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성결혼 합법화 논쟁 격화
동성애 문제로 분열된 교회들, 근본적인 해법 내놔야
세계에서 가장 동성애자에게 관대한 국가이자, 가장 화려한 동성애자 축제가 있는 국가 중 하나는 당연 호주(Australia, 이하 호주)다. 하지만 호주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았다.
2004년 존 하워드 총리 시절 개정한 결혼법은 결혼의 정의를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남녀 사이의 결합을 의미하며 모든 다른 형태는 배제한다(the union of a man and a woman to the exclusion of all others)”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이루어진 동성간 결혼도 호주에서는 반드시 인정하면 안 된다(must not be recognised as a marriage in Australia) 고 규정했다.
하지만 요즘 호주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시끄럽다. 이는 제1야당인 노동당이 지난 5월 아일랜드 동성결혼 합법화에 힘입어 동성결혼 인정 법안을 제출하면서부터다.
호주 노동당, 6월 1일 동성결혼 법안 제출해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지난 6월 1일 동성결혼 법안을 제출하면서 “우리의 법은
위대하고 관대한 국가, 그리고 자유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고 말했고, 토니 애봇 총리의 여동생이자 레즈비언인 크리스틴 포스터 등 많은 인물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집권 여당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동의하는 이들도 있지만 토니 애봇 총리는 보수적인 지지도자중 한 명이며, 애봇 총리는 젊은 시절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수업을 받은 바 있고,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해왔다.
다만 애봇 총리는 최근 개별 의원들의 의사에 맡기는 자유투표가 가능하다며 동성결혼 합법화에 예전보다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반해, 보수당 내부의 강성 보수주의자들은 자유투표를 무효화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호주 연방 정부는 지난 2012년 동성결혼 허용법을 부결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도 캔버라가 포함된 수도준주 의회의 동성결혼 허용법을 대법원에 상고해 무효화시킨 전례가 있다.
호주 자유당, 여권 내 보수세력 결집해 토니 애봇 총리 압박
토니 애봇 총리도 쇼튼 대표의 법안 제출 당시에는 경제와 안보문제에 집중하겠다며 부정적이었지만 이후 당론보다는 개별 의원들의 의사에 맡기는 자유투표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는 등 유화적인 분위기가 흐르자 보수당 정부 내 동성결혼 반대 의원들도 세를 모으며 제동에 나섰다. 특히 일부 의원은 애봇 총리에게 심각한 당내 분열을 경고하며 압박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지난 6월 9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자유투표를 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의원들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말콤 턴불 현 통신장관이 2009년 당대표 경선에서 패한 경험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애봇 총리에게 으름장을 놨다. 턴불 장관은 당시 집권당인 노동당이 주도하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 찬성 뜻을 밝히면서 역풍을 맞아 애봇에 패했다.
특히 이들 의원은 포스터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연방 각료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히고 고위관리가 공개적으로 불가피성을 언급한 것을 예로 들며 애봇 총리가 사실상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의심,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일부 주에서는 아직 동성결혼이 합법화가 아니지만 미국과 멕시코의 많은 주, 아르헨티나,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덴마크, 핀랜드, 프랑스, 아이슬랜드,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르투칼, 슬로베니아, 남아공화국,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 우루과이, 아일랜드 등 22개국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 합법화를 인정함에 따라 영어권 선진국 중 호주가 유일하게 동성결혼을 불허하는 나라가 됐다.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반면, 주로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이슬람 교리나 관습에 근거하여 동성애나 동성애자의 동거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예멘, 수단, 모리타니, 나이지리아의 북부 지역, 소말리아의 남부 지역에서는 적발될 경우에 최고 사형까지 판결하며, 다수의 중동 국가에서 중범죄로 다루어지고 있다. 우간다와 같이 기독교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서도 동성애를 종신형으로까지 처벌하고 있다. 특히 동성결혼이 이미 허용되는 추세인 선진국의 보수 기독교계에서 자국에서 후퇴한 뒤 자신들의 선교 및 봉사활동 인프라를 활용해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에 동성애 혐오주의를 전파하고 있다는 의혹과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2013년에 ‘동성애 선동 금지법’을 제정하여 공개 장소와 언론에서의 동성애 행위나 성소수자 문화 축제, 시위 등 공공에 대한 성소수자 인권 증익 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하여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범죄로 다루고 있다.
교회와 동성애
성경에 ‘남색(男色)하는 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동성애를 뜻하는 ‘남색’은 영어로 소
도미(sodomy)다. 구약성경에 동성애를 한 자는 ‘죽일지니라’라고 했고, 신약시대 사도 바울은 동성애를 타락의 극치로 봤다. 중세 가톨릭교회의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도 동성애는 중죄로 취급했다. 종교개혁가 루터와 칼뱅은 물론이고 계몽된 칸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독교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용은 20세기 들어와 개신교에서 시작됐다. 1916년 게이들을 위한 교회가 세계 최초로 호주 시드니에 생겼다. 게이를 처음 성직자로 임명한 것은 1964년 미국의 ‘그리스도의 연합교회’이다. 레즈비언은 1977년 영국 성공회에 처음 성직자로 임명됐다. 미국 최대 교단인 미국장로회가 2007년 동성애자의 성직을 허용하자 반대하던 교회들은 탈퇴했다.
가톨릭은 개신교와 달리 하나의 보편 교회를 지향한다. 동성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이해하려는 취지에서 논의중이나 합법화 과정을 거친다면 보수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기독교계의 일부에서는 성에 대해 과거와 달리 많은 것을 알게 된 오늘날, 교회는 동성결혼 찬반의 문제가 아닌 천성적인 동성애와 천성과 무관한 동성애를 구별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기도 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