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그린에이커의 실버설날잔치
“도, 개, 걸, 윷, 모… 으랏차차 ‘개’판이요!”
윷놀이가 한판 벌어진 노인 잔치날의 환호성이 그린에이커 시드니순복음교회 성전을 메아리친다. 올해가 무술년戊戌年 12간지중 11번째 ‘개’ 해이기에 올해 윷판은 ‘개’판이 ‘모’판보다 한수 위란다. 이래서 개띠의 올해 85세 어르신은 미수(米壽)로, 97세 어르신은 백수(白壽)로, 선착순으로 복이 함께 하리라 전해진다.
실버설날 잔칫날에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가쁜 가쁜, 할멈들은 “호호”, 할범들은 “허허” 거리며 명절날 동무 만난 반가움에 함박 입을 다물지 못한다. 성전의 불은 켜지고 성가와 그리운 가곡이 조용히 물결쳐 흐른다.
어르신들은 감사와 향수속에 손뼉도 박수갈채도 떠나갈듯 우렁차며, 목사님의 축도에 인도되어 두손 모아 여분의 삶의 여로를 하나이신 주님께 빌어보며 모두들 숙연해 진다.
흥과 기도 뒤에 식당으로 향하는 성전 밖의 내리막 계단은 어르신들에게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힘들어 보인다. 지팡이에 의지한 어르신 한분이 멈칫멈칫 내려가기를 망설이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채 요지부동이다.
“할머니, 제 팔 잡고 한 발짝 한 발짝씩 천천히 내려가 보세요.”
“하나, 둘… 한, 둘… 율동에 따라 내려가시는 계단이 한결 재미있으지요?”
“젊은이 감사해요. 복 받으실 거예요.”
한 앳띈 성도가 미소지으며 할머니를 어렵사리 노천 대식당으로 모셔다 드린다.
식당까지의 긴 줄은 대성전 앞까지 늘어져있고, 명절 다음날이라 그런지 많이들 오셔서 명절 뒷풀이를 하시는가 보다. 젊은이는 수저며 떡국이며 푸짐한 먹거리들을 챙겨들고 흰 머리결 고우신 할머니를 거든다.
“할머니, 꼭꼭 씹어서 맛나게 드셔야 해요.”
“오래오래 사셔야 되요.”
손녀뻘 되는 젊은이의 한마디에 할머니는 왈칵 눈시울을 붉힌다. 명절이라고 살갑게 대해주는 이 없는 한 늙은이의 초라한 외길을 잠시나마 눈짓하며 베품을 아끼지 않는 한 젊은이의 맑은 눈망울을 훔쳐보면서 잊혀진 참삶의 의미가 되살아온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명절날 민속놀이 팡파레가 지하성전에서 울려 퍼져온다.
“오늘의 상품은 무얼까? 한국 항공기 왕복권? 성경책?”
오늘은 온갖 잡생각 떨치고 윷놀이던, 투호놀이던, 악착스레 이겨서 푸짐한 상품 몽땅 챙겨 와야겠다.
이상조
(시드니순복음교회 경로대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