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무 목사의 주일묵상
하나님을 향한 믿음
하늘 향한 믿음
땅을 향한 신뢰
고요히 적막하던 자연에
숨소리 거칠어진 그날
보이지 않는 믿음
한없는 실상의 이야기
말로 전하던 증인들이
사뭇 보이는 사건들이
믿음으로 증거가 되어
허공의 메아리 울려 퍼져도
응답의 둘레에
나 서 있음을 알아
입의 소리 아닌 믿음
환청이 아닌 귀 열림
환상을 걷어 낸 곳엔
자기도취에 빠진 맹신 아닌
확신적인 발동의 출발
추상적인 믿음의 굴레는
현상적 객관화를 추구하고
무턱대고 믿는 행위의 결실 아니라
이성, 지성, 감성, 영성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믿음
삶의 활동에 뚜렷이 나타나
정상적인 언행으로 꽃을 피우고
합당한 열매를 맺어 따는 믿음
심한 갈등을 버릴 수 있어
고독한 결단도 해낼 수 있어
외로운 싸움도 이길 수 있어
억울한 고난도 인내할 수 있는
믿음의 주님이 응답하시는 그 믿음.

대한민국은 기적 그 자체
오늘날 우리는 대한민국을 당연한 선진국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경제사와 문명사의 궤적을 넓혀보면, 이 땅의 번영은 인류사적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불가능의 성취였다. 아무런 기반도 없던 폐허에서 세계가 경탄하는 번영의 기틀을 다진 우리의 역사는 가히 하늘의 축복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 지정학의 판이 뒤흔들리는 대전환기 속에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거대한 도약의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조선 왕조의 몰락과 일제 강점에서의 해방, 그리고 자유민주 체제와 자유시장 경제로 출발한 대한민국은 그 자체가 기적이다. 1950년대의 한국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장 바닥이었다. 지하자원도, 드넓은 시장도, 심지어 농사가 수월한 기후 조건도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 식민지 시기의 상흔으로 인해 반자본, 반기업 정서라는 내부적 악조건까지 팽배하였다.
전쟁의 참화가 휩쓸고 간 아시아의 작은 한반도는 인류사에서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선진 학계의 교과서적인 충고와 리카르도식 비교우위론에 순응해 농업이나 노동집약적 경공업에 안주했더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굴레를 거부하고 수출 주도형 중화학 공업화라는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도약에는 결정적 순간마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 지렛대가 되어주었다. 1980년대, 무섭게 독주하던 일본 경제를 제어하기 위해 미국이 단행한 플라자 합의는 우리에게 하늘이 내린 기회였다. 엔고의 파고 속에서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이 흔들리는 틈을 타, 대한민국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실력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성취였으나, 판을 깔아준 세계사의 거대한 상호작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최근의 형국도 마찬가지다. 13억의 거대한 인구와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 중국의 밀어내기식 추격으로 인해 우리의 조선, 배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고사의 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와 미국의 가차 없는 중국 봉쇄 정책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산업에 새로운 생존 공간과 강력한 숨통을 열어주었다. 위기 뒤에 반드시 거대한 기회를 숨겨두는 대한민국의 국운은 이번에도 세계사적 갈등을 도약의 발판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제 세계는 한반도를 향해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행운의 교차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격변한 러시아의 동진이다. 유럽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러시아는 전후 대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천연가스, 석유, 우라늄, 곡물 등 무한한 자원을 동아시아로 쏟아내야만 한다. 이때 러시아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중국이나 영토 분쟁의 앙금이 남은 일본은 러시아에 잠재적 위협이지만, 5천만 인구의 한국은 아무리 키워주어도 위협이 되지 않는 안전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절실한 한국과 첨단 가전, 자동차, 인프라 기술이 필요한 러시아의 만남은 완벽한 상호보완적 찰떡궁합이다.
둘째는 중국을 꺾기 위해 태평양 전반으로 군사, 경제적 역량을 결집하는 미국의 아시아 가속화이며, 셋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리는 북극항로라는 인류 물류사의 신대륙이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며 열리는 이 새로운 해상 고속도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경로로, 그 종착지가 바로 한반도의 부산이다. 이 세 가지 거대한 문명사적 흐름이 만나는 심장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부산과 경남 일대가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 수도이자 물류 허브로 거듭날 역사적 멍석이 깔린 셈이다.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의 생존 자원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전량 넘어가 버리는 순간, 기회의 문은 영원히 닫힌다. 대한민국의 탄생과 성장이 하늘의 축복이었다면, 지금 우리 앞에 당도한 천년의 기회는 그 축복을 완성하라는 역사적 명령이다. 이념의 집착을 걷어내고 철저한 국익 중심의 실용적 결단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후손들에게 지정학적 저주에 갇힌 조그만 반도가 아니라, 세계를 경영하는 위대한 해양 강국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여된 엄중한 시대적 소명이다.

한상무 목사
(시드니생명나눔교회, smhan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