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배달의 무도 – 밥심으로 감동을 전한다
지난 한 주 각종 방송국과 SNS 에서는 광복 70주년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찾었습니다. 각종 기념식과 축하 행사는 물론, 예능프로에서도 광복 70주년의 역사적인 의미를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였습니다.
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바로 <배달의 무도>입니다. 배달의 무도는 MBC의 간판 예능인 <무한도전>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밥을 배달하는 과정을 담은 특집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광복’이라는 역사적 의미에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는 주제에 촛점을 맞춘 내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페이스 북’에는 호주에서 유학생과 워킹으로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이 “오늘 엄마가 보고 싶다.”, “무도가 날 울렸다.” 라는 내용들이 쏫아져 나왔습니다. 아마도 무도 멤버들이 전달하는 ‘따뜻한 밥’의 주인공이 내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속 바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했다기 보다는 재미삼아 던진 말이 현실로 만들어진 사례입니다. 두 단계를 거쳐 각 지역이 확정되고 직접 사연을 뽑아 해당 지역으로 향하는 과정이 첫 번째 이야기로 나왔습니다. 이 첫 번째 이야기의 멤버들은 소위 형 라인이라고 불리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주축이었습니다.
미국과 가봉, 그리고 칠레로 향하는 그들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예능계에서 가장 바쁜 연예인들인 이들이 일주일 가까이 시간을 빼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잡은 일정은 오히려 문제가 되었고 가봉을 가야하는 박명수는 마침 그 기간이 가봉 대통령 여름휴가라 어쩔 수 없이 정준하가 대신하여 아프리카를 향하게 됩니다.
대신 박명수는 정준하가 가기로 한 칠레로 향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타고 싶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그린 한주의 그림과 한주 어머니의 음식, 그리고 남편이 세종기지에 간 후 임신 소식을 알게 된 둘째의 초음파 사진을 전달하게 됩니다. 여기에 남극으로 가는 기로인 푼타아레나스에서 남극 기지 대원 11명의 가족들에게 반찬과 선물을 전달해야 합니다.
남극기지와 가장 가까운 육지인 칠레 푼타 아레나스까지 가야 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를 경유해 칠레까지 향하는 과정은 힘겨운 여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는동안 무도 멤버들이 만들어준 새로운 별명인 ‘명수세끼’를 응용해 비행기 기내식 먹기로 자신의 방송 분량을 스스로 챙기는 박명수의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 방송의 핵심은 가봉 대통령 경호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상철씨 가족이었습니다. 예순넷이 된 아들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여든 아홉의 어머니의 애듯함이 전해졌습니다. 손수 빚은 만두와 밑반찬들은 그리움과 사랑의 열매였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가봉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붉어진 눈으로 차마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고국에 계신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은 언제 다시 볼지 알 수 없는 아들을 위해 사랑을 챙기는 모습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이 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며 힘겹게 찾아간 가봉과 아버지 몰래 사연을 올린 박상철 씨의 둘째 아들과의 만남, 직접 공수해 온 음식들로 한 끼 만찬을 차리고 주인공을 맞이하는 과정은 정말 따뜻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기 위해 의상과 가발까지 준비한 정준하의 노력도 일품이었고 3년 동안 요리 학원에서 익힌 솜씨로 끓여낸 만둣국의 맛은 주인공도 반할 정도였습니다. 몰래 카메라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해외 거주 한국인에게 식사 대접을 해준다는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던 그의 입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 같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제 안에서는 ‘어머니의 맛은 속일 수 없다.’ 라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그토록 먹고 싶었던 어머니의 만둣국은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예순넷의 아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 앞에 차려진 모든 것들이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들이 먹는 만둣국은 ‘감동의 만둣국’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아들이 좋아한다는 되비지가 식탁에 내려오는 순간 아들 박상철씨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고 참으며 식사를 하던 아들도 어머니와의 추억이 쌓인 되비지를 보면서 더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쏟아지는 눈물 속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존재했습니다.
어머니가 직접 동영상으로 안부를 물으며 “세 달만 더워도 이렇게 힘든데 일 년 내내 더운 곳에서 얼마나 힘드니!”라고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먼 이국에 있는 아들을 위해 손수 쓴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은 <배달의 무도>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명확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배달의 무도> 유재석의 사연 또한 뭉클했습니다. 오래전 입양됐다가 다시 만나게 된 여동생을 위해 사연을 신청한 권경희 씨는 동생과 헤어지게 된 사연을 설명하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동생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은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에 시청자들 또한 큰 감동을 얻었습니다. 유재석은 권경희 씨와 연락하는 과정에서 홀트 기관에 방문하였고 때마침 새로운 가족들을 만나 입양되어 가는 아이를 보게 됩니다특히 그 아이의 이름은 유재석 아들의 이름과 같은 ‘지호’로 밝혀지자 달변인 유재석 또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떠나는 지호’를 번쩍 앉아주는 모습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을 가야하는 조국의 현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 주 <배달의 무도>는 어떤 의미를 담고 싶어하는지를 잘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재미와 감동을 균형감 있게 만들어낸 무한도전은 역시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너무 가난하고 힘들어 어린 딸을 입양 보내야 했던 이야기, 가족을 위해 아프리카 가봉으로 태권도 사범으로 떠나야만 했던 아들의 이야기, 가족들을 위해 칠레에서 고생을 하는 가장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사연에는 가족이 함께 했습니다.
호주에 살면서도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밥심’이 최고입니다. 함께 식사를 하는 관계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나눔과 정을 쌓는 과정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늘 식사를 하시는 자리에서 중요한 말씀들을 하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어머님께서 1년 정도 호주에 머무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역들과 매주 브리즈번을 올라가야 하는 바쁜 일정을 보낼 때였습니다. 언제나 그러셨던 것처럼 “밥은 잘 챙겨 먹어라.” 라고 하시던 사랑의 잔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멀리 있는 가족들과 함께 밥상에 앉을 수 없다면 가까운 사람들과라도 이번 주말 밥상에 앉아 ‘밥심’을 충전하면 어떨까요?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 또는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려 하노라> (누가복음 22: 30)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 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크리스챤 커뮤니티’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messageschool.org
문의: kiholim7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