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토끼 울타리 : Rabbit-Proof Fence
감독_필립 노이스 / 주연_에블린 샘피, 티아나 산스부리, 케네스 브래너누적 / 2002
“같이 붙잡혀 갔던 아이들은 나보다 어렸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엄마’가 그리웠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_ 실제 주인공 몰리 크레이그 (84세, 2000년 8월, 지가롱에서)
이 이야기는 도리스 필킹톤 원작을 기초로 한 실제 이야기이다.
1931년 호주의 서부, 지가롱(Jigalong)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세 명의 여자 아이 이야기는 실화로서 영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만들어낸 정책 중의 하나로 오지에 사는 원주민 여자 아이들을 강제로 가족으로부터 떼어내어 하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한 여자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었고 가족이 그리웠다. 그리곤 어린 여동생 둘과 함께 탈출을 감행 한다. 호주의 북쪽과 남쪽을 가로지르는 ‘토끼 울타리’를 따라 1,500마일이라는 대장정의 여정의 길을 떠나지만 정부는 그들을 계속하여 추적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오늘날, 호주에서는 이 여자 아이들이 겪었던 세대를 ‘유린된 세대’ 라고 말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던 필립 노이스가 2002년 고국인 호주로 돌아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민족과 역사, 인간의 존엄성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파고든 문제작이다.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 출연 / 스탭
.필립 노이스 (Phillip Noyce) 감독
.에블린 샘피 (Everlyn Sampi) 몰리 역
.티아나 산스부리 (Tianna Sansbury) 데이지 역
.케네스 브래너 (Kenneth BranaghMr.) 네빌 역
.로라 모나한 (Laura Monaghan) 그레이시 역
– 호주의 추악한 역사를 폭로한다
호주가 요즘 한국인의 이민 희망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가 악명높던 백호주의를 포기한 것이 불과 20여년전이다.
호주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 속의 유럽’을 표방하며, 백인우대정책과 원주민 억압정책을 취했다. 이후 호주는 아시아 경제의 역동적인 성장 효과를 나눠갖기 위해, 그리고 광활한 대륙을 더이상 소수의 백인인구만으론 개발할 수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에 아시아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백인 기득권층이 저질렀던 참혹한 인종차별정책은 아직도 호주 역사의 어두운 과거로 남아있다.
가족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말살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못지 않게 참혹하기 이를데없다.

필립 노이스 감독의 ‘토끼 울타리’는 호주의 백인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그러나 절대 외면할 수없는 과거를 폭로하는 용기있는 영화다.
지난해 호주에서 개봉됐을때 엄청난 센세이션과 함께 ‘호주영화가 나갈 길과 희망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단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던 화제작이기도 하다.
필립 노이스는 호주 출신으로 , 할리우드로 건너가서 ‘본 콜렉터’등의 블럭버스터급 오락물을 만들기도 했던 재간꾼.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주문생산에 따라 미국 관객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연출했던 감독이 고국으로 돌아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영화의 줄거리는 실화소재답게 매우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시대 배경은 1930년대. 당시 호주 정부는 원주민에 대한 일종의 강제 백인화 정책에 따라 모든 원주민 및 혼혈아들을 강제 수용해 백인남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몇대에 걸쳐 피를 섞다보면, 원주민을 백인으로 만들 수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호주식 ‘피가름’이다.
문제는 당시 백인들은 이같은 비인도적인 정책이 원주민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 원주민관리국의 네빌 국장(케네스 브래너)은 원주민들을 무지와 가난에서 구원하는 방법은 그들을 백인으로 만드는 것이란 신념의 소유자이다.
이 정책에 따라 14살부터 10살도 채 되지 않은 혼혈소녀 3명이 엄마와 강제로 떨어져 낯선 수용소에 잡혀온다. 수용소의 분위기는 ‘제인에어’의 기숙학교와 비슷하다.
새옷을 입고, 교양있는 영어만 쓰도록 교육을 받지만, 도망치는 아이는 이내 잡혀와 매질과 독방수감 처벌을 받아야한다.
몰리, 데이지, 그레이시는 이런 곳에서는 도저히 살수없다는 판단에 따라 어느 비오는 날 밤 수용소를 탈출한다. 빗줄기는 이들의 발자국을 지워준다. 몰리는 추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맨땅대신 시냇물 한가운데로 걸어가거나 돌맹이만 밟고 걷는 영특함을 발휘한다. 그리고 토끼울타리만 따라가면 엄마가 살고있는 고향으로 갈수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명의 소녀는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대장정을 향해 무작정 걸음을 내딛는다. 고향까지 2200km. 서울- 부산을 5번쯤 왔다갔다하는 엄청난 거리다. 그러나 세명의 소녀(그레이시는 중간에 가짜 소문에 속아 두 친구와 헤어졌다 추적꾼들에게 잡힌다)는 엄마를 만나야한다는 단 한가지의 목적을 위해 광활한 사막과 황야를 오로지 두 발로 걷고 또 걷는다.
