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특집
책 읽는 부모, 책 읽는 아이
요즘 시대는 글보다는 영상, 책보다는 스마트기기가 인기가 많다. 책을 읽는 것은 대단한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예전에 이력서 취미란에 독서를 적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요즘은 독서가 취미가 아닌 특기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책읽기에 대한 통계를 발표했었다. 국가별 독서량 순위를 보면 한국은 OECD국가 중 꼴찌를 차지하고 있고 유엔 191개국 중166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1권 이상 책 읽는 것으로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6.8%로 국민의 30%는 1년간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다고 조사됐다. 성인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25.9분, 이에 반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서핑 평균시간은 1시간이상이라는 설문조사도 나왔다(1위는 91분~120분).
책 읽기는 곧 국가와 기업 경쟁력
이러한 통계가 우려가 되는 이유가 있다. 책 읽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경쟁력으로 ‘창의력’ 과 ‘상상력’을 강조한다. 작은 아이디어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기업들의 무기가 다름 아닌 바로 이 ‘창의력’과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벤처기업들의 성공요인들 중에 ‘창의력’과 ‘상상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창의력의 원천은 상상력인데 상상력은 많은 독서와 새로운 지식 및 경험의 축척으로 아이디어가 나온다. 창조라는 것도 사실 모방에서 비롯된다. 책 읽기를 통해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여 독자는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글은 좋은 독서에서 나온다.
창조력, 상상력 이외에도 이미 책 읽기의 유익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이해력, 집중력, 어휘발달은 물론이고 이러한 복합적인 기능적 요인을 통해 뇌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뇌과학 전문가인 대니얼 에이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뇌는 답을 알고 있다’는 책에서 뇌에 좋은 다양한 음식과 건강법을 소개하는데 그중에서도 책 읽기를 통한 학습이 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아동기에서부터 노년기까지 기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이민생활에서의 책 읽기의 유익이 있다. 바로 모국어인 ‘한국어’를 잊지 않는 것이다. 호주에서 태어나거나 어릴 때부터 자란 아이들에게 영어는 자연스러운 언어이다.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지내는 아이에게 영어를 따로 교육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모국어이다. 가정에서 한글 책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중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영어 못지않은 한국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는 잘하지만 한국어를 어눌하게 하는 아이를 만들지 않으려면 한글 책 읽기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 일(공부)이 바빠서? 습관이 안 되서!
이처럼 책 읽기가 유용함에 불구하고 책을 안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일(공부)이 바빠서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책 읽는 것이 싫어서이고 세 번째는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책을 읽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 읽는 자체가 습관화되지 못해서이다. 책 읽기가 주는 즐거움과 유익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에 쉽게 책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책 읽기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인내를 요구한다. 사실 어릴 적부터 책 읽기에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이 곤욕이라고 말한다. 책을 잡자마자 졸음이 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습관화가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책 읽기의 습관은 어릴 때부터 몸에 익혀야한다. 그러나 요즘 스마트기기로 인해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기가 쉽지 않다. 글보다는 영상, 책보다는 스마트기기가 주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등독서가 답이다!’의 저자인 심영면 교장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TV와 인터넷 게임이 한편이 되어 독서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요? 대부분의 학부모와 교사들은 TV와 인터넷 게임이 이길 거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먼저 시작한 것이 이긴다.’ 어떤 것이 이기고 질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무조건 먼저 시작하고, 많이 한 것이 이깁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가장 많이 노출되었느냐가 중요하다. 책 읽기의 습관을 형성한 아이는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다.
책 읽는 부모 밑에 책 읽는 자녀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책 읽기를 지도하는 많은 교사들이 말하는 것인데, 바로 ‘부
모’의 참여이다. 독서지도세미나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바로 ‘책 읽어주는 엄마(아빠)’이다. 아이가 책을 가장 처음 접하는 때를 상상해 보자. 바로 엄마의 무릎에 앉아 엄마의 음성을 통해 듣는 책 읽기이다.
이때부터 아이는 책과 친숙해진다. 단순히 종이위에 글자와 그림으로 시작했지만 아이에게 책 읽기는 엄마와의 놀이, 즉 교감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친숙하게 된다. 이런 시기의 아이들에게 적절한 책 읽기 지도를 통해 습관화가 되면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읽는 수준까지 발전하게 된다. 결국에는 자기주도학습의 형태로 발전한다. 모든 부모가 바라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책 읽기를 통해서 아이의 학교 성적이 향상되는 것만을 기대하여 책 읽기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를 주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가 책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책 읽기, 가정의 변화의 시작
아이를 책과 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책과 친해야 한다. 이제 와서 책을 읽으려하니 걱정부터 앞서는 부모가 있을 것이다. 먼저 쉬운 책부터 자녀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인 경우 매일 책 읽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녀가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새 책 읽기에 흥미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녀를 위해 책을 읽어주다가 자신도 책 읽기에 빠졌다는 부모들이 많다. 이렇게 시작해서 가족 전체가 책 읽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기기와 TV에 빠져 대화를 잃어버린 가정에 책 읽기 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다보면 아이들의 생각을 가까이에서 들어볼 기회가 생긴다. 책 읽기 자체가 주는 유익도 있지만 책 읽기를 통한 부모와 자녀, 가정의 변화가 가장 큰 유익이 될 것이다.
남은 방학, 자녀와 함께 책 읽는 맛에 빠져 보는 것을 어떨까?
에듀라이프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