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고정 관념을 탈피한 ‘허니버터칩’의 승리
저
는 과자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수퍼마켓 아들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호주에서 살면서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러 종류의 과자들을 만났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역쉬 ‘감자칩’ 입니다. 페스트푸드점에 가도 감자칩은 기본입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나올때면 나도 모르게 감자칩이 줘어져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감자칩을 좋아합니다. 식사 후 둘러 앉으면 자연스레 갑자칩 한 봉지가 동석을 합니다.
어느 날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감자칩 하나를 구하기 위해 인근 편의점을 다 뒤졌다는 이야기와 대형마트에서는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연예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는 감자칩의 이야기였습니다. 무슨 감자칩이 이런 인기를 끄는 것일까? 바로 해태제과가 지난 8월 선보인 ‘허니버터칩’ 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허니버터칩은 해태제과와 일본 제과업체 가르비가 합작해 설렙한 ‘해태가루비’에서 나온 제품입니다. 시장에서 오리온과 농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해태제과가 내놓은 새로운 맛의 감자칩입니다. 허니버터칩의 개발에 참고가 된 제품이 있는데 2012년에 일본 가루비에서 나왔던 ‘포테이토칩 행복버터 (ポテトチップスしあわせバター)’라는 제품입니다. 버터와 꿀이 가미된 감자칩 스타일이지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답니다. 그러나, 허니버터칩은 8월 출시 이후 3개월만에 매출을 50억원 올렸으며 11월 18일 기준으로 매출액이 103억원, 850만개를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과로 인하여 해태제과의 모회사인 크라운제과의 주가가 11월에만 52% 상승하며 ‘허니버터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허니버터칩을 다른 상품과 묶어서 판매하는 ‘인질 마케팅’도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허니버터칩의 폭발적인 인기로 품귀 현상을 빚자 바다 건너 일본에서 파는 ‘대체재’가 주목받기에 이르렀습니다. 허니버터칩이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으로도 알려진 일본 제과업체 가루비의 ‘포테이토칩 시아와세버터'(ポテトチップス しあわせバタ·이하 행복버터칩)가 일본 여행객과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2년과 지난해 기간 한정으로 출시된 적이 있는 행복버터칩이 다시 발매됐다는 소식에 한국 소비자들이 흥분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SNS, 블로그,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일본 여행객과 유학생 등이 올린 ‘행복버터칩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으며 라쿠텐, 아마존 등 일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행복버터칩을 직접구매하고 있어서 국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일본 현지 판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물로 올라오고 있답니다.
또한 미국 내 일부 한인들에까지 퍼지면서 개당 최고 50달러까지 거래되는 등 과도한 열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공식 유통되지는 않고 있지만 4일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 한인 고객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허니버터칩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감시한 3일 남기고 2봉지에 46달러까지 가격이 치솟고 있답니다. 또 한 LA 지역 커뮤니티 직거래 웹사이트에서는 허니버터칩 5봉지가 개당 무려 50달러에 팔렸고, 지난달 23일부터 3일까지 이베이에서 판매된 허니버터칩은 3봉지에 56.75달러나 했지만 12봉지가 팔려나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허니버터칩 60g의 판매가격이 약 1.5달러(1,500원)인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미국 내 거래 가격은 정가의 최고 30배가 넘는 셈입니다
이렇듯 허니버터칩의 열풍이 대단하자. 이 제품을 만들게 된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증해졌습니다. 2012년 12월 해태제과에 한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됐습니다. ‘감자칩 개발 특별팀’이었습니다. 오리온의 ‘포카칩’과 농심켈로그의 ‘프링글스’ 등이 지배하는 감자스낵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해태에도 ‘생생감자칩’이 있지만 포카칩과 프링글스에 밀려 만년 열세였고 연간 2000억원의 감자칩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보였지만 여전히 연 7~8%의 성장율을 보이고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었습니다. 1년 9개월의 연구끝에 지난 8월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내논 것입니다. 광고 한번 하지 않았는데 품귀 현상이 나타났으며 중고거래 사이트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이들도 등장했던 것입니다.
이번 감자칩 태스크포스팀을 총괄했던 24년차 ‘해태맨’인 정명교(52) 해태제과 연구소장은 “이렇게 시장에서 빠른 반응을 보인 제품은 처음이다.”라고 하며 개발팀과 마케팅팀이 모여 국내 30여종의 감자칩과 전세계적으로 100여종에 이르는 감자칩을 공수해 먹어봤으며 28번째 배합을 했는데도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아 29번째 샘플을 통하여 맛을 찾았다고 합니다 샘플 제품을 만들어 지난 6월 소비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고 통상 100~200명을 불러 70% 이상의 만족도가 나오면 괜찮은 반응으로 보는데, 허니버터칩은 1000명을 불렀다고 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경쟁사 감자칩들과 허니버터칩 중 맛있는 것을 고르게 했는데 93%가 허니버터칩을 선택했고 출시 뒤 시장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이러한 허니버터칩의 인기요인은 감자칩은 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넣은 것과 SNS를 비롯한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인기를 높은 것과 공급량을 통제하여 희소성을 만들어 기다리면서라도 사고 싶게 만든 것과 충분한 사전조사와 연구개발을 통한 작품이었다는 평가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에 연말까지 20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감자칩 시장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던 회사가 ‘감자칩의 황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 개발의 핵심에는 고정관념의 탈피에 있었습니다. 고정관념은 전통이라기 보다는 관습에 가깝습니다. 전통은 지켜야 하지만 관습은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요즘 교회들도 성도수가 줄고 영향력을 잃어간다고 하소연만 합니다. 관습을 부여잡고 전통이라 우기기도 합니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감자칩이라는 핵심은 지키면서 허니버터라는 변화를 시도한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100개의 감자칩을 먹어 볼 만큼의 열정이 있어야 하고 28번의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금 승리하는 교회들의 소식이 이곳저것에서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먹어보지 못한 ‘허니버터칩’이지만 벌써부터 맛이 머릿속에 기억되는 기분입니다. 시드니에 상륙하면 꼭 먹어 보기 위하여 저도 미리 예약을 해야 겠습니다.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 (마태복음 7: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