수천 킬로나 떨어진 몰리 모녀가 토끼울타리의 철망을 잡고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 가장 감동적인 부분. 엔딩 부분에서는 할머니가 된 진짜 몰리와 데이지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저려오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노이스 감독과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은 일체의 영화적 기교나 극적 장식들을 일체 배제함으로써 실화가 가진 순수한 힘을 전달하고 있다. 한 인종을 말살하려는 간악한 정책을 고발하면서도 그 체제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몰리는 집에 무사히 돌아온 후 숨어살면서 원주민 남자와 결혼해 아이도 낳았지만 다시 수용소로 잡혀갔다고 합니다. 그녀는 또다시 탈출해 고향땅으로 걸어서 돌아왔지만, 수용소에서 아이까지 데리고 나오지는 못하는 바람에 수십년동안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 영화는 몰리의 딸이 어머니의 일을 기록한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 모정이 유린된 호주 원주민 여성의 삶 _ 옥선희 / 영화 칼럼니스트
1931년 호주 서부 오지 지가롱에 살고 있던 원주민 소녀 3명이 영국 정부 관리에 의해 강제로 어머니 품을 떠나 무어강 원주민 수용소에 격리 수용된다. 어머니가 그리웠던 14살의 몰리(에블린 샘피)는 8살 된 동생 데이지와 10살 된 사촌 동생 그레이시를 데리고 2400㎞를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백호주의로 악명을 떨쳤던 호주에선 1930년대부터 원주민 여성과 백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아를 분리 수용하는 정책이 있었다고 한다. 원주민 어머니로부터 강제로 아이들을 떼어내 격리 수용한 뒤 16살이 되면 백인 가정에 입양해 하녀로 삼았다. 이 정책은 1970년대까지 계속되었고, 이 제도로 희생된 세대를 유린된 세대(Stolen Generation)라고 한다.
‘토끼 울타리’(Rabbit-Proof Fence)는 이 제도에 저항한 실존 인물의 놀라운 귀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발표 당시 84살이었던 몰리의 둘째 딸 도리스 필킹턴 가라마라가 쓴 어머니 이야기 ‘Follow the Rabbit-Proof Fence’를 바탕으로 하여 이 감동적인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는 아이들 걸음을 따라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토끼의 출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토끼 울타리를 따라가면 집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광활한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의 자그마한 모습이 너무나 숭고해 보여 다른 극적 장치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권과 자유에 대한 생각거리와 토론거리를 제공해주는 ‘토끼 울타리’는 영화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특별(SE)판에 수록된 스페셜 피처도 이에 못지않다.
영화 밖 사연은 다음과 같다. 수용소를 탈출해 엄마 품으로 돌아온 몰리는 성장하여 결혼을 했다. 그러나 몰리는 자신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세 딸 모두 백인에게 빼앗겼다.
“어머니가 너를 버렸다” “원주민 문화는 악마의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 몰리의 둘째 딸 도리스는 운 좋게도 간호사 교육을 받으며 어머니 몰리를 찾았다. 마침내 21년 만에 수용소에 있던 어머니 몰리를 찾아냈고, 몰리는 너무 커버린 도리스 대신 손녀들을 보고서야 도리스를 알아보았다. 도리스는 어머니 몰리로부터, 무어강 수용소 탈출 이야기와 딸 셋을 빼앗긴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도리스는 언니와 여동생을 찾았지만, 영화 ‘토끼 울타리’ 완성 때까지 소식을 알아내지 못했다.

‘유린된 세대’에 대해선 현재까지도 논란이 있다고 한다. 교육과 백인 사회 진출 기회를 얻었으니, 유린이 아닌 구제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립 노이스 감독은 “원주민 정책이 선의와 인도주의로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학교에선 유럽인의 호주 정복사는 가르쳤지만 원주민에 대해선 가르치지 않았다. 원주민인 에버리진은 1967년까지 투표권이 없었고, 인구통계에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필립 노이스는 몰리와 데이지에게 완성된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지가롱을 찾았다. 난생 처음 영화를 본 할머니 몰리는 “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두 딸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에,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 노이스 감독의 전언이다.
감독 필립 노이스/ 주연 에블린 샘피, 케네스 브레너/ 제작연도 2002년/ 상영 시간 94분/ 등급 전체/ 출시사 파라마운트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