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 한길사 / 2018.11.16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The Sacred Cow and The Abominable Pig : Riddles of Food and Culture)는 문화생태학자 마빈 해리스가 전 세계 기이한 음식문화의 비밀을 밝힌 책이다. 해리스는 이 책에서 식충부터 식인까지, 특정 동물을 숭배하는 것부터 혐오하는 것까지 다양한 음식문화를 소개하며, ‘단백질 섭취’의 관점에서 이러한 문화가 생겨난 이유를 추적한다. 단백질은 인간의 진화와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따라서 인간은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각자의 환경에 적응,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다는 것이다. ‘유물론자’를 자처하는 해리스답게 각 문화의 물질적 조건, 즉 자연환경이나 경제적 번영 등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설득력 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는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의 제3권으로 지난 1992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았다. 번역을 다듬고 화보를 추가해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 목차
숨겨진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를 찾아서│옮긴이의 말
1 먹기 좋은 음식과 생각하기 좋은 음식
2 고기를 밝히는 사람들
3 신성한 암소의 수수께끼
4 혐오스러운 돼지고기
5 말고기
6 미국인과 쇠고기
7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
8 벌레
9 개, 고양이, 딩고, 그 밖의 애완동물
10 식인
11 더 나은 음식
음식문화의 비밀을 탐구하는 문화해독자가 되기 위해│개정판을 내면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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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마빈 해리스 (Marvin Harris, 1927 ~ 2001)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로 문화유물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성사적 관점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영향을 받았지만 문화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유물론적 접근법을 구축했다.

1953년부터 1981년까지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플로리다 대학으로 옮겼다. 미국 인류학협회 인류학분과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미 『작은 인간: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와 『문화의 수수께끼』, 『문화 유물론』, 『식인과 제왕』 등의 책을 통해 국내에도 폭넓은 독자를 갖고 있는 마빈 해리스는 브라질과 에콰도르, 모잠비크, 인도 등에서 수행한 현지 조사를 통해 수많은 이론서와 대중적인 문화 분석서를 출간했다.
주요 저서로는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 『식인문화의 수수께끼』(Cannibals and Kings: The Origins of Cultures), 『음식문화의 수수께끼』(The Sacred Cow and The Abominable Pig: Riddles of Food and Culture) 등이 있다.
– 역자 : 서진영
이화여자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대학 인류학과에서 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옮긴 책으로는 쿠시넨의 『변증법적 유물론 입문』 등이 있다.
– 역자 : 박종렬 (Park jong ryeol)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와 같은 대학 인류학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미국 버클리 퍼시픽 종교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인천 살아방교회 목사, 월간 「사회평론 길」의 발행인과 한국기독학생총연맹 총무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의 회장이다. 역서로『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정치와 영성의 해방』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나는 세계의 요리가 지역마다 주요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각기 생태학적 제약과 기회가 다르기 때문임을 보여주려고 한다. 예컨대 육식 요리법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고 토지여건상 곡물을 재배하기 어렵거나 재배할 필요가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 반면 채식 요리법 대부분은 인구밀도가 높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단백질과 칼로리의 양을 줄이지 않고는 고기를 얻기 위해 짐승을 기를 수 없는 환경 및 식량생산 기술과 관련된다. _ 30쪽
