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52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통당익숙(痛當益熟)
하람이가 벌써 3일째 학교를 가지 못했다. 아빠, 엄마와는 다르게 마른 체격이나 잔병치레 없이 튼튼했는데 갑자기 열감기라니. 주말을 껴서 벌써 1주일째 아프다. 감기증상이 오면 해열제나 종합 감기약을 먹이고 푹 재우면 다음날 거뜬하게 일어나던 하람이가 이번에는 제대로 앓고 지나가려나 보다. 시간 맞춰 약을 먹여도 온몸이 뜨끈뜨끈하니 이런 상황에 나또한 너무 당황스럽다. 열이 펄펄 끓어오르니 눈도 따끔하니 아픈 것 같고 머리가 띵한게 어지러운지 평소 같으면 교회서 혼자 잘 돌아다니며 놀던 하람이가 나를 찾아왔다. 특별활동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물놀이도 못해 속도 상한지 눈물이 글썽인다. 간신히 토닥이며 달래 사택에 눕혀 재우고 나오는데 마음은 무겁고 신경은 온통 하람이에게 쏠리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렇게 주일을 보내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결석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하람이. 하지만 여전히 엄마인 나는 일하러 가는 중이다.
며칠 밤을 하람이 때문에 선잠을 잤더니 나 역시 감기가 오려는지 어깨가 무겁고 눈도 자꾸 감긴다. 그래도 어른인 나는 스스로 견디지만 하람이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 아닌가. 냉장고에 얼려둔 아이스 팩을 수건으로 돌돌 말아 차갑지 않게 만든 후 베게대신 주었더니 하람이가 시원한 느낌이 좋단다. 하람이가 이렇게 감기에 걸리면 나는 제일먼저 마사지를 해준다.
보통 열이 나면 온몸은 뜨겁지만 손발은 찬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 맞춰 약을 먹이는 것만큼이나 수분공급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몸에 잘 흡수가 되는 이온음료나 미지근한 보리차를 수시로 먹인다. 이렇게 하면 갈증도 해소되고 무엇보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만들어 몸 안의 열을 빼주는데 탁월하다. 그래도 열이 안 떨어지면 얇은 가제수건에 물을 적셔 옷 위에 살짝 얹어준다. 젖은 옷을 입히면 아이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 젖은 가제 수건을 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옷에 수분이 살짝 묻어나 아이도 부담 없고 열이 수분에 증발되어 몸도 개운해 진다.
보통 이 몇 가지 방법이면 하루나 길어도 이틀 만에 감기가 떨어지는데 이번엔 꽤 오래 간다. 하람이도 몸이 아프니 힘들고 지치는지 평소보다 투정이 심하다. 열감기가 이렇게 오래 가니 한국이라면 병원에 가고도 남을 상황인데 호주의 병원은 조금 까다롭다. 응급실에 가도 웬만한 상황 아니면 신속하게 진찰이 이루어지지 않아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것도 곤욕이고 열이 심해 가도 집에서 먹는 시럽 약 한번 주는 게 전부 다니 안 가게 된다. “원래 형아가 되려면 이렇게 한 번씩 아픈 거야. 그러니 안심해.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푹 자” 이렇게 달래고는 밤새 주무르고 물도 마시게 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몇 번씩 수건을 빨아 온몸을 닦아주고 얼음찜질도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창문 밖이 어스름 밝아 오는 게 새벽이 오는가 보다. 그 즈음에 배가 아프다고 하여 화장실에 데리고 갔더니 하람이가 결국 저녁에 먹은걸 다 개워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열이 좀 내려가 푹 잠이 든 하람이. 그런 하람이를 확인하고 나는 다시 나의 삶의 일터로 출발한다. 나 역시 피곤하고 힘들다. 남편과 나 외에는 하람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에, 우리 삶을 이끌어 줄이 없기에, 기댈 곳이 없기에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어떤 상황에도 변함없이 터벅터벅 걸어가야 하는 이 길. 약은 몇 시간에 한 번씩 먹이고 간식은 뭘 주며 밥은 속에 부담이 없는 걸로 먹이라고 남편에게 신신당부하고도 조금은 불안한 엄마의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빠 엄마 없이 하람이 혼자 남게 될 이 세상. 때로는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플 수많은 시간을 보낼 테지만 하람이의 구름기둥, 불기둥이 되어주실 하나님이 계시기에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아이는 그렇게 크게 한번 아프고 나면 쑥 클 것 이다. 아픔은 그저 아픈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우리에게 늘 큰 교훈을 준다. 바로 아픈 만큼 성숙해 지는 진리 말이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전도사 사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