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의 첫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된 사라 멀랠리 대주교 승좌
세계 성공회 수장 멀랠리 대주교 취임 설교 “전쟁의 시대, 기도와 연대로 응답해야” 촉구
성윤리 논쟁 속 세계 성공회 ‘일치’ 과제 부상 … 4월 25~28일 로마 방문하며 교황 알현
영국 성공회의 첫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된 사라 멀랠리 대주교가 3월 25일 승좌(착좌)했다.
영국 성공회의 실질적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좌에 여성 성직자가 임명된 것은 1534년 헨리 8세 국왕이 로마 가톨릭교회와 결별을 선언하는 수장령이 선포된 후 처음이다.

이날 승좌식에는 웨일스 공 부부와 키어 스타머 총리를 비롯해 성공회 각 관구의 관구장과 성직자, 지역사회 단체 및 자선단체 대표,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취임 설교에서 세계 곳곳의 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언급하며 연대와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중동과 걸프 지역의 전쟁으로 인해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성공회 형제자매들이 있다”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 그리고 우크라이나, 수단, 미얀마 등 전쟁으로 짓밟힌 지역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세계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하는 사랑과 치유, 그리고 희망을 필요로 한다”며 “복음의 기쁜 소식에 대한 확신을 새롭게 하고, 그 기쁨을 나누는 일에 다시 헌신할 수 있기를 계속해서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사라 멀랠리 대주교는 취임과 동시에 영국 성공회와 세계 성공회가 직면한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됐다. 영국 성공회는 지난 수십 년간 동성애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신학적·윤리적 논쟁을 이어왔으며, 이는 단순한 성적 지향 이슈를 넘어 교회법과 성경 해석, 교단 정체성과 세계 성공회 공동체성에 대한 갈등으로 확산돼 왔다.
특히 성공회 내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GAFCON (Global Anglican Future Conference) 측은 멀랠리 대주교의 임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GAFCON 의장 로렌트 움반다 (Laurent Mbanda) 대주교를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관구 지도자들은 여성 대주교 임명과 성윤리 문제에 대한 영국 성공회의 비교적 유연한 태도가 세계 성공회의 전통적 교리 이해와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향후 관계 재정립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멀랠리 대주교가 세계 성공회 내 신학적 균열을 어떻게 봉합하고, 영국 성공회의 리더십을 일치의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전세계 교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멀랠리 대주교의 승좌와 함께 가톨릭교회와 성공회 간 일치와 화해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성공회 발표에 따르면, 멀랠리 대주교는 4월 25~28일 로마를 방문하며 이 기간 교황을 알현한다.

1962년생인 멀랠리는 젊은 시절 런던 병원에서 암 전문 간호사로 활동하며 환자 돌봄의 최전선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0년대 후반, 그녀는 영국 보건부에서 환자 경험 국장 (Patient Experience Director)으로 근무한 후, 1999년 영국 간호사 수석관 (Chief Nursing Officer for England)에 임명되며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이 직위에서 그녀는 국민 보건 서비스 (NHS)의 간호 정책을 주도하며, 환자 중심 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
2001년, 멀랠리는 사우스 이스트 신학 교육 연구소 (South East Institute of Theological Education)에서 신학 훈련을 받고 성공회 안수 사제 (ordained priest)로 임직했다. 이는 그녀의 ‘유일한 소명 (one vocation)’으로서의 신앙 여정을 상징한다. 2004년 보건부 직위를 사임한 후, 서더크교구에서 전임 사역을 시작했으며, 200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간호 및 산파학 분야 공로로 ‘데임 (Dame)’ 작위를 수여받았다.
2012년에는 샐리즈버리교구로 이동해, 샐리즈버리 대성당에서 재산 관리 전담 사제를 맡기도 했다. 2015년에 크레디턴 주교 (엑시터교구 보좌)로 임명되어, 동년 6월 저스틴 웰비 대주교 주례로 주교품을 받았다. 2017년 그녀는 리비 레인 (Libby Lane) 주교의 2015년 첫 여성 주교 안수 이후 성공회 여성 역할 확대의 상징으로 런던 주교(Bishop of London)에 임명됐다. 이는 성공회 내 세 번째로 중요한 직위로, 2018년부터 귀족원 (House of Lords) 의석을 차지하며 국가 정책에 목소리를 내왔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멀랠리는 2017년 취임 당시 “NHS와 교회에서의 두 경력을 가졌지만,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하나의 소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특히 2023년 동성 커플 축복 허용 투표에서 “교회의 희망의 순간 (moment of hope)”이라 평가하며 진보적 입장을 드러냈으나, “많은 이에게는 부족하고, 다른 이에게는 과도하다”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했다.
‘왕실 지명 위원회’ (Crown Nominations Commission, CNC)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정으로 2025년 10월 3일 오전 10시경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수상 관저)에서 공식 발표됐다. 이로써 전 세계 8,500만 성공회 신자들의 상징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이어받게 되었다. 후속 절차로 2026년 1월 28일에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런던교구장 이임 및 캔터베리 대주교 임명식을 진행하며, 동년 3월 25일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승좌식을 가졌다.
캔터베리 대주교 승좌를 앞둔 2026년 3월 중순, 자신의 본래 교구인 런던에서 캔터베리까지의 거리 140km를 도보로 이동하는 ‘순례’를 진행했으며, 6일만인 3월 22일 도착하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