벌레는 지구상에 가장 많은 생물이며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유익하다. 그러나 이들 영양소의 공급원으로서 벌레는 원래 동물의 왕국 전체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가장 의존할 만하지 못하다. 수확된 단위당 시간과 에너지 비용의 측면에서 볼 때 곤충은 일반적인 가축과 많은 야생 척추 · 무척추동물군에 못 미친다. 왜 어떤 때는 벌레를 기피하고 어떤 때는 선호하며 왜 어떤 종류의 벌레를 다른 종류의 벌레보다 더 많이 먹는지를 이해하는 핵심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 있다. _ 255쪽
생태학자들은 인간이 아닌 먹이를 찾아다니는 동물들 – 먹이를 찾아야만 하는 동물들 – 의 식사에 관한 이와 비슷한 질문에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해왔다. 사람들 대부분이 상상하는 것과는 반대로 인간이 아닌 먹이 찾는 동물들, 예를 들어 원숭이나 늑대, 쥐 등은 자연의 서식지에서 그들이 만나는 모든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지는 않는다. 그들은 이 점에서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 그들이 먹고 소화시킬 수 있는 수백 가지 먹이 가운데 자신이 먹지 않는 것들을 빈번히 만나지만 아주 적은 수의 것만을 모으고 찾고 사냥하고 먹는다. 이러한 까다로운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생태학자들은 최적 먹이 찾기 이론 원리를 제시했다. _ 256쪽
○ 출판사 서평
– 영미 인류학의 거장, 마빈 해리스
해리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는 문화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는 열쇠로 ‘생식압력 → 생산증강 과정 → 생태환경의 파괴 · 고갈 → 새로운 생산양식의 출현’이라는 도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생태학적 적응양식을 통해 가족제도와 재산관계, 정치적·경제적 제도, 종교, 음식문화 등의 진화와 발전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리스는 브라질, 에콰도르 등지에서 현지조사를 했고 문화생태학적 측면에서 식민지주의의 영향, 저개발국가의 문제, 인종과 민족적 상호관계에 대한 비교문화를 연구했다. 1953년부터 컬럼비아 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플로리다 대학 교수 및 미국 인류학협회의 인류학 분과회장도 맡았다. 그는 2001년 사망하기 전까지 문화인류학이라는 넓은 지평을 문화유물론의 관점으로 횡단했다. 해리스의 문화유물론적 관점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외에도 그의 저서 『인류학 이론의 발생』(The Rise of Anthropological Theory), 『문화유물론 : 문화과학을 위한 투쟁』(Cultural Materialism: The Struggle for a Science of Culture), 『문화의 수수께끼』(Cows, Pigs, Wars and Witches : The Riddles of Culture), 『식인문화의 수수께끼』(Cannibals and Kings : The Origins of Cultures)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는 인류학 전공자를 위한 전문서라기보다는 일반 대중을 위한 에세이 형식의 교양서이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해리스의 문화이론의 정수이자 핵심도 잘 담겨 있다.
– 암소 숭배와 돼지 혐오 “못 먹어서 안 먹는 게 아니고 안 먹어서 못 먹는다”
진화론에서 ‘단백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간의 지능이 다른 영장류보다 월등히 높은 건 뇌가 커서다. 현대 진화론자들은 인간의 두뇌가 커진 이유로 단백질 섭취를 든다. 특히 불을 사용해 고기를 익혀 먹으면서 단백질 흡수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 게 결정적이었다. 기원전 200만 년 전쯤의 일이다.
해리스도 여기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단백질이 인간 진화와 인류 문명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문화도 여기에 관련 있을 거라는 지극히 유물론적 판단에서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단백질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모든 단백질을 좋아하지 않을까? 힌두교도는 암소를 숭배한다. 이슬람교도는 돼지를 끔찍하게 여긴다.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지만 프랑스인은 그렇지 않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전 세계 기이한 음식문화를 다룰 때 피해갈 수 없는 이 질문들에 해리스는 역시 매우 유물론적인 근거로 답을 찾는다. 바로 ‘생태학적 제약’이다. 간단히 말해 기후가 다르고 그래서 나고 자라는 식물과 동물이 달라 먹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못 먹어서 안 먹는 게 아니고 안 먹어서 못 먹는다’는 게 해리스의 주장이다.
가령 힌두교도가 처음부터 암소를 숭배한 건 아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라는 힌두교 성전 (聖典) 『베다』를 보아도 딱히 그런 내용은 없다. 해리스는 어떤 종교적 · 정신적인 이유가 아니라 인구증가의 측면에서 이를 분석한다. 즉 인구가 점점 많아져 목초지가 부족해지자 소 자체를 키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식량이 되므로 그 수가 적어질수록 당연히 더 귀해졌고 결국 귀하게 보살펴야 할 사치재가 되었다.
