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내가 나의 감옥이다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 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유안진 시인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박사.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 교수. 1965년 박목월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달하』, 『물로 바람으로』, 『날개옷』, 『달빛에 젖은 가락』, 『영원한 느낌표』, 『월령가 쑥대머리』, 『누이』, 『봄비 한 주머니』, 『숙맥 노트』, 『둥근 세모꼴』, 『걸어서 에덴까지』, 『알고(考)』, 『기쁜 이별』, 『거짓말로 참말 하기』 등이 있음.
목월문학상, 공초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유심작품상, 구상문학상, 펜문학상 수상.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