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사관 칼럼(송년 특별기고)
시간이란 무엇인가?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는 때가 되었다. 육지의 끝이 바다의 시작인 것처럼, 2016년의 끝은 2017년의 시작이다. 대나무가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은 마디의 힘이다. 약해질 때 쯤 마디를 만들고, 그 마디를 바탕으로 다시 올라간다. 한 해를 잘 마무리 한다는 것은 다음 해를 위한 마디를 만드는 것이다.
신앙생활은 시간의 바통을 쥐고 경주하는 것과 같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이란 時와 時 사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때’이다. 헬라어로 ‘때’를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한다. ‘크로노스’란 흐르는 시간이다.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 등 시계가 말해주는 시간이다. ‘카이로스’란 흐르는 시간 속에서‘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객관적 시간’, ‘수평적 시간’ 그리고 ‘양적인 시간’이다. ‘크로노스’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면 ‘카이로스’가 된다. ‘카이로스’는 ‘주관적 시간’, ‘수직적 시간’ 그리고 ‘질적인 시간’이다. 우리는 김춘수씨의 ‘꽃’이란 시를 잘 알고 있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던 그 무엇에 ‘꽃’이란 의미를 부여하여 주니 ‘꽃’이 되어 나에게로 왔다.’ 의미없는 ‘크로노스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주면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어 우리에게 올 것이다.
1) 객관적 시간과 주관적 시간
크로노스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적용되는 주관적 시간이다. 시간을 크로노스로 받아들이면 수동적인 삶을 살지만, 카이로스로 받아들이면 능동적인 삶을 산다. 크로노스란 던져졌기 때문에 받은 것이고, 주어졌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카르페 디엠’이란 말이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알려준 경구로 유명하다. 라틴어 카르페(Carpe)는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라는 의미이고, 디엠(diem)은 ‘날’을 의미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Seize the Day’이다. ‘크노로스의 오늘을 카이로스의 오늘로 만들라’는 뜻이다.
오늘은 그 많은 날 중에 또 하루가 아니다. 오늘은 영원히 다시 올 수 없는 ‘지금’이다. “가라사대 내가 은혜 베풀 때에 너를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 하셨으니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후 6:2).
2) 수평적 시간과 수직적 시간
수평적 시간이란 과거, 현재, 미래로 흐르는 ‘땅의 시간’이다. 수직적 시간은 ‘땅’과 ‘하늘’이 만나는 시간이다. ‘땅’에 사는 인간에게 ‘하늘의 의미’가 부여되는 시간이다. 하나님의 활동이 전개되고 그 분의 계획이 실현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삶, 죽음 그리고 부활, 승천, 재림을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와 경륜이 담긴 시간이다. 그리스도인은 땅에 속한 크로노스적인 시간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속한 카이로스적인 시간을 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살고 있지만, 이 땅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죽은 자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듣는 자는 살아나리라”(요 5:24-25) 여기서 ‘때’란 카이로스 곧 수직적 시간으로 하나님의 뜻이 실행되어 성취하는 ‘결정적 시간’이다.
3) 양적인 시간과 질적인 시간
심판대에 섰을 때, 하나님은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하는 ‘양적인 시간’이 아닌, ‘어떻게 살았는가’하는 ‘질적인 시간’으로 심판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늙는 사람(Getting Old)이 있고, 성숙해 지는(Getting Mature) 사람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노인이 되는 사람이 있고, 어르신이 되는 사람도 있다. 신앙의 연륜이 많더라도 어린아이 같은 신자가 있는가 하면,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성숙한 신자도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광고가 있다. 광고 카피라어터(Copywriter)이자 작가인 ‘박웅현’의 카피이다. 유학시절 교수 같이 나이 드신 분이 자기 옆에 앉아 수업을 듣고, 학생 같이 젊은 교수가 강의하는 것을 보고 “그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문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때가 오래므로 너희가 마땅히 선생이 될 터인데 너희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가 무엇인지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이니 젖이나 먹고 단단한 식물을 못 먹을 자가 되었도다”(히 5:12). 여기서 ‘때’란 크로노스 즉 양적인 시간을 말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신앙연륜이 오래 되서 마땅히 선생이 되어야 할 사람이, 아직도 어린아이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환기 사관(시드니구세군 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