이후 어느 정도 소의 개체수가 적정선을 이룬 뒤에도 인도에서 소의 지위는 변하지 않았다. 암소는 우유를 주고 수소는 쟁기를 끈다. 소똥은 거름이나 난방용 연료로 쓴다. 유지비도 많이 들지 않는데, 왕겨, 풀 따위를 먹기 때문에 인간과 먹는 것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소를 도축하지 못하므로 (공급과 수요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으므로) 소값 자체도 싸 굳이 팔 이유도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를 죽이지 않는 건 굉장히 합리적이라는 게 해리스의 결론이다.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안 먹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슬람교도는 중동에서 산다. 사막이거나 사막에 가까운 건조한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는 돼지를 키우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돼지는 인간과 먹는 게 겹친다. 인간이 먹는 걸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 체온조절을 못 해 물과 그늘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도 돼지가 줄 수 있는 건 고기밖에 없다. 노동수단이나 이동수단으로 전혀 쓸 수 없다. 중동에 사는 사람 중 이런 돼지를 예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 최고의 단백질원 벌레 하지만 최악의 효율성 벌레
이런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벌레다. 최근 들어 미래에는 벌레를 먹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번데기를 먹는 한국인조차 식충을 구역질나는 일로 여기는데, 과연 농담 반 진담 반의 예언은 현실이 될 것인가.
해리스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를 쓸 1980년대에도 벌레는 이미 최고의 단백질원으로 불렸다. 단백질 함유량으로만 따지면 소든 돼지든 그 어떤 동물도 벌레와 비교할 수 없다. 해리스식으로 생각하면 이런 벌레를 안 먹을 이유가 없다. 소나 돼지처럼 밥을 많이 줄 필요도 없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배변량도 많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나 있으며 수천수만 종이 존재해 멸종될 위험도 적다. 그런데 왜 인류는 벌레를 먹지 않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해리스가 제시한 음식문화의 네 가지 규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고기로서의 효용이 크면 음식으로 사용한다.
2) 고기로서의 효용이 커도 다른 효용이 크면 음식으로의 사용이 제한된다.
3) 고기로서의 효용이 적고 다른 효용이 크면 음식으로의 사용이 기피된다.
4) 고기로서의 효용이 적고 다른 효용도 적으면 혐오된다.
국내에서 식용 벌레를 넣어 만든 과자 등을 파는 한 회사의 상품들. 팔기 쉽고 사기 쉬운 게 먹기 쉬운 게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도 언젠가는 벌레를 삼겹살 먹듯 먹게 되지 않을까?벌레로서는 1번 대접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4번으로 취급당하니 억울할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해리스는 본인의 유물론적 문화인류학을 활용해 훌륭하게 답을 내린다. 간단히 말해 벌레는 단백질 함유량이 월등히 뛰어나지만 벌레 한 마리가 제공하는 단백질의 절대량 자체가 워낙 적으므로 오히려 고기로서의 효용이 적다는 것이다. 1일 단백질 섭취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벌레 수백 마리를 잡아야 하는데, 이럴 바에는 야생에서 사슴이나 닭 따위를 한 마리 잡는 게 오히려 신체 에너지 활용에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해리스는 이를 ‘최적 먹이 찾기 이론’이라고 부른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벌레든 사슴이든 잡으러 뛰어다닐 일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발달한 오늘날 모든 게 비용과 효용의 논리에 꽉 묶여 있다. 팔기 좋은 것, 사기 좋은 것이 먹기 좋은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리스의 ‘문화유물론’은 여전히 가치 있는 책이다.
○ 독자의 평 1
마빈 해리스의 수수께끼 시리즈 삼부작을 구매해서 한 권씩 차근차근 읽어봤는데요. 역시 이 책도 무척 훌륭했어요. “우리는 더 나은 것을 먹기 위해 우리의 식생활이 변화하는 실제적인 원인과 결과를 알아야 한다’라고 저자가 말했는데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솔직히 먹는 행위에 대해 별로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보니 음식 문화에 이렇게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완전 놀랐습니다.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세계의 신비로운 음식문화를 문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설명해주는 책인데요. 우리 문화 뿐 아니라 다른 나라 문화도 이해할 수 있고 제 눈을 넓혀준 책이어서 참 유익하였습니다.
