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 하비에르 솔라나, 전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집행위원이자 전 나토 사무총장
“그는 대륙의 학자가 아니라 영국의 학자로서, 연방 유럽은 낡은 이상가들의 이데올로기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현재의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체치니 보고서는 1980년대에 단일 화폐라는 발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앞으로 25년 후에 좀 더 통합된 유럽을 만들어내는 데 체치니 보고서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다.” – 줄리아노 아마토, 전 이탈리아 총리
“우리 시대의 대표적 사상가가 내놓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유럽 통합 프로젝트가 채택되어 발전하기를 바라는 사람, 영국이 더 강력하고 융통성 있는 유럽연합에 가입하여 유럽연합을 크게 키워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 – 케말 데르비스,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이자 전 터키 경제장관

○ 독자의 평 1
– 유럽연합(EU)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유럽연합(EU)은 원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의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한 연설(1946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무슨 말을 했기에 그 연설이 유럽연합(EU)의 기원으로 간주된 것일까?
윈스턴 처칠이 그 연설에서 “우리 능력껏 최대한 ‘유럽 가족’을 재창조하여, 그 가족에게 안정된 구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유럽 대륙이 평화, 안전, 자유 속에서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유럽 합중국을 건설해야만 합니다. ~
이 소란스럽고 강력한 대륙에 살고 있는 산만한 사람들에게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을 부여해줄 유럽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른 거대한 집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위를 누리면서 인류의 장래 운명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1)”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가 심은 씨앗은 1933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의해 유럽연합(EU)가 설립되면서, 그의 구상과는 다소 다른 형태지만 싹을 텄다.
– 유럽연합(EU)의 위기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은 해체되었으며, 철의 장막으로 분리된 유럽은 유럽연합(EU)라는 그늘 아래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도입되었지만, 유로화라는 단일화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등 하나의 유럽을 향한 장정(長程)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거품 속에 감춰있던, 유럽연합(EU)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 특히 “유로화 – 충분히 독립적이지만 주권 국가의 지원은 없는 화폐 – 의 존재는 여러 가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2)”
게다가 그리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윈스턴 처칠이 기대했던 ‘확장된 애국심과 공통의 시민정신’은 아직까지는 싹도 트지 않았기에 갑자기 닥친 고난과 불편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저자가 지적하듯이 유럽연합(EU)에 대한 회의와 피로감이 증가하고 반대 시위도 도처에서 벌어지지만, 유럽연합 지지 시위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에서 잘 드러나있다.
– 유럽연합(EU), 어디로 가야 하나?
유럽통합론자인 저자는 이처럼 많은 난관과 과제를 떠안고 있지만, 유럽연합(EU)가 지속,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가 정치가들의 립서비스를 위한 조직에서 유럽의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민주적 위임을 받은 행정조직이다.
현재 “유럽연합의 행정은 2개의 조직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적당한 용어가 없어 두 조직을 EU1과 EU2로 부르겠다. EU1은 이사회 (European Commission), 집행위원회 (European Council), 나중에 유럽의회 (European Parliament)가 가세 (한 형식적 / 공식적인 행정조직이고) EU2는 막강한 실권이 있는 곳으로, 선별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그 권력을 행사 (하는 실질적/비공식적인 행정조직이다. 다시 말해) ‘사실상’ 유럽연합의 운영자인 EU2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그 외 한두 명의 회원국 지도자, 그리고 유럽중앙은행 (ECB)과 국제통화기금 총재 등으로 구성된다. 유럽연합 이사회의 의장과 집행위원회의 위원장이 때때로 참여하기도 한다.3)”
즉, EU1에서 어떤 정책을 만장일치에 의해 결정하더라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에 합법성이 없는 임시 구성의 개인들에 의한 비공식 조직인 EU2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민주주의도, 효율성도 모두 결여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겉으로는 유럽연합 (EU)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그 결과 프랑스 대통령이나 독일 총리가 누구인지, 또 각각의 국가가 처해있는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업무처리가 원활하기도 하고 삐걱대기도 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프)과 앙겔라 메르켄 총리(독)의 조합은 상호 존경과 신뢰의 관계를 형성해서 ‘메르코지’라는 합성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프)과 앙겔라 메르켄 총리(독)의 조합은 성장 vs 긴축이라는 입장 차이에서 보듯이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선장과 항해사가 다투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EU2의 공식화를 통해 제도화된 리더십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2012년에 출범한 EU 11개국 외교장관 모임인 ‘유럽의 미래그룹 (FEG)’이 제시한 EU통합안과 비슷하다.
