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희 목사 “호주 광야에서 핀 다민족 목회의 은혜 : 호주 백인교회 첫 한국계 담임목사가 되기까지”

1. 광야에서의 훈련 : 퍼스에서 보낸 혹독한 3년
2008년 새해에 호주 퍼스 (Perth)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부교역자로 사역을 시작했지만, 퍼스에서의 초기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춥고 혹독한 ‘광야’와 같았습니다.
낮에는 풀타임 신학생으로 씨름하고, 새벽과 밤에는 쇼핑센터, 학교, 사무실을 돌며 청소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중 3일은 파트 타임 사역자로 교회를 섬겼습니다.
개인적으로 3가지 일을 했는데 목요일 학교청소, 금요일 집청소, 새벽은 쇼핑센터 청소를 했습니다. 사례비와 청소 아르바이트비를 합쳐 겨우 렌트비를 내고 나면 학비는 늘 부족했습니다.
매주 100불 남짓한 돈으로 다섯 식구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던 절박한 생활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육체노동, 낯선 이민 생활의 고단함, 그리고 영어로 신학을 공부해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 세 아이를 돌봐야 했던 그 시간은 제 인생의 가장 낮은 바닥을 경험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바닥은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법을 배운 축복의 통로였습니다.

2.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 – 비전의 시작
시드니로 사역지를 옮긴 후에도 삶의 무게는 여전했습니다.
면세점 판매원부터 슈퍼마켓 캐셔까지, 경제적 자립을 위해 분투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했습니다.
그때 저를 붙든 말씀은 “강하고 담대하라 (여호수아 1:6-9)”는 약속이었습니다.
몰링 신학대학교 (Morling College) 기숙사에서 기도하던 어느 날, 마태복음 28장 19-20절의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는 말씀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아내 이자영 사모와 이 비전을 나누었을 때, 아내 역시 동일한 부르심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250개국 301개 언어를 사용하는 세계 최고의 다민족 국가 호주, 하나님께서 왜 저를 이곳에 보내셨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3. 장벽을 넘어 호주 교회로
몰링 침례신학대학교 신대원 재학 중, 저는 호주 현지인들과 함께 모든 민족을 섬기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여러 호주 교회에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담임 목회 경력이 오히려 어려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사역 등에 지원하기엔 경력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인터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으며 계속 교회 지원서를 돌렸습니다.
낙심하지 않고 기도하던 중, 학교 친구 루크 (Luke)의 권유로 웨스트 라이드 침례교회 (West Ryde Baptist Church)에 지원했습니다. 당시 담임이었던 크리스 목사님은 본인의 5가지 기도 제목 (본인보다 연소한 자, 찬양 사역자, 기혼자, 남성 사역 리더십, 자신과 다른 배경을 가진 자)과 제가 정확히 일치한다며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결국 장로님들과의 인터뷰와 비즈니스 미팅 (사무총회)을 거쳐, 하나님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아시아계 목회자’를 백인 중심의 전통적인 호주 교회 (전체 출석 250명, 20개 민족, 호주 백인 리더십) 부목사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4. 문화의 벽을 넘는 ‘상황화’ 사역
호주 교회에서의 사역은 한국 교회와는 180도 달랐습니다. 개인주의와 사생활 존중이 철저한 문화, 바베큐 파티로 대신하는 부활절 예배, 오랜 시간 토론을 거치는 수평적 리더십 모임 등 복음 외에는 모든 것이 생소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남성 사역과 찬양 사역, 설교사역, 영어 클래스를 이끌며 호주 문화를 몸소 배웠습니다. 복음은 불변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인 ‘상황화 (Contextualization)’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이후 체스터힐 침례교회 (Chester Hill Baptist Church)로 사역지를 옮겨 부목사로 섬기던 중, 하나님의 예비하심 속에 담임 대행을 거쳐 마침내 90년 역사상 첫 한국계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주일학교 청소년 장년 사역자가 모두 백인이었습니다. 이것은 호주 전체를 봐도 호주 백인 침례교회 정식적으로 한국계 담임목사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침례교 총회에서 일하는 분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최초의 한국계 담임목사가 호주 백인 침례교회에 담임 목회자가 된것입니다.

