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도심 인질극으로 사망자 발생, 시민들 애도와 무슬림 돕기운동 확산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발생한 인질극이 경찰의 진압으로 약 17시간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진압 과정에서 인질범을 포함해 3명이 사망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경찰은 16일 “작전이 종료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전날 15일 오전 9시쯤 인질범이 시드니 시내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에 침입하면서 시작된 인질극은 중무장한 경찰이 16일 오전 2시 10분 인질극 현장을 급습하면서 종료됐다.
경찰의 급습에 앞서 총 17명의 인질 가운데 이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 교민 여대생 배모씨(20) 등 5명도 탈출에 성공했다.
앤드루 사이피온 뉴사우스웨일스 경찰국장은 작전종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인질 구출작전 과정에서 50세 남성인 인질범과 인질 가운데 34세 남성, 38세 여성 등 총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인질 2명이 인질범의 총에 맞아 숨졌는지 경찰과 인질범 간의 교전 와중에 사망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사이피온 경찰국장은 이번 인질극에 대해 ‘단독범행’이라고 설명하면서 “인질극 현장에서 폭발물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인질범은 지난 1996년 호주로 건너온 난민 출신의 이란인 만 하론 모니스(50)라고 현지언론은 보도했다. 이슬람 사회·조직의 지도자인 셰이크를 자칭하는 모니스는 시드니 남서부에 거주하는 소수파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졌으며 전처 살해 공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인질범이 카페 유리창에 검은색 바탕에 흰색 아랍어 문자로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이다”라는 글귀가 적힌 이슬람교 신앙 고백문(샤하다) 깃발을 내건 것으로 알려져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계 배양 탈출에 세계가 환호
15일 시드니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 인질사건으로 전 세계가 테러 공포에 떨던 그 순간 두 명의 동양계 여성이 극적으로 테러 현장에서 탈출했다. 인질극이 벌어진 지 7시간45분 만이었다.
먼저 뛰쳐나온 여성은 한국계 배양(20)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배양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정신없이 뛰며 무장 경찰에게 안겼다. 7,8초쯤 지나 중국계 엘리 첸(Chen)이 뛰쳐나왔다. 린트 초콜릿 카페의 종업원이었던 이들은 앞서 오후 4시께 먼저 탈출한 3명에 이어 목숨을 건 필사의 탈출에 성공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배양은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주해 호주시민권을 취득했고, 린트 초콜릿 카페에선 임시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드니 공과대학에 재학 중이며 S한인교회에 다니고 있다. 목숨을 걸고 공포의 현장에서 탈출한 배씨와 첸에 대해 세계인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희생자, 토리와 카트리나의 의로운 행동에 추모물결 이어져
인질극 와중에 숨진 이는 모두 2명으로 카페 매니저 토리 존슨(34)와 여성 변호사 카트리나 도슨(38)이다. 존슨은 인질범이 잠든 사이 총을 뺏으려다, 도슨은 임신한 인질범으로부터 친구를 보호하려다 사망했다.
배양의 동료이기도 한 존슨은 2012년 10월부터 린트 초콜릿 카페에서 일했다. 그는 16일 새벽 2시께 인질범인 모니스가 잠든 사이 총을 빼앗으려고 시도했으나 몸싸움을 벌이다 가슴에 총을 맞고 끝내 숨졌다. 호주 ABC 방송에 따르면 이 총격을 계기로 무장 경찰이 현장을 급습해 인질극을 끝낸 덕분에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존슨의 부모는 성명을 발표해 “아름다운 우리 아들 토리가 자랑스럽다. 토리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의 추억은 영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인 도슨은 임신한 친구를 인질범으로부터 보호하려다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슨은 세 자녀의 어머니인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숨지는 과정에서 영웅다운 행동을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들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린트 초콜릿 카페 주변의 보도는 이들을 추모하는 꽃다발로 가득 메워졌다. 피터 코스그로브 호주 총독 부부, 마이크 베어드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 등도 추모에 동참했다. 시드니 시내에는 이들 위한 조기가 내걸렸다.
인질극에도 호주서 무슬림 돕기운동 확산, 무슬림에 “#버스 같이 타드려요”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발생한 인질극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호주 국민들이 후폭풍을 두려워하는 자국 내 이슬람교도들을 다독이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발휘하고 나섰다.
인질극 이후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려고 쓰는 스카프) 등 종교적인 복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안을 느끼는 무슬림들을 위해 버스·전철 등을 함께 타주겠다고 자청하는 호주인들이 늘고 있다.
일명 ‘같이 타드릴게요’(I’ll ride with you) 운동은 레이철 제이콥스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 편에서 시작됐다. 그는 전철 옆자리에 앉은 무슬림 여성이 슬그머니 히잡을 벗는 모습을 보고 여성을 쫓아가 “히잡 다시 쓰세요. 제가 옆에서 같이 걸을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무슬림 여성은 울음을 터트리면서 제이콥스를 포옹하고 나서 혼자 걸어갔다.
이 사연을 접한 테사 쿰은 트위터에 “쿠지에서 마틴플레이스 가는 373번 버스를 타는 분 중에 종교적인 복장으로 혼자 버스에 타기 불안한 분이 있으시면 제가 같이 타드릴게요. 버스 타는 시간 알려주세요”라고 올렸다.
곧 “#같이 타드릴게요”라는 해시태그가 들불처럼 번져 2시간 만에 4만 건, 4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15만 건으로 불어났다고 호주 트위터 측은 전했다.
쿰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중교통에서 겁에 질린 무슬림 여성에게 베푼 작은 친절에 감동했을 뿐 ‘같이 타드릴게요’ 운동을 계획한 게 아니다 … 세상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고, 친절이 퍼져 나가는 광경은 놀랍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는 15일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에서 발생한 인질극으로 3명이 사망한 이후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