“EU의 중앙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의 위원장을 직선제로 뽑고 집행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집행위의 분야별 대표(장관격)를 임명하도록 했다. 특히 회원국이 추가돼 28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 다수결로 주요정책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7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원칙인 현 의사결정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원제인 유럽의회를 양원제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의회에 유로존 17개국만의 별도 하부조직을 설치하자는 독일의 제안도 반영됐다.4)”
어느 쪽이든 개별국가의 주권을 넘어서는 ‘플러스 주권(sovereignty+, 확대 주권)’을 유럽연합이 가짐으로써 연방주의에 가까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유로화의 안정이다.
현재 유럽연합(EU)가 위기에 봉착한 가장 큰 원인으로 얘기되는 것이 유로화 체제의 불안정이다. 그렇다고 유로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유로화는 부분적으로 유럽연합 안의 정치적 통합을 창조하기 위해 도입5)”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로화를 안정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가 선택한 것은 재정통합이다. “(재정통합은) 유로화가 도입될 당시의 ‘안정과 성장 협약’에 빠져 있던 규제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또 장래에 위기 조짐이 보일 경우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것은 의도는 좋지만, 결정적으로 상호주의가 빠져있다. 즉 유로존 국가들이 서로 재정적 의무를 공유한다는 구체적 인식이 결핍되어 있다.6)”
즉, 저자는 유로화가 위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를 조건부 공동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로존 안에서 더 큰 결속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셋째, 복지국가가 아닌 사회적 투자 국가, 다문화주의가 아닌 상호문화주의 복지국가는 시민의 권리를 강조하다 보니 일이 잘못된 후에 사태를 수습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동적 복지를 펼쳐왔다. 그러다 보니 ‘복지=공짜=무상’이라는 인식이 생겨 “과도하게 사용되거나 저평가되어 어떤 경우에는 부패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소액일지라도 수혜자가 일부 비용을 직접 기여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갖도록 장려하면, 가난한 사람들을 억제하지 않고서도 과도 사용의 악순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평등을 줄여보려고 고안된 시스템이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7)”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면 사회적 투자 국가는 부의 창조를 통해 사람들이 가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복지, 능동적 복지를 펼친다.
결국 사람에게 병의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것처럼, 유럽연합 (EU)도 복지국가의 환상에서 벗어나 사회적 투자 국가로 변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복지와 연관된 또 하나의 문제는 이민이다. 이미 대규모 이민자의 유입으로 인한 경제 불안과 문화적 이질감이 ‘하나의 유럽’으로 나아가려는 유럽연합 (EU)의 발걸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문화주의가 오히려 독 (毒)이 된다. 왜냐하면, 다양성만 강조한 자유방임적 다문화주의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유럽이라는 목장에 방목한 것이라면, 상호문화주의는 보편적 기준과 범문화적 제도라는 바탕 위에서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고 유럽이라는 목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것만 고수하려는 다문화주의의 배타성이 갈등을 일으킨다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상호문화주의의 관용성은 적극적으로 조화와 융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어느 쪽이 유럽연합 (EU)에 필요한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넷째, 기존의 NATO군 대신 범유럽적 안보전략에 부합하는 유럽군이 존재해야 한다.
외부의 힘 (NATO군)이 없으면 지킬 수 없는 평화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에 언급한 ‘유럽의 미래그룹(FEG)’이 제시한 EU통합안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찾을 수 있다.
“국방 관련 프로젝트와 방위산업 분야의 단일시장도 만들기로 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EU경찰과 EU군을 창설하기로 했다.8)”
저자가 바라는 대로 유럽연합 (EU)의 미래가 전개될 지는 모르겠다. 또 그렇다고 해서 그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유럽인이 아닌 우리도 저자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까?
1) 앤서니 기든스,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 이종인 옮김, (책과 함께, 2014), p. 8
2)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9
3)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14~15
4) 이종훈, “‘하나의 유럽’ 밑그림 나왔다”, <동아일보>, 2012.09.20.
