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인문학과 경제
(장하준의 자본주의 해부/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면서
장하준은 1990년 이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고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상을, 2005년 레온티에프상을 최연소로 수상하여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여러 책들 중
1)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형성백 역, 2004, 부키; 각국의 무역정책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풍부한 문헌조사와 학문적 주석이 달려 있는 연구서
2)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이순희 역, 2008, 부키;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3)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김희정·안세민 역, 2010, 부키를 읽고 그가 말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간결하게 요약 정리하면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당연히 있겠지만 우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장하준 경제학의 핵심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책 사다리 걷어차기의 논지
1841년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영국이 자신들은 높은 관세와 광범위한 보조금을 통해서 경제적인 패권을 장악해 놓고서 정작 다른 나라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권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적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난했다.
18세기까지는 유럽 저지대 국가(네덜란드, 벨기에) 들이 영국보다 경제, 기술 공업화 등에서 앞서 있었다.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의 기술력은 비로소 다른 국가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19세기 중반까지 영국의 산업장려정책과 제조품에 대한 보호관세는 지속되었다. 19세기 중반 영국경제의 전반적인 자유화는 자유방임주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매우 점진적으로 자유무역체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의 역사를 보면 미국은 근대적 보호주의의 모국이자 철옹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남북전쟁의 배경을 경제적으로 살펴보면 북부 공화당은 유치 산업보호정책을 지지했고 남부는 농업중심경제여서 관세 부과와 보호주의에 반대 입장이었다(남부-민주당-친영국-반관세-반연방주의). 링컨의 노예제도 폐지가 남북의 쟁점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관세에 대한 입장차이, 보호주의에 대한 견해차이가 컸다. 실제로 링컨은 연방제의 존립을 위해서라면 남부의 노예제도를 인정할 의사가 있음을 전쟁 기간 중 명백하게 밝혔었다. 그러니까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은 그의 도덕적 신념보다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고 고율의 관세로 산업 지원과 전쟁경비를 충당하였다. 지금도 미연방정부가 국방관련 연구개발기금을 제공하고 있고 제약 및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개발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 유럽선진국 따라잡기 기간 동안의 미국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영국고전학파가 주장한 자유무역이론이 미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미달러화에 등장하는 인물중 대통령이 아닌 사람은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인데 그는 미국 유치산업보호주의자의 대표였다.
영국의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불평등 강요 정책의 내용을 보면
1) 1차 산업품의 생산을 권장, 2) 제조업 활동 금지나 억제, 3) 영국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던 식민지 상품의 수출금지(예 18세기 인도의 면섬유산업, 아일랜드의 모직업, 미국의 모직업), 4) 식민지 당국의 관세정책지배 등이 있다.
그러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펼친 ITT(산업 무역 기술) 정책은 어떠한가? 18세기의 영국, 19세기의 미국, 19세기 후반의 독일, 20세기의 스웨덴이 사용했던 정책들과 비슷하나 사실은 보다 더욱 복잡하고 미세 조정된 것(수출보조금, 원자재 관세환급)으로 볼 수 있다.
자신들이 따라잡기 기간에 있는 동안 현선진국들은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의 숙련된 노동인력을 빼돌렸으며 선진국들이 수출을 금지한 기계는 밀수입하였고 산업스파이를 고용하는가 하면 다른 국가들의 특허권 및 상표를 계획적으로 도용하였다. 그러나 일단 자신들이 선진국 대열에 오르면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숙련된 노동인력 및 기술의 유출을 금지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허권 및 상표를 강력히 보호하기 시작했다. 18세기에 그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유치산업 보호를 실행하였던 영국이 19세기에는 자유무역의 장점을 역설하고 나오는 것이 위선적으로 비쳐졌기에 과거 독일과 미국등은 영국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자신들이 경제발전을 도모하던 시기에는 보호관세와 보조금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켜 놓고 정작 지금 와서는 후진국에게 자유무역을 채택하고 보조금을 철폐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자신들은 여성, 빈민, 유색인종에 대해서는 투표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후진국들에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경제발전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자신들은 다른 나라의 특허권과 상표권을 밥먹듯이 침해했으면서도 이제는 후진국들에게 지적 재산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호하라고 강요하는 현실을 이책에서 역사적 여러 사례를 통해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선진국들이 IMF를 통해서 개발도상국에 바람직한 정책(good policy)과 바람직한 통치제도(good governance)를 수용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사다리 걷어차기다. 개발도상국의 적극적 ITT정책(산업무역기술) 의 실행을 제약하는 WTO의 합의는 현 선진국들이 반독립국가들에게 강요하였던 다양한 불평등 조약의 현대판이다.