5. 15개 민족이 한 가족이 되는 공동체
90년 동안 백인 목회자들만이 이끌어왔던 체스터힐 침례교회에서 동양계 목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 어린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관계 중심의 목회와 주일학교부터 장년에 이르는 균형 잡힌 사역을 통해 기본기부터 다져나갔습니다.
내가 배운 사역 경험 보다는 호주 사역문화에 맞게 그동안 3년동안 부목사로서 배운 경험과 그동안 20년 넘게 부교역자로 배운 경험을 토대로 천천히 교인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서서히 교인들이 더 나오고 7-8개 민족에서 15개 민족으로 늘어나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아래 사역은 현재 체스터힐 교회가 호주인과 다민족 선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발견식 성경공부 (Discovery Bible Method)-호주 문화에 맞는 성경공부
* 제자훈련 (BDC Training)-호주 문화에 맞는 제자훈련
* 커피 앤 챗 (Coffee & Chat)-호주 문화에 맞는 이웃 초청 프로그램
* 빵 나눔 사역-호주 대형 슈퍼마켓에서 도네이션 받아 주위 이웃들에 빵을 나누어 주며 관계를 회복하는 사역.
* 아웃리치 사역-다민족 상황에 적합한 길거리 전도-일주일에 두 번씩 쇼핑센터와 기차역에서 전도하는 사역
* 크리스마스 슈박스 사역-매년 160개 이상의 선물 상자를 전 세계 아이들에게 보내며 복음을 전파합니다. 선물을 받는 아이들은 12주 제자훈련을 거치며 복음 영접과 제자가 되는 사역 경험
* 저녁 기도회-호주 백인교회에서는 볼수 없는 교회 건물을 오픈해서 일주일에 5일을 교인들과 지역교인들이 조용히 와서 기도할 수 있는 기도 사역.
* 선교단체 후원-Cross over & Baptist World Aid & East Asia (동남아시아 선교사 부부 후원)
교회 상황을 볼때 호주 정서에 맞는 사역들도 너무 중요하지만 소외된 의식이 있는 다민족 성도들도 이방인이 아닌 교회의 주인으로 정착하도록 도왔습니다. 현재 저희 교회는 15개 이상의 민족이 모여 함께 예배하며, 각 문화의 특성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민족 선교의 장’이 되었습니다.
호주 서구에서 자란 사람들의 개인주의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동체주의에서 자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인들도 다민족 음식 모임과 본인 나라의 문화를 표현하는 시간을 통해 함께 주인의식을 가지고 교회를 가족 공동체로 만드는데 함께 하고 있습니다.

6. 시련을 넘어 은혜로
물론 시련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교회의 문을 닫아야 했고, 그 사이 저를 가장 든든히 지지해 주셨던 비서실장 (Secretary)과 목회 돌봄 장로님을 포함한 시니어 성도 다섯 분을 천국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부임 초기, 리더십 간의 갈등으로 교회의 사역이 멈춰 섰던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사역을 잠시 천천히 하고 리더십들과 손을 맞잡았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하나님 앞에 엎드려 울며 기도하기 시작했을 때, 하나님은 6개월 만에 놀라운 회복의 은혜를 부어주셨습니다. 정지되었던 사역이 살아나고, 다음 세대와 장년부에 회복과 은혜를 경험헀습니다.
저는 이제 호주인과 다민족 선교라는 하나님 주신 비전을 품고, 모든 민족이 제자화되는 일에 작은 도구로 쓰임 받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전도하다 보면 언어와 문화가 편한 자기 민족 교회를 찾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분들을 자기 민족 교회를 찾아 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저희 교회에서 본인의 불편함을 기꺼이 내려놓고 영어로 함께 예배드리는 15개 민족 성도들을 볼 때면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느낍니다.

나가는 글
지금도 저는 ‘모든 민족 제자화’의 기치를 들고 호주 교회, 다민족 교회, 한인 교회를 다니며 문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제자훈련을 가르치고 설교하고 있습니다.
2008년의 추웠던 퍼스에서 오늘의 체스터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회가 가족처럼 따뜻하게 서로를 환영하고, 모든 민족이 선교적 마인드로 살아가는 살아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하며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사진, 글: 엄용희 목사 (호주 체스터힐 침례교회 담임, 모든 민족 제자화 대표, 교회 안전 문화 만들기 강사, 체스터힐 주민 이웃센터 회장, 성시화 다민족 분과 위원장 및 공동회장)
*사진들 설명


1,2 사진-호주 웨스트 침례교회 부목사로 시절 (호주 리더십)과 찬양팀 인도자로 찬양팀과 식사하는 모습


3,4 사진-몰링침례 신학대학교 졸업 (총장 팀 맥브라이드와 함께), 신학교 모델사진 (몰링신학교에서 신학과 리더로 섬김)

5 사진-평등법 4가지 조항 반대를 위해 노동당 Greg의원 만남

6 사진-교회 소그룹 모임


7,8 사진-예배후 다민족 식사모임과 주일예배 모습

9 사진-이웃주민센터 회장으로 스태프들과 식사 장면

10 사진-교회 안전 문화 만들기 강의모습

11 사진-성시화 행진후 예배 사진 (성시화 다민족 분과 위원장)

12 사진-모든 민족 제자화 대표 (다민족 컨퍼런스 설교)

사진, 글: 엄용희 목사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