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나의 노년
초겨울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내 인생에도 비가 오고 있다. 젊음은 바람같이 지나갔고 노년의 나무가 되어 들판에 외로이 홀로 서있음에 가슴에도 흐르는 빗물이 멈추지 않는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 정의와 평화와 사랑은 사라졌고 자아만이 남은 세상. 질시와 억압과 갈등과 가난과 싸워야만 하고, 가진 자는 베풀기는커녕 더 움켜 쥐려고 술수를 쓰는 세상, 눈을 감아 버리고 싶다. 삭발하고 절로 들어갈 수도 없고, 세상을 향한 문을 잠그고 싶다. 앰불런스 소리가 들린다. 또 어느 노인이 위급해 실려가나 보다. 몸도 마음도 병들어 숨만 쉬며 누워있는 독거 노인들. 자녀들이 들여다 보지않아 죽어서 며칠이 지나도 모른다니 왜 세상은 이리 돌아갈까. 옛날이 그립다. 손자 손잡고 뒷 뜰에서 숨바꼭질 하던 그 날들이… 낯선 땅, 나그네 세월, 강산이 세 번 변했고 손자 손녀들은 직장인 대학생 고등학생이 되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다.
1986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 와이즈맨 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일정을 마치고 NHK 방송국을 방문 했는데 그때 만난 기자의 말에 놀란 적이 있다. 일본의 노인 인구가 전체의 8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땅이 좁은 나라인지라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 화장을 해서 작은 질그릇 항아리에 백골을 담아 안장 한다고 한다. 노인 문제가 심각 하지만 그래도 국민성이 정직하고 자기를 돌볼 줄 아는 노인들이 많다고 하는데, 예를들면 큰 식당을 하다가 노인이 되면 자식에게 가업을 넘겨주고 본인은 그 식당에 종업원이 되어 자식에게 낮은 임금을 받고 자랑스럽게 안내 일도 하고 쉬운 일을 찾아서 열심히 일하며 삶의 활기를 찾는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도 십년 후면 노인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선다는 통계를 신문에서 본적이 있다. 노년에 잘못된 계산과 허황된 꼬임에 빠져 퇴직금을 날리고 자녀에게 마저 문전박대를 당하고 복지시설에 들어갈 기회마저 놓친 채 늙고 병들어 눈물과 한숨의 골짜기에 앉아 죽는 날만 기다리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폐지 줍는 일도 건강이 있어야 할 수 있고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모든 의욕이 사라진 채 노숙자로 거리에 나앉아 삶을 비관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늙을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끗한 마음과 바른 신앙심을 가지고 나의 어리석고 미련함을 하나님께 기도로 아뢰며 나에게 지혜의 마음을 주사 사람을 사랑하며 살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마음을 쏟는다. 내 안에 가리워져 있는 것들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엄위하신 하나님 앞에 설 날이 멀지 않은데 마음을 비우고 내려 놓자. 참된 평화는 하늘로부터 오는 것임을 깨닫고 감사하고 사랑하면서 살자. 떠나 버린 것에 연연하지 말고 내 안에 머물러 있는 것에 소중함을 깨닫고 자녀에게 거친 숨소리로 칼날같은 언어로 채찍질 하지 말자. 마음을 돌이키는 것은 따뜻한 손길, 가슴으로 품어 주는 것이다.
장애우의 벗이 되어 나눔의 삶을 아름답게 사신 김성수 주교님을 소개하고 싶다. 한때 정동 성공회 앞 마당에서 커피를 팔아 커피주교님으로 불리웠다. 노년에는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의 공장장으로 일하셔서 콩나물주교님 혹은 촌장 할아버지로 불리웠다. 팔십사세의 고령 이신데도 장애우들의 벗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편견 됨이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가을에 알찬 곡식을 거두는 농부는 쉬지 않고 일한다. 봄에 씨를 뿌리고 김을 매주며 물을 공급해 주고 해충을 잡아주며 새벽부터 저녁까지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쉬지 않고 일한다. 노년의 삶도 젊어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거두는 법칙은 없다. 젊은 날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 왔는냐에 따라서 내 노년의 날이 밝을 수도 비 오는 날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지혜를 익혀야겠다.
이명주(글무늬문학사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