현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 따라 오지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good governance의 권고 제도들은 현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물에 해당된다.
3.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논지(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3세기가 넘는 기간동안 진행되어 온 세계화의 경로는 다음과 같다.
영국은 18세기에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정책을 채택했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눈부신 경제 성공으로 자유시장, 자유무역정책의 우수성이 명백해지자 다른 나라들도 무역을 자유화하고 국내 경제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했던 것은 자유 방임주의적인 국내산업정책 상품 자본 노동의 국가간 흐름을 막는 장벽의 완화, 물가안정으로 상징되는 화폐가치의 안정성, 거시경제의 안정 등이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경제공황, 2차 세계대전으로 첫 번째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사라지고 말았다. 전후 세계대전이 끝나자 세계경제는 좀 더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재조직되었는데 이번에 패권장악국가는 미국이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 및 개도국들은 여전히 보호주의와 국가 개입이 시작되었다. 또한 1982년의 제3세계 외채위기 이후 많은 개도국들이 국가 개입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단념하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이 같은 세계화의 최고의 순간은 1989년에 있었던 공산주의의 붕괴였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다음의 사항들이다 첫 번째 세계화(1870-1913) 시기에 영국의 패권하에 발전하고 있던 상품, 사람, 돈의 자유로운 이동은 대부분 시장의 힘이 아니라 군사력 때문이었다. 이시기 관세자율권을 되찾은 높은 관세의 남미국가들은 미국과 비슷한 속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들어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과 대조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채택한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경제 성장의 실패를 보여주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은 증대한 반면 성장은 사실상 크게 둔화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경제 활동 전반(성장, 평등, 안정)에서 실패하고 있다. 1950-1980의 국가주의적 정책에 의해 뒷받침되는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와 1980년 이후 통제되지 않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시기를 구분한다면 통제된 시기의 세계 경제는 최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훨씬 안정적이었으며 소득분배도 훨씬 균등했다.
누가 세계경제를 운용하는가?
세계 생산고의 80%와 국제 무역의 70%를 차지하는 부자나라들의 국가정책이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세계경제의 규칙을 만들고자 하는 선진국들의 의도이다. 사악한 삼총사(WTO, IBRD, IMF)는 선진국에 의해 통제되고 선진국이 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1995년 GATT가 WTO로 승격되었으며 관세 무역, 외국인투자, 지적소유권 등을 다룬다. 1944년에 전후 국제경제관리체제를 구상중이던 연합국의 회담에 의해 설립된 IMF(단기금융담당) IBRD(장기투자담당)는 제3세계 외채위기가 있었던 1980년 이후 역할이 크게 달라져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는 합동작전을 통해 개도국의 정책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기구의 본래 임무에서 훨씬 벗어나 정부예산, 산업규제, 농산물가격, 노동시장규제, 민영화 등 개도국의 모든 경제정책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1990년 이후 차관에 이른바 체제관련 융자조건(governance conditionalities)을 붙이며 민주주의, 정부의 분권화, 중앙은행의 독립 등은 물론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영역으로 간섭이 시작되었다. 채무변제 외에 간접적이고 주변적인 영역까지 개입하는 것이다.
IMF와 세계은행은 고도로 훈련된 경제학자 군단과 무수한 금융자원을 가지고 있는 반면 개도국들은 여기에 맞서 논쟁을 벌일 만한 지적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4.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논지
주장1)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
반론 – 자유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발전단계와 생활 수준에 엄청난 격차가 나는 상황에서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위한 첫걸음이다.
주장2)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면 기업이윤은 극대화된다.
반론 – 단기수익 극대화 기업전략은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다. 아담 스미스 등 자유시장론자들이 주주유한책임에 반대했던 것과는 달리 마르크스는 개인 투자가의 리스크는 줄임으로서 새로 등장하는 중화학공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동원이 가능해 짐을 간파하고 주주 유한 책임에 찬성했다. 유한 책임제도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자본 축적과 기술자원을 엄청나게 촉진시켰다. 고용삭감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주장3) 공평하고 효율적인 보상은 자유로운 노동시장에서만 가능하다
반론 – 잘 사는 나라의 높은 생산성은 단지 역사적으로 축적해 온 다양한 제도들 덕분이며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나 근면성만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이며 이민의 제한으로 가능한 것이다.
