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구 목사의 초대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간월사의 난간 위에는
바다를 향해 서 있는 간월사의 난간 위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매달려 있다.
색색의 작은 등불들,
그리고 그 아래 달린 종이의 심장들…..
그것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말해지지 못한 기도들이고,
누군가 끝내 붙잡고 싶은 절박한 삶이다.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밀려왔다가
조용히 물러난다.
마치 우리의 소원처럼….
간절히 밀어 올렸다가
현실이라는 해안에 부딪혀
다시 가라앉는 것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수많은 종이 조각들은
슬픔보다 빛을 닮아 있다.
왜일까.
인간은 절망 속에서도
색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분홍, 노랑, 초록, 보라
이 모든 색은
“그래도 살아가겠다”는
조용한 다짐이다.
한 장의 종이에 적힌
몇 마디 문장.
그 짧은 문장 안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기다림이 있고,
회복되지 않은 상처가 있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마음들은 서로 부딪히며
작게 흔들린다.
마치 우리가 서로의 삶을 스치며
이해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풍경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이란
완전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이 함께 매달려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소원은
이루어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붙드는
하나의 이유라는 것을…


사진 = 전현구 목사
전현구 목사 (시드니조은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