○ 독자의 평 2
작년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 중 하나인 식인과 제왕을 읽었다. 얻는게 많은 책이었다. 총균쇠의 원전 같다는 느낌이었다. 1년만에 두번째 저서를 잡았다. 마빈 해리스의 책은 두께는 얇지만 판쇄가 오래되어 90년대 느낌으로 글자가 촘촘하다. 그리고 내용도 가독성은 있으면서도 쉽지 않아 항상 생각보다 완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의 두번째 책은 세계 각 문화에서 어떠한 고기를 먹고, 먹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1. 소고기
소고기의 금기 하면 단연 인도가 떠오른다. 좁은 대륙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길에 즐비한 소를 굳이 먹지 않는 인도는 당최 이해가 쉽게 되지 않으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가 처음주터 소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 오랜 인도의 기록엔 소를 먹는 장면이 충분히 자주 나오며 소고기를 금지하는 종교적 계율도 없었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환경이 고갈되며 식량 부족의 압박을 겪게 되었고. 이쯤에 불교를 비롯한 살생을 금하는 종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인구가 늘기 시작하면서 동물성 식품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식물성 식품의 생산증대가 절박해졌고 여기에 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도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뚜렷이 나누어져 건기의 경우 굳고 거칠은 땅을 가는데 소의 힘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소고기는 종교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고기를 탐하는 평민층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는 종교적 세뇌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배층도 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소고기를 먹었으며 그들 역시 종교적 계율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도살은 하층민에게 시켰다. 얄팍한 종교적 계율은 동물을 죽인 사람만 죄를 받지 죽은 동물을 먹는 것은 다른 문제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지배층은 죄를 하층민에게 전가시켰고 상당기간 동물성 식품을 즐겼다.
2. 돼지고기
돼지고기의 금기는 이슬람이다. 이들 역시 인구가 적고 환경이 보다 넉넉한 과거엔 역시 돼지고기를 즐겼다. 돼지는 열을 땀으로 배출하지 못해 늘 그늘이 필요하고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물을 주어야 한다. 돼지가 진창에 구르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숲이 풍부하면 도토리나 숲의 열매를 주식으로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인간이 먹는 곡식이나 다른 식물성 식품이 필요하다.
이런 돼지의 특성으로 사막에서 돼지는 즉각 사치품이 된다. 숲이 필요한 돼지에게 태양이 너무 강하고 건조한 지역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슬람에선 돼지는 알라신이 유일하게 허용하지 않는 고기가 되고 만다. 소와 차이점은 있다면 그들은 소를 신성시했고 이슬람은 돼지를 반대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양자의 차이점 때문인데 고기로 하기가 어렵다는게 공통점이라면 소는 고기외에 여러모로 농사나 젖, 전쟁에 이용되는등 다른 측면에서 많은 유용성을 주기에 신성화에 어울렸고 돼지는 젖도 부족하고 쟁기도 끌지못하며 전쟁에도 사용될 수 없기에 아무런 효용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비하게도 돼지의 이런 사육한계는 이슬람의 지리적 한계와도 일치한다. 이슬람이 퍼진 지역은 돼지가 자라기 어려운 건조지역이며 돼지사육에 적합한 지역에선 이슬람은 더이상 뻗어나가지 못했다. 돼지 고기의 맛때문에 사람들은 이슬람은 거부한 것일까?
3. 말고기
말고기는 매우 붉은 색을 띠는데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늙어서도 고기가 연하고 순살코기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말은 식물을 고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굳이 뛰어나지 않은 소나 돼지보다는 훨씬 낮다. 말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먹은 풀의 소화흡수가 떨어지고 거기에 신진대사까지 높아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말고기가 식용으로 권장되고 금기되는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말의 희소성과 관련한다. 말이 많아지고 다른 고기가 희소해지면 말의 소비가 권장되고 허용되었으며 말이 여러가지로 희귀해지면 고기 소비가 금기시되었다.
유럽에서 말고기가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남부유럽의 경우 말의 서식지인 초지 부족이 주이유였다. 다른 유럽지역에선 말의 높은 가치 때문이었는데 우선 말은 전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동물이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말은 그 농업적 가치 역시 인정받았는데 유럽 북부의 경우 젖은 토양이었으므로 농사에 소보다는 말이 보다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4. 곤충
곤충은 제법 영양가가 높은 동물이지만 오랜 시간 인간에겐 주식이라기 보다는 간식거리였다. 곤충 하나하나는 잡은 것도 매우 쉽고 단위 무게당 비교적 높은 열량과 단백질을 제공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큰 동물을 먹는것에 비해 효용이 매우 떨어진다. 하루종일 파리를 쫓아다니며 백여마리를 잡아 먹는 것과, 토끼 한마리를 사냥한 것과 비교해보라.