주장4) 인터넷 등 통신기술혁명은 강력한 시장자유화를 필요로 한다.
반론 – 가장 최근의 것을 가장 혁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꾸었다. 일부 선진국은 정보통신기술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업은 필요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산업화 시대가 왔다고 철썩 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경제를 약화시켰다.
세계화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이지 기술이 아니다.
주장5) 시장은 오직 이기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반론 –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전제하듯이 전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며 다른 본성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하도록 격려해야한다(일에 대한 애정,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 자존심, 동료들과의 결속력, 경영자에 대한 신뢰, 애사심). 사람들이 최악의 행동을 할 것이라 예상하면 결국 최악의 행동을 하게 될 것이며 사람들을 감시 판단 제재하는 데는 실제로는 불필요한 엄청난 자원이 소요된다.
주장6) 1990년대 이후 세상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길들이는데 성공했다. 정부예산적자를 더 엄격히 다스리고 중앙은행을 독립시켜 인플레이선 억제를 이루었다.
반론 – 인플레이션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우리는 완전 고용이나 경제성장 같은 중요한 문제는 간과했다. 노동시장유연성이라는 미명아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사람들의 삶이 불안정해졌다. 물가안정이 성장의 전제조건이라지만 인플레이선 억제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후의성장률은 미미했다. 2008년 금용위기도 그렇다.
주장7) 모든 선진국들은 자유시장정책과 자유무역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
반론 –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와 반대로 개도국의 경제실적은 국가주도의 발전을 꾀하던 시절이 그뒤를 이어 시장지향적 개혁을 추진할 때 보다 나았다. 사실상 영미 등 선진국의 대다수는 모두 보호무역과 정부보조들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Alexander Hamilton 미 재무장관($10 지폐의 人物)
주장8) 세계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초국적 기업들이다. 자국기업을 육성해서 자국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도인지 모르나 이런 정책은 가장 효율적인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결국 국가 경제를 해치게 된다.
예) Carlos ghosn(1954-) 르노, 닛산 자동차 회장 레바논계 브라질인으로 출생 프랑스 이민, 미국 일본 거주/ 스위스 네슬레(스위스 생산 5%, 유럽생산 30%)
반론 – 점점 더 많은 자본이 초국적 기업이 되어가고 있으나 사실상 해외지사들을 둔 단일국적 기업으로 남아 있으며 핵심기술개발 전략설정은 거의 본국에서 이루어진다.
국경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엄청나게 과장된 표현이다.
예) 크라이슬러(미국기업-독일기업 합병 –미국 기업에 매각-이태리 기업이 인수)
외국 자본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자본에는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신화에 근거하여 경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주장9)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 점점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개도국은 사양길에 접어든 제조업산업단계는 아예 건너뛰고 서비스에 기초한 탈산업형 경제구조로 바로 진입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반론 – 스위스와 싱가포르의 실제모습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위에서 서비스산업이 강세이다. 즉 생산성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첨단지식기반 서비스산업들은 강력한 제조업 없이 발전할 수 없다.
주장10) 평균소득 기준으로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몇 나라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반론 – 미국의 불평등한 소득 분배현상은 미국의 건강지표(평균 수명과 유아 사망율)가 좋지 않고 범죄율이 높은 원인 중의 하나이며 장기간 노동(노조 결성율 낮음)과 이민이 많고 고용조건이 열악한 덕에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싸기 때문에 구매력이 높은 듯 보인다. 그러나 미국인처럼 여가시간보다는 물건을 많이 갖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유럽인처럼 돈보다 여가시간을 확보하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1880~1914년 사이 300만명의 이태리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하였는데 미국이 봉건제도의 잔재가 없는 나라여서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훨씬 높았고 땅에 비해 일손이 귀해 이태리보다 4배의 임금을 챙길수 있었기 때문이다.(American dream)
진정으로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에 여가시간의 질과 양, 직업의 안정성, 범죄와 공포로부터의 해방, 의료혜택, 사회복지 등 ‘질 좋은 삶’을 살펴야 한다.
주장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다.
