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에 우위차지하려 쟁탈 … 미 해상봉쇄 · 이란 내부결속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철통봉쇄 … 기뢰 설치선 격침” 봉쇄 범위 확대
이란 “휴전 후 첫 방공망 가동” 주장 … 이스라엘 “전쟁 재개 준비 마쳐“
교황, 美·이란 협상 재개 촉구 … “평화 위한 대화 계속돼야”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중재국을 통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면서도,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3일 (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이 성사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철통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미 해군의 승인 없이는 어떤 선박도 드나들 수 없다”며 “이란이 합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협은 ‘철통 봉쇄’ (sealed up tight)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모든 선박을 사격해 격침 (shoot and kill)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동시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 지역까지 봉쇄 작전 범위를 확대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은 전날 밤 인도태평양사령부 관할 구역 인도양에서 이란산 석유를 수송하던 머제스틱X호를 나포했다.

지난 21일 인도양에서 이란산 석유를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유조선 티파니호를 나포한 데 이어 또다시 이란 연계 선박을 단속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우리는 불법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이란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는 선박을 어디서든 차단하기 위해 전 세계적 해상 단속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를 중동 인근 해역에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이미 전개된 에이브러햄 링컨호, 제럴드 R. 포드호를 포함해 총 3척의 항공모함이 한데 모인 것이다.
이는 중동 전력을 보강해 유사시 전쟁 재개에 대비하는 한편, 이란의 신속한 협상 참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이란과의) 합의는 미국과 우리의 동맹, 그리고 전 세계에 적합하고 유익할 때만 이뤄질 것”이라며 “내게는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고속공격정을 동원해 해협 내 선박 통행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날에는 총 3척의 선박에 발포해 이 중 2척을 나포하기도 했다.
동시에 이란은 내부 결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이란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충돌로 정상적인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를 체제 위협용 ‘심리전’으로 규정하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적의 미디어 작전은 국민의 심리를 직접 타격함으로써 내부의 단결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를 흔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엑스(X)에 “이란에 강경파나 온건파는 없다. 우리는 모두 이란인이자 혁명가일 뿐”이라고 썼다.
전쟁의 또 다른 변수인 이스라엘 역시 무력 행사를 이어가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안보 전황 평가 회의에서 “이란과의 전쟁 재개 준비를 마쳤다”며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에도 휴전 중 무력 공방이 격화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CNN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미국이 주재한 레바논-이스라엘 회담 직전 이스라엘 북부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있는 로켓 발사대를 대상으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후 이란이 휴전 후 처음으로 테헤란에서 “적대적 공중 활동”이 보고돼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주장하며 위태로운 휴전은 한층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
국제사회도 별도 행동에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날 런던 북부 노스우드에서 44개국이 참여한 국제 군사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영국은 공군 타이푼 전투기 부대를 해협 상공 순찰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런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은 4월 23일 (현지시간) “목자로서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미국과 이란에 종전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로이터 · AP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를 위한 대화가 계속되기를 권한다”며 “(해당 대화에)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평화를 증진하고 전쟁의 위협을 줄이며 국제법을 존중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이들이 증오나 분열이 아닌 평화의 문화에서 해답을 찾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결렬된 사실을 언급하며 “어느 날은 이란이 ‘예’, 미국이 ‘아니오’라고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우리는 앞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불확실한 협상 상황이 세계 경제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이란 정권 교체가 돼야 하느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니고 현 시점에서 이란 정권이 어떤 상태인지도 불분명하다면서 “문제는 우리가 믿는 가치를 어떻게 무고한 희생 없이 증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너무 많은 무고한 이들이 죽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해 말 첫 해외 순방으로 레바논을 방문했을 때 자신에 대한 환영 문구를 들고 서 있던 무슬림 어린이의 사진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면서 그 어린이가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교황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 처형과 관련된 의견을 묻는 말에는 “모든 부당한 행위를 규탄하고 사형제를 포함해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규탄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권이든 국가든 생명을 부당하게 빼앗는 결정은 규탄받아야 할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이 이란 정권의 시위대 인권 유린에 침묵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국가가 국경에 규칙을 적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부유한 국가들은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자국을 떠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주민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존중받아야 하며 동물보다 못하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독일 뮌헨 대교구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동성 커플 축복을 제도화하려는 지침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동성 커플이나 ‘비정상적 상황’에 있는 커플에 대한 공식화된 축복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동성 결합에 대한 축복을 허용했지만, 이는 비공식적 의식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아프리카 주교들은 대륙 차원의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상당수 국가가 동성애를 범죄로 처벌한다.
이와 관련해 레오 14세 교황은 서구에서 특히 성 도덕 문제에 대한 ‘문화 전쟁’이 교회 담론을 지나치게 지배하고 있다며 “교회의 일치나 분열이 성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 평등, 종교의 자유 등 훨씬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13일부터 알제리와 카메룬, 앙골라,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4개국을 10박 11일 일정으로 순방했다.
교황은 이번 순방의 주된 목적이 신앙 공동체를 돌보는 ‘목자’로서의 역할이었다며 “비판이나 규탄을 공개적으로 크게 외치는 것보다, 외교적 노력과 물밑 협상을 통해 정치범 석방 같은 성과를 더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