5)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56~57
6)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42
7) 앤서니 기든스, 앞의 책, p. 134
8) 이종훈, 앞의 글
○ 독자의 평 2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권력은 막강하다.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있으나 미국을 배제하고 나면 새로운 판세를 짜는 게 애매할 정도다. 그런 미국을 동경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으니, 미국보다 훨씬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럽대륙도 이 측면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대륙을 망가뜨린 직후인 1946년 윈스턴 처칠은 유럽이 비극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새로운 제안을 하나 한다. 미국이 택한 합중국 형태를 유럽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참으로 이상적인 제도로 합중국을 바라보았다. 전 세계가 혼란스러움에도 오히려 뉴딜 정책을 펼치며 안정기에 들어선 미국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상적으로 보였기에 그와 같은 제안이 가능했던 게 아닐까 한다. 물론 그의 연설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대신 유럽은 다른 형태의 통합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통합을 위해 각국은 고유의 화폐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몇몇 국가들은 이에 반발해 여전히 자국의 화폐를 고수하고 있다. 조금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경우엔 아예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기도 했다. 그들의 선택이 옳다 혹은 그르다는 판단을 하기 위해선 장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에는 이득인 거 같아 보일지도 모르나 시간이 흐른 후엔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데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 선택이 옳았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긴 한다. 유럽연합은 분명 휘청거리고 있다.
가장 크게 언급된 건 지나친 복지혜택으로 인한 경제 파탄이었다. 사람들은 제도에 의지한 나머지 자신의 노동력을 백분 발휘하길 주저했다. 가만히 있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데 굳이 땀흘려 일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리라. 그와 함께 복지 시스템에 대한 재편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른바 복지국가 위기론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에 어려움을 제공한 건 복지국가의 대표주자인 북유럽 국가들이 아니다.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 위치한 국가들이다. 유럽연합이 단일한 공동체를 지향한다고는 하나 이미 존재하는 국가간의 간극까지 극복하는 건 무리였다.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낙후했으며, 부패한 정치를 펼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애당초 유럽연합에서 배제하는 게 옳았을지도 모르나 그럴 경우 반쪽짜리 연합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 또한 대안이라고 볼 순 없다. 결과적으로 흔들리는 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가 나서 소방수 역할을 자처해야만 했다. 잘못한 이는 따로 있는데 왜 불은 또 다른 사람이 꺼야만 하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독일은 기꺼이 그 역할을 떠맡았다. 독일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목소리는 갈렸다. 경제적으로 가장 탄탄한 상황이지만 타국의 상황을 안정화시키는데 자신들이 납부한 세금이 대거 투여되는 일을 어느 누가 달가워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 결과 독일은 더욱 강해졌다.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유럽이라 하였을 때 독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증가한 건 사실이다. 메르켈의 강력한 이미지 역시 이와 같은 과정에 힘입은 바가 크다. 결과적으로 이는 모든 국가에 이득이었다. 저자는 유로화의 도입이 국가 간의 의존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따라서 당장 어렵다고 한 국가를 내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기까지 하다고 봤다. 이미 상당히 고령화가 진행된 많은 국가들로서는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무슬림 세력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풀 수밖에 없다. 노동력은 한 국가, 나아가 유럽연합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인데, 유럽 원주민들만으로는 대륙의 노쇠를 막을 수가 없다. 너무 다른 세력을 받아들임으로써 일체감에 금이 간다는 우려도 일리는 있다. 근데 유럽이 본디 단일한 무언가였는가를 묻는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는 히잡이나 부르카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슬람적인 가치를 고수하는 이들조차도 프랑스나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을 자신의 모국이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걸 감안한다면 일체감의 위기라 하는 것은 다분히 관념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자신이 유럽인이라는 걸 부각시켜 본 적은 없는, 애써 강조하지 않을지라도 그들은 이미 유럽인이니 말이다.
현재 유럽연합엔 수없이 많은 과제가 존재한다. 예전만 못한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만 한다. 낮은 경제성장을 어떻게 해야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들도 챙겨야 하는 셈이다. 동시에 러시아나 중국 등의 위협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과연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상반되는 여러 가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일은 모두에게 도전이 될 것이다. 허나 삶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정책의 해체와 재검토를 언급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미래를 긍정했다. 윈스턴 처칠은 옳았다. 결국 유럽은 일어서게 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