반론 – 나쁜 기후, 내륙국가, 풍부한 천연자원, 민족분쟁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등 장애요인들이 낳는 문제를 처리할만한 과학적 제도적 조직적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옛날 게으른 일본과 거짓말 잘하는 독일이 경제 발전과 함께 크게 바뀌었듯이 문화라는 것은 경제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더 나은 기술과 뛰어난 조직력 그리고 향상된 정치제도를 갖게 되면 극복가능하다. 아프리카의 진정한 비극은 만성적 성장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주장12) 정부는 현명한 사업결정을 내리거나 산업정책을 통해 유망주를 고르는데 필요한 정보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white elephant project; 불교에서 신성한 동물인 흰코끼리는 일을 시킬 수 없는 짐승으로 보기에는 번드레 하지만 유지하는데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들어가는데다 실질적인 이용가치는 전혀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개도국의 고속도로와 제철소, 인도네시아 항공산업, 영불의 콩코드 프로젝트).
반론 – 1965년 한국의 일관 제철소 건설계획(포철), 현재 세계4위
예)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 한국의 예
미국정부의 연구개발지원에 힘입어 발전한 컴퓨터, 반도체 항공기 인터넷 생명공학
프랑스 ENA 출신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책 네트워크
성공적 사례만 보고 정부가 항상 유망주를 고를 것이라고 옹호해서도 안되는 것처럼 실패 사례만 보고 거부해서도 안된다. 대부분 성공적인 경우는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서 선택했을 때이다.
주장13) 부의 분배에 앞서 부를 창출해야하며 부자에게 지원하면 파이 전체의 크기가 더 커지게 되고 결국 모두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반론 – 성장을 촉진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의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현상은 미미했으며 더 많은 부가 사회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수단(투자 조건부 감세허용)을 통해 부자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더 높은 성장을 이루고 복지국가 같은 메카니즘을 통해 모든 사회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장14) CEO로 정말 능력있는 사람을 영입하려면 막대한 보수를 주어야 한다.
반론 – 미 경영자 보수는 여러 면에서 너무 높다. 미경영자계층이 지닌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힘은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시장자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1960년대에 비해 10배증가, 스톡옵션도 포함하면 일본 CEO의 20배). 그들에 대한 적정한 보수체계가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되고 또 결정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환상일 뿐이다.
주장15) 기업가 정신은 역동적인 경제의 핵심인데 경제가 활력을 잃은 나라들을 보면 기업가 정신의 결여가 그 원인의 하나인 것을 알 수 있다.
반론 –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요인이다.
마이크로 크레딧 산업(1983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이 좋은 예인데 이를 인정받아 2006년 그라민 은행 설립자 Muhammad Yunus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주장16) 우리는 시장 관여하는 것을 일체 삼가야 한다. 아담 스미스의 ‘invisible hand’
반론 – 1997년 노벨경제학상수상자는 금융파생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낸 Robert Merton과 Myron Scholes였는데 금융파생상품은 2007년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었다. 극도로 복잡한 현대금융시장과 같은 분야에서는 선택의 범위를 제한해서 문제의 복잡성을 줄임으로서 결과적으로 일이 잘못될 가능성을 낮추어야 한다.
주장17) 교육을 잘받은 노동력은 경제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반론 – 경제가 발전할수록 기계가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대체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Swiss 패러독스(1969년 대학진학율 16%로 OECD 평균의 절반인데 생산성은 상위)
세계적인 학력인플레 반증사례
주장18) 기업은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반론 – 1990년대 초 영국 경제주간지 Far Eastern Economic Review의 한국에 관한 특집호에서 한국에서 공장을 하나 열려면 199개 기관에서 299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전 30년간 연6%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고 이를 수수께끼 같다는 묘사의 기사가 있었다. 일본과 타이완도 사실 그랬다. 반면 규제완화조치를 실시한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 299개의 허가를 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 규제가 장기적 기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예는 과밀한 어류 양식규제, 아동노동에 대한 규제, 은행들에 대한 규제, 노동자교육 의무 등이 있다.
주장19)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계획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획은 적을수록 더 좋다.
(소련우화) 우리는 일하는 척하고 그들은 보수를 주는 척 한다.
반론 – 문제는 계획의 수립여부가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적절한 계획을 하는지에 달려있다.(佛 산업유도계획, 美 연구개발비지원)
국영기업비중(싱가포르 20% 세계 평균 10% 미국 1%)
주장20)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필요하다.
