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히피아스 (Lesser Hippias)

소 히피아스(Lesser Hippias)는 플라톤의 대화편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초기의 대화편이면서 가장 ‘특이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거짓말’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나, 호메로스 시에 대한 강한 비판이 들어 있다. 소크라테스는 히피아스와의 논전을 통하여 다음 3가지 역설적 결론, 즉 (1) “자발적인 거짓말은 비자발적인 거짓말보다 낫다” (2) “자발적으로 과실을 범하는 사람이 비자발적으로 과실을 범하는 사람보다 더 낫다.” 그리고 (3) “자발적으로 수치스럽고 정의롭지 못한 짓을 저지르는 것은 선한 사람의 징표이다.”라는 역설적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플라톤은 이러한 역설들을 통하여 ‘정의’와 같은 도덕적 덕은 간단한 지식이나 기술적 능력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1부(363a-369a)에서,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 히피아스를 상대로 호메로스 시에 나타난 두 주인공, 즉 아킬레우스와 오뒤세우스 중 누가 더 ‘거짓된’ 사람인지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히피아스는 상식적 관점에 기대어 오뒤세우스는 ‘교활한’ 사람인데 반해, 아킬레우스는 ‘진실 되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일리아스’에 근거해 오히려 아킬레우스가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후 논의의 중심은 ‘지식’과 ‘거짓말’과의 관계, 나아가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역설적 주장에 도달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하여 소크라테스는 히피아스의 테제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호메로스의 시를 철학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안티스테네스를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제2부(369a-373c)에서, 히피아스는 오뒤세우스에 대한 아킬레우스의 도덕적 우월성을 논증하려 하고, 소크라테스는 그 논증의 허구성을 노출시키고자 한다. 제1부에서 미루어졌던 호메로스 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현란한 소피스트적 기교를 선보인다. 특히 ‘일리아스’에 근거해 아킬레우스의 교활한 ‘계책’, 즉 오뒤세우스에게는 회군하겠다고 한 말과 아이아스에게 그대로 전장에 남겠다고 한 말 간의 모순성을 지적한다. 그 후, 소크라테스는 “자발적으로 과실을 범하는 사람은 비자발적으로 과실을 범하는 사람보다 더 낫다”(372e)라는 역설적인 주장을 피력한다.
제3부(373c-376c)에서는 제2부에서 피력된 역설적 주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이루어진다. 소크라테스는 광범위한 물리적 행위들과 기술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자신의 논지를 강화한다. 그리고 각종 사례를 통하여 자발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비자발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보다 낫다. “자발적으로 수치스럽고 정의롭지 못한 짓을 저지르는 것은 선한 사람이다”라는 역설적인 주장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화편의 저자인 플라톤의 진의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이러한 논의를 통하여 ‘정의’와 연관된 도덕적 덕은 간단한 기술적 능력이나 기능의 문제로 이해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소 히피아스’는 ‘이온’과 더불어 호메로스 시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이루어지는 대화편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플라톤은 호메로스 시를 철학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안티스테네스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데, 이는 ‘고르기아스’와 ‘국가’에서 빛을 보게 되는 플라톤 철학에 대한 준비 작업적 성격을 함축한다.
한편 이 대화편은 ‘일부러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모르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나은가’를 놓고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인 히피아스와의 언쟁을 벌이는 것을 다루고 있는데, 글의 전개는 그다지 신통치 않아 보인다. (Hippias maintaining that it is better to do wrong unintentionally than intentionally and Socrates taking the opposite side, 200) 다른 글에서도 흔히 드러나듯이, 언어를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이 대화편에서도 두 사람은 그 기반이 다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고, 소크라테스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논의를 전개시킨다. 우선 사람을 죽이는 경우에 고의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레슬링 선수가 넘어지는 경우에 고의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그것을 보편적으로 적용시키는 무리를 범하고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