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33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고수먹으면 고수(?)
침대위에 텐트를 쳤다.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이 텐트는 집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온용 텐트로 난방이 안 되는 호주의 밤과 새벽에 꼭 필요한 물건이다. 처음에는 색깔도 예쁘지 않고 뜬금없이 방안에 쳐져 있는 텐트가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람이와 함께 들어가니 정말 따뜻하고 좋다. 하람이는 Tree House라며 캠핑이라도 온 것 마냥 그저 신이 났다.
텐트 안은 둘이 들어가면 딱 맞는 사이즈라 첫날은 조금 답답하고 집에서 텐트라니…기가 막히기도 해서 잠도 잘 안 왔는데 이젠 제법 편하다고 느껴진다. 찬바람을 막아주니 밤마다 기침이 심하던 하람이도 곤히 잘 자고 이불을 걷어차도 찬 느낌이 없이 훈훈해서 정말 좋다. 진작 사용했다면 난방비도 조금은 아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어쨌든 강력 추천 할 만 하다. 호주에서 살면 이렇듯 한국에서는 안 해본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때로는 재밌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막상 지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어느 날은 한국에서 먹던 양념반 후라이드반의 그 치킨이 너무나 간절히 먹고 싶어졌다. 물론 한국치킨을 파는 곳이 있긴 한데 막상 사 먹으려니 가격이 살짝 부담이 되는 듯해서 직접 튀기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배달해 먹을 수 있어 안 해본 일이다. 이왕 튀기는 김에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오징어며 야채튀김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튀김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렵네. 치킨은 한 번에 튀길 수 없고 야채에 입힌 튀김옷은 튀기면서 자꾸 벗겨진다. 가장 가관 인 것은 오징어튀김 인데 오징어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엄청 기름이 튀긴다는 사실(조심하지 않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어쨌든 그렇게 산더미처럼 튀겨 놓고는 치킨 양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집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틀리겠지만 나는 일단 기름에 살짝 다진 마늘을 볶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늘이 어느 정도 익어 마늘특유의 강한 향이 조금 수그러들면 다음으로 매운 고추장과 케찹, 카레가루, 물엿을 적당하게 섞어 볶는다. 매운맛이 좋은 분은 월남 고추나 고춧가루를 더 추가하면 되고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케찹 양을 늘려 달콤새콤한 맛을 내면 된다. 참고로 물엿 대신 딸기쨈을 사용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다진 파와 땅콩가루를 뿌려 튀겨낸 치킨과 버무리면 끝! 이렇게 힘든 여정 끝에 완성 했지만 기름 냄새에 질려버린 나는 먹지도 못하고 방에 가서 누워버렸다. 그리고 그냥 좀 비싸더라도 다음번엔 돈 주고 사먹자는 결론을 내렸다. 아는 분은 집에서 족발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하시는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하루하루가 늘 새로운 도전인 호주 땅. 내 터전 내 나라라고 생각하면 이처럼 도전한다고 표현하지 않고 원래 그런가 보다 할 텐데 아직은 한국이 좋은가 보다. 그래도 호주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늘 준다. 둥글넓적한 내 인상 때문에 사람들이랑 쉽게 친해질 거라 많은 분들이 생각하지만 사실 낯가림이 좀 심한 편이라 언제나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교제 하는 게 어려운 일중 하나였다. 하지만 애초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이 시작한데다가 늘 그것도 외국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스로 내 성격을 극복하게 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신혼 때 쌀에 생긴 벌레가 무서워 쌀통채로 밖에다 갖다 버려 엄마에게 엄청 혼나던 내가 지금은 바퀴벌레까지는 조금 무리지만 왠만한 벌레는 휴지로 잡아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상당한 발전이고 스스로 대견하다. 호주가 나를 이렇게 만들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월남쌈에 꼭 들어가야 하는 고수까지 먹는다고 하면 이제 슬슬 호주사람이 돼가고 있는 걸까? 신랑은 아직도 월남쌈의 고수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그 이상한 향이 나는 풀을 왜 먹느냐고 한다.
엄청나게 고수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고수는 겨드랑이 맛이라고 했다나? (그 사람은 겨드랑이를 먹어봤는지 정말 묻고 싶어진다) 그래서 고수를 먹는 사람은 무림고수 같단다. 하지만 고수는 먹으면 먹을수록 생각나는 중독의 맛인 걸 어쩌랴. 이런 나의 유쾌한 호주 도전기는 계속 된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