반론 –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수준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양 산업에 대한 공정한 접근 방식은 실직한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실업수당, 의료보험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새로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스칸디나비아 국가들).
한 연구에 따르면 계층이동성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영국에 비해 더 높고 영국은 미국에 비해 더 높다고 한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주장21) 큰 정부는 경제에 좋지 않다.
반론 – 2003년 기준 GNP 대비 공공사회비용 차지비율 스웨덴 31.3%, 노르웨이 25.1%, 핀란드 22.5%, OECD 평균 20.7%, 미국 16.2%로 많은 복지 비용의 지불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국가들은 미국보다 성장률이 높다.
주장22) 자유로운 금융시장을 보유한 경제는 변화하는 기회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고 결국 빠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반론 – 최근의 금융혁신으로 마련된 새로운 단기금융상품은 너무나 효율적이어서 실물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기다려 줄 줄 아는’ 자본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시장의 효율성은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
예) 아이슬란드가 완전 금융규제 폐지로 금융주요 발전정책에 힘입어 신생 금융중심지로 부상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완전히 붕괴(아이슬란드 순외채 GNP의 250%, 1997 한국 GNP의 25%, 인도네시아 35%).
라트비아, 두바이, 터키의 예, 미국거대기업의 제조업 비중 줄이고 수익률이 높은 금융회사화 추진 결과(GE 캐피탈, GM 그룹 금융자회사 GMAC, 포드 파이낸스)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 현상 나타남.
5. 장하준의 대안제시 내용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고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구속 탄압했고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당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는 대안이 무엇인가를 찾고 또 말하여야 한다.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결론)
1) 시장에 대항하라. 시장은 현재 상태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농후하다. 만일 가난에서 벗어나기 원한다면 이 나라들은 시장에 대항하여 더 높은 소득을 올릴수 있는 보다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단기적인 희생은 필요하다. 예) 노키아 17년, 도요타 30년, 영 모직물 100년, 미 모직물 130년, 포철 삼성 현대.
2) 제조업 왜 중요한가
제조업은 농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생산성이 훨씬 빠른 속도록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업으로 성공한 스위스와 싱가포르를 보면 실제로는 둘 다 선진공업화된 나라들이다.
3) 1993년 IBRD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이나 한국의 무역공업정책을 따라가 지 말자고 충고하고 있는데 아니다 어려운 정책과 연관된 실험은 필요하고 쉬운 정책들만 붙들고 있다면 결코 어려운 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개도국에게는 기울어진 경기장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데 경기장이 평평하다면 결국 그 게임은 불공정한 것이 된다.
골프에서 핸디캡이 있듯이 개도국에게는 차별화된 기회를 더 주어야 공정한 것이다.
5) 전후 마샬플랜과 같이 신자유주의가 융성하기 전까지는 선진국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경제시스템 재설계를 위한 8가지 원칙)
1) 자본주의를 하되 좋지않은 결과를 가져온 자유시장주의라는 고삐풀린 자본주의에 대한 맹목적 사랑에서 눈을 떠 더 잘 규제된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목표 가치 믿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 인간의 합리성(合理性)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인식위에서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투명성만 높인다고 금융위기를 막을수 없다. 장기적으로 사회에 이롭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은 규제해야한다. 식품, 약품, 자동차, 비행기의 경우 안전기준을 설정하듯이 말이다.
3) 물질적 부를 중요시 하되 사회적 책임과 단기적인 자기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전체시스템을 우선시 하여야 한다. 모든 조직은 구성원들간의 신뢰, 상호연대, 정직성 협동 등을 장려하는 형태로 설계되어야 한다.
4) 사람들이 항상 받아 마땅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은 개인적 자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자기 나라의 경제 시스템과 선진국의 이민 정책 때문에 그런 것이다. 1950년의 최고경영자 보수가 노동자 평균의 35배에서 오늘날 300-400배로 증가한 것은 크나큰 문제이다.
5) 물건 만들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탈산업화 지식사회는 신화에 불과하고 제조업은 지금도 경제에 효율적이다. 재테크와 조세 피난처로 돈을 벌기보다 제조업, 사회간접자본, 노동자 교육처럼 재미없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6)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더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융 거래세, 개도국 에 대한 초국적 자본 이동에 대한 제한, 기업인수 합병에 대한 규제강화등은 금융산업의 속도를 늦춰서 금융이 실물경제를 약화시키며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도록 만드는 정책들이다.
