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삼시세끼’를 보며 ‘쉼’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는 사람들…
19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핵물리학자 ‘닐스보어’는 평소 서부영화를 즐겨보았습니다. 특히, ‘존 웨인’ 주연의 정통 서부극을 즐겨봤는데 ‘닐스보어’는 결투 장면의 일관된 묘사를 매우 흥미롭게 여겼습니다. 그것은 악당이 늘 먼저 권총을 손에 대지만 나중에 권충을 뽑는 보안관이 결투에서 이긴다는 역설적인 사실이었습니다. ‘닐스 보어’는 물리학자답게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였습니다. 그 결과 어떤 목적을 갖고 움직일 때보다 조건반사적으로 무의식적 반응을 할 때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죽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총을 뽑는 악당보다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보안관의 손이 더 빠르다는 것입니다. 늘 긴장 가운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지내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능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일정기간 쉬게하고 다시 일을 할 때 더 큰 효과를 얻는다고 것을 증명한 겁니다.2014년 10월 17일부터 tvN에서 방영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의 시즌1은 당초 총 9회 (8화+에필로그) 예정 분량이었으나 총 11회분으로 2회 연장했고 촬영 장소는 강원도 정선군이었습니다. 이후 번외편을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에서 촬영하여 ‘삼시세끼 어촌편’이 2015년 1월 16일에 첫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함께 촬영했던 장근석의 탈세논란으로 갑작스럽게 하차하며 통편집으로 인한 사정으로 1월 23일에 첫 방송을 시작하였고, 2월 18일부터 손호준이 새로운 고정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삼시세끼>의 인기는 시청률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삼시세끼>의 시청률은 첫 회인 작년 10월 17일에 5.6% 를 시작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지난 3월 6일에는 동시간때 최고의 시청률인 16.8% 기록하였습니다. 이로써 금요일 밤 최고의 강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때 금요일 밤의 최강자는 KBS 2TV ‘사랑과 전쟁’이었습니다. 타 방송사에서 뭘 갖다 붙여도 이 중독성 강한 막장 드라마를 이길 수 없었고, 결국 SBS와 MBC는 ‘항복 편성’을 택했을 만큼 ‘사랑과 전쟁’은 이 시간대의 독주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주일 날, 여집사님들의 교제(?)의 중심이 되었던 무서운 드라마였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의 판도는 완전히 바꿔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막장 드라마보다는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가 된 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요즘 금요일 밤은 tvN의 독무대나 다름없습니다. <슈퍼스타K>로 시작한 금요일 밤의 전쟁은 <꽃할배>와 <꽃누나들>등을 통하여 시청자의 눈을 고정시켰으며 <삼시세끼>를 통하여 챔피온이 된 것입니다. 지난번 6회는 차승원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13.5%의 시청률을 기록해 <정글의 법칙> 등 동시간대 지상파를 따돌리며 스타가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 아닌, 컨텐츠가 중심된 프로그램임을 입증하였습니다.
시트콤 같은 구성과 차줌마-참바다 부부 캐릭터 등 다양한 성공 비결이 거론되지만, <삼시세끼>의 흥행은 <1박2일>을 통해 여러 노하우를 습득한 나영석 PD-이우정 작가의 콤비 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연예인들의 복불복 게임을 통한 예측 불허와 반전의 묘미, 참치 통조림 하나를 쟁취하기 위해 온갖 굴욕을 감수해야 했던 수렵과 사냥 본능, 얼음 입수와 한 겨울 야외 취침을 통해 느끼는 대리 만족의 콘텐츠는 <삼시세끼>를 통하여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산골과 어촌에 방치된 도시형 연예인들이 자급자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통해 <1박2일>의 생존 정신을 이어갑니다. 현대기술의 혜택을 배제하고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밥과 찌개를 끓이는 방식은 한국형 <정글의 법칙> 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신문지를 태워 장작에 불을 붙이기 시작할 때부터 시청자들은 ‘이번엔 뭐가 완성될까’ 를 상상하게 됩니다. ‘삼시세끼’가 시청자를 매료시킨 비결 중 하나는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잘 나가는 스타를 섭외하지도 않고 다른 연예인에 대하여 뒷담화를 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하루 세끼를 어떻게 근사하게 차려 먹을까에만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대충 한끼를 떼우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잘 해먹고 불가능 할 것 같은 음식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 역시 심리적 포만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끼니를 해결할 때마다 다양한 스토리와 에피소드가 만들어 집니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 근심없이 오직 먹거리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아침 먹고 상을 물리자마자 ‘오늘 점심은 뭐 해 먹지’를 고민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한번쯤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쉼’에 대한 갈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삼시세끼>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시간에 쫓기는 보고서나 대출 이자 압박, 불완전 고용에 대한 불안감, 학원비 걱정 같은 게 전혀 없습니다. 낚시하고 먹고, 자고, 산책하거나 가끔 애완동물과 놀아주고, 닭 모이 챙겨주는 게 이들의 하루 일과입니다. 텃밭에서 생강과 당근을 뽑아 다듬고, 즉석해서 만든 ‘아궁이 오븐’에서 식빵을 노릇하게 구워내는 모습이 바쁜 현대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꿈꾸는 삶에 대한 대리 만족을 가져다 줍니다. 이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주부들이 갖는 동질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서진 차승원 같은 훈남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마늘을 까고 재료를 다듬는 모습을 통해 주부 시청자들은 적잖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알아주지 않는 집안 일을 <삼시세끼>를 통해 위로받는 일종의 보상 심리일 것입니다. 며칠 만에 집에 돌아온 차줌마가 “집이 왜 이 모양이냐” 하며 버럭 하는 모습을 통해 엄마의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바쁘게 살아가지만 늘 외로움에 사는 인간소외의 현실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나님과의 소통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과의 소통을 ‘안식’ 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이 안식의 다른 표현이 바로 최근의 문화적 코드인 ‘쉼’입니다. 이 ‘쉼’은 요즘 같은 무한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생존의 한 방식일 수 있습니다. ‘쉼’은 또한 죽음에서 생명을 찾으려는 자발적인 현상이며 피조물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영적 현상일 수 있습니다. <삼시세끼> 뿐만 아니라, <나 혼자 산다> 나 <수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TV 인기 프로나 캠핑 열풍 또한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나영석 PD 의 작품인 <꽃보다 할배> 나 <꽃보다 누나> 등이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 이유는 잠깐의 TV 시청을 통해서라도 ‘쉼’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생존 본능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6일째 창조되어진 인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7일째 안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의 몸에서 태어난 아기가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안식(쉼)’ 을 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쉼’은 재창조를 위한 기회입니다. 아프리카로 떠나기전 이미 바흐 연주로 유럽 무대에서 탁월한 오른간 연주자였던 ‘알버트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에서의 있는 동안 오르간을 연주할 수 없었습니다.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유럽을 다시 방문하게 된 슈바이처는 10여 년의 침묵을 깨고 다시 바흐를 연주했습니다. 그리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묵상과 여운의 연주였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슈바이처에서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재창조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삼시세끼>를 함께 보던 아내가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차승원 이러다가 요리책 내는 거 아닐까! 웬만한 여자들보다 낫네.” 그러면서 제가 돌아온 한 마디는 이거였습니다. “당신도 뭐좀 하시죠?”
얼굴에서 밀리고 몸매에서 밀리고 이젠 요리에서도 밀리는 나의 모습을 보며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턴 라면이외에 다른 것에 도전하며 가족들에게 ‘삼시새끼’를 제공하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마태복음 11: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