때문에 곤충은 큰 동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로 고기로 이용된다. 곤충을 고기로 이용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는 무척이나 많고 잡기도 쉽지만 이들이 너무 산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주로 떼로 몰려 다니는 곤충이 주로 식량으로 채택된다. 메뚜기들이 대표적 예이다.
정리하면 곤충의 식량화는 큰 동물이 부족하면서 곤충을 떼로 사냥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지역은 지구상에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열대밀림지역이다. 정반대의 곳은 유럽이나 캐나다로 이런 지역에서 곤충혐오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먹지 못하는 곤충을 혐오하는 것은 당연하다. 곤충이 식량으로 유용하지 않다면 인간에게 마땅한 효용을 주는 측면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 인간의 식량을 축내기도 하며 물고 괴롭히며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러니 곤충이 식량이 아닌 지역에선 곤충혐오가 일어나는 것이다.
5. 애완동물
애완동물의 전제조건은 일단 이녀석들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먹기에 적합한 동물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효용성으로 인해 애완동물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애완동물인 개나 고양이등을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완동물이 효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효용성이 없었다면 인간은 그들을 가축화하고 기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면 애완동물화 하는 일도 일어나기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 말등은 사냥이나 재산의 보호 쥐잡기, 수송, 전쟁 등 적지 않은 이득을 인간에게 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애완동물이 주는 가장 큰 효용은 바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는 물론 과거에도 기능했던 것이지만 현대사회는 의식주와 여러 건강문제를 해결했음에도 인간 상호간의 높은 사회적 유대 관계를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부족사회나 농경사회에선 인간은 서로간에 강한 사회적 유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끊어졌으며 이를 오늘날의 애완동물이 대신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다.
6. 식인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효율적인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백질을 구축하려면 다른 단백질을 분해해 우리 몸에 맞는 단백질로 재구축을 해야하기 때문인데 인간단백질을 섭취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 사냥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다른 동물을 사냥한다면 적은 인원으로 떼로 몰아 대량으로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간과는 전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냥꾼 자기 자신이 크게 다치거나 오히려 쉽게 사냥감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 소규모 부족 사회시절 인간은 쉽게 식인을 했다. 사로 잡은 적들을 자신들의 부족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정치적 기술이 부족했고, 전쟁 후 손쉽게 식량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사회가 등장하며 이 관계는 역전된다. 발달한 국가는 정복지와 정복민을 흡수할 만한 정치체계를 보유했고, 이들을 생산자로 둔갑시켜 더 높은 식량생산을 이룰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잉여물을 착취할 세금체계와 군사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포로를 먹지 않고 잡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 때문에 국가의 등장이후 인류문명은 식인 문화를 금기시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체제가 있었음에도 식인이 계속된 문화가 있으니 바로 아즈텍이다. 그들의 피라미드 제단과 해골거치대의 규모를 분석해보면 당시 무려 16만개 이상의 해골을 거치대에 전시했음을 알 수 있다. 아즈텍의 식인 문화는 그들의 자연과 관련하는데 그 지역은 반추동물 가축과 돼지가 없으며 개나 칠면조 정도가 유일한 동물성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짐을 들거나 농사에 활용할 만한 큰 초식동물 가축도 없어 포로는 식량생산자로서도 의미가 없었다. 이런 자연적 한계와 동물성 식품의 부족은 아즈텍이 강력한 정치체계를 갖추었음에도 식인문화가 유지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시리즈는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일년후 쯤 마지막 권을 보게 될 듯하다. 이 시리즈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에 나온 것인데 이렇게 오래되었음에도 그럴듯하기에 대단한 책이란 생각이다. 음식문화의 수수께기는 식인과 제왕에 비해 깊이는 부족했지만 먹을 거리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먹을 순 있지만 모든 것을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연적 한계와 이를 금기시하는 여러 장치들, 문화가 어우러져 작용한다. 그리고 이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책이 주는 통찰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