7)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다.(스칸디나비아 후생복지국가들의 예)
사실상 오늘날 부유해진 나라들은 모두 정부가 경제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구사했던 나라들이다.
8) 세계 경제시스템은 개도국을 불공평하게 우대해야 한다.
빈곤과 불안으로 고통받는 수십억 인구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한다.
6. 장하준 논리의 비판적 해부(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 창비 2011.1.26. 주간논평)
장교수의 책은 재미가 있고 문체도 경쾌하다. 시장만능주의(그는 자유시장주의라 했으나 시장의 긍정적 기능은 경시하는 느낌이라 바꿔 쓴다)의 폐해에 대한 지적, 불균형적으로 발달한 금융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복지 증대의 중요성, 세탁기 발명의 의의, 탈산업화 신화의 맹점, 과도한 대학교육열에 대한 비판 모두 흥미롭다.
이처럼 그의 논리는 꽤 괜찮은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여러가지 큰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사실의 왜곡이다. Africa 사하라 이남 지역의 통계와 미국의 주주자본주의가 득세한 1990-2009년 통계이다. 이유는 현실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 논리를 현실에 덮어 씌우기 때문인듯 싶다. 시장만능주의를 만병의 근원으로 생각하고 이것을 모든 환자에게 다 적용하는 꼴이다.
둘째 장교수는 한국 현실 특히 재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필자는 주주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극단적 주주 자본주의론 보다 모든 기업 관련자를 균형적으로 배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론을 선호한다. 하지만 장교수의 주주배척론은 마찬가지로 잘못된 극단이다. 소액주주, 기관투자가는 힘이 너무 약하고 한국은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총수자본주의다. 삼성문제를 헛짚었듯이 참여연대활동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모든 외국 자본을 마녀사냥할 필요는 없으며 외국자본은 우리가 주체적, 선별적으로 활용(活用)해야 한다. 더욱이 민족주의 감정을 악용해 부패하거나 무능한 재벌 총수문제를 덮어서는 안된다. 총수 문제는 덮으면 재벌의 부도확률을 높여 외국자본에 기간산업을 잘못 넘겨줄 가능성도 커진다.
셋째 장교수는 한국사회가 진보의 과제만이 아니라 개혁의 과제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무시한다. 시장과 국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진보파와 보수파의 구별은 시장과 국가의 크기에 관련된다. 진보파는 국가의 영역을 확대하려 하고 보수파는 반대로 시장을 확대하려한다.
한편 개혁파는 시장과 국가의 질(質)을 높이려는 세력이고 수구파는 이에 저항하는 세력이다. 시장의 질(質)제고란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경쟁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국가의 질(質) 제고는 국가의 민주성(民主性)과 효율성(效率性)을 높이는 것이다.
장하준은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점에서 진보파다. 그러나 재벌 개혁운동을 왜곡 비난해온 점에선 수구파에 가깝다. 수구 진보파인 셈이다. 그러나 중상주의적 박정희 시대의 국가 역할을 인정하더라도 바람직한 선진국을 지향하는 오늘날에는 진보뿐만 아니라 개혁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장교수는 재벌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재벌이 정계관계, 언론계 학계, 법조계를 오염시키고 그리하여 기업사이에 불공정 경쟁이 지속되는 현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이런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장교수도 지지하는 북유럽을 보라. 어디 한국만큼 국가가 부패하고 시장이 불공정(不公正)한 경우가 있는가. 장교수와 필자가 바라는 복지사회를 위해서도 진보만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
증세를 통한 복지확대가 국민적 설득력을 가지려면 국가가 비효율적이고 비민주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中小企業) 근로자사이에 부당한 격차라는 노동시장의 不公正 경쟁문제는 복지확대를 통한 실질임금 격차해소가 현실적(現實的)처방이다. 진보와 개혁의 이러한 상호보완관계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과 주주를 우상숭배해서는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우습게보거나 죄인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시장만능주의와 주주자본주의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다루는 단순한 환원론으로 부터는 올바른 해법(解法)이 나올 수 없다. 특히 한국처럼 개혁과 진보가 동시에 필요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아는 만큼 이야기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데 연예인급 학자가 되면 그게 어려워진다. 박학천식(博學淺識)한 자세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연구테마를 붙잡고 깊이 있는 연구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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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시드니인문학교실 운영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