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필 목사의 기고 글
트럼펫 부는 총회장
일 년 임기의 총회장님이 해년마다 호주를 방문하십니다. 이번에도 3일 일정으로 뉴질랜드와 일본으로 가시는 걸음에 호주를 방문하시고 동료 목사님 내외를 초청하여 격려하는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하셨습니다. 저와 아내는 서둘러 약속장소에 가보니 목사님들이 총회장님을 중심으로 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저도 정중하게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검소하고 소박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주는 목사님이셨습니다. L.A에서 목회하시면서 작년에 부회장님에 피선되셨고 금년에 총회장으로 승계되어 임기 기간 동안 각 노회 순회차 들르게 되었다 시며 인사와 격려의 말씀을 길지 않게 하셨습니다. 그리곤 트럼펫을 가져 오신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들의 박수와 함께 두 곡을 연주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에 밴드부였는데 중간에 손 놓았다가 목회하면서 다시 연습하였고 교회 행사 때마다 한 곡씩 하신답니다. 이번 방문 후 교회에 행사가 곧 있어서 연습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연습차 들고 왔다고 말씀은 하셨습니다. 총회적으로 존경 받으시는 시니어 목사님께서 능숙한 말솜씨로 말씀하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말씀 줄이고 얼굴이 시뻘게지며 트럼펫으로 찬양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 다른 형태의 기도로 이민목회의 고단함을 트럼펫을 불며 극복하셨는가. 아니면 취미로 부셨던 것이 이제는 전매특허가 되어 교회 음악에 기여하시는가. 여하튼 끝나고 저는 목사님 멋있습니다라고 인사드렸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악기 하나쯤 취미로 연주 할 줄 알아 목소리 갈라지는 때가 되었을 때 악기로 하나님께 찬양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늘 말씀을 내야 하는 목사님께서 가끔은 말씀대신 메시지 실린 목소리가 아닌 다른 사운드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믿음을 독려하는 또 다른 형태의 전도라 생각하였습니다. 여하튼 총회장님께서 트럼펫을 들고 첫 길이자 겸연쩍은 만남의 순간에 여러 말씀을 하시기보다는 찬양을 연주하시는 것을 보며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에게 주는 메시지는 금방 잊히지 않을 듯싶습니다.
오래전에 보았지만 선교영화 미션이 가끔 생각납니다. 18세기 남미대륙에서 선교활동을 한 예수회 소속의 가브리엘 선교사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실을 상당히 치밀하게 반영한 영화랍니다. 과라니족을 전도하기 위하여 선교사님들이 들어갈 때마다 외부인을 즉시 죽였습니다. 호전적인 무서운 종족이었지요. 또 한 사람이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거대한 폭포의 상류로부터 십자가에 묶인 채 떠내려 보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교는 중단되어야 정상일 터인데 가브리엘 선교사님은 자신이 보낸 사람이 죽었기에 이번에는 자신이 가야 한다며 험준한 계곡과 절벽의 폭포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원주민 지역 가까이 다가가 바위에 앉아 오보에를 꺼내 연주를 시작하였습니다. 외부인이 침입한 것을 알고 있었던 원주민들은 독침과 화살로 쏘려한 것을 중단하고 그 신기한 소리를 따라 다가와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는 선교사님을 이리 저리 바라보며 경계심을 풀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사와 대화가 이루어져 원주민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족 속으로 들어가 선교가 시작되었고 결국 과라니족이 개종하여 선교 마을을 건설하였다는 영화입니다. 상당히 감동적이었지요. 그런데 그때 선교사님은 왜 성경구절을 들이대거나 전도폭팔 일대일양육 같은 방법을 쓰지 않고 오보에를 연주하였을까요.
그러면서 구약성경의 이러한 내용들이 생각납니다. 사무엘상 16장 23절에 보면 사울이란 왕에게 악한 영이 들어 심한 열등의식과 정신착란증으로 소리를 지르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신하들은 왕을 지켜보다 못해 치료하도록 건의하였습니다. 그 때에 다윗이 수금이라는 현악기를 가져와 연주할 때에 왕의 마음이 시원해지고 치료가 되었습니다. 심한 경쟁심과 열등의식에서 자유로워졌고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정과 궁중 내에도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왕에게 음악은 악령을 물리치는 것이었고 가정과 궁중에는 평화를 가져온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음악은 사람을 치료하기도 하고 강하게도 만드나 봅니다. 히틀러는 군중을 선동하기 위하여 바그너의 음악을 사용했다 하고요 회사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고 슈퍼마켓에서도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음악을 틀어 놓는다 합니다. 음악을 들려주니 꽃도 더 많이 피고 젖소도 더 많이 생산하더란 연구도 있었답니다. 음악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까지도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음악을 통하여 마음의 질병뿐만 아니라 몸의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음악치료 기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합니다. 복잡한 것을 잊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쓰기 보다는 믿음 실린 괜찮은 곡을 들어보십시오. 말로 어색할 때엔 같이 들어 보십시오. 갈등이 치료되고 주의 평화가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손상필 목사(새문안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