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번째 잡기장 (70) 중에서 _ 2021년 10월 5일자

– ‘결혼식과 장례식’
지난해 1월말경 미국 L.A에서 사시던 제 장모님께서 95세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름답게 사시다가 복되게 가셨습니다. 장례식 때는 장모님의 유언에 따라 ‘저 좋은 낙원이르니’라는 잘 알려진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저 좋은 낙원이르니
내 기쁨 한이 없도다
이 세상 추운 일기가
화창한 봄날 되도다
영화롭다 낙원이여
이 산위에서 보오니
먼 바다 건너 있는 집
주 예비하신 곳일세
그 화려하게 지은 것
영원한 내집이로다’
그런데 언듯 보기엔 평범한 장례예식 찬송가이지만 여기엔 장모님의 아주 깊고 오래된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그것은 일제 말경 북녘 땅에서 먼저 고인이 되신 제 장인어른 이우호 목사님과 결혼식을 올릴 때 불렀던 ‘결혼식 찬송’이 바로 이 ‘저 좋은 낙원이르니’ 였기 때문입니다. 초창기부터 한국교회 교인가족이었던 그이들의 결혼식 주례를 맡은 분은 마침 신학교를 마치고 갖 목사가 되어 처음으로 기독교적 결혼식을 인도하신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 햇내기 목사님은 옛날 신편찬송가에서 이것 저것 고르다가 ‘아 이 찬송가가 결혼식에는 제일 잘 어울리겠구나’ 싶어서 택한 것이 바로 ‘저 좋은 낙원이르니’ 였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가사를 다시 읽어보니 결혼식 찬송으로는 아주 적격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좋은 낙원, 한없는 기쁨, 화창한 봄날, 영화롭다, 주 예비하신 것, 화려한 집… 이 모든 표현이 인생의 새출발을 하는 신랑과 신부에게는 제일 잘 들어 맞는 것 처럼 보였을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연세가 더해지면서도 가끔 장모님은 그 때, 그 결혼식 때 불렀던 ‘저 좋은 낙원이르니’를 다시 부르시면서 환하게 웃으시곤 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저는 이즈음, 그 옛날 햇내기 목사님이 잘 모르고 골랐다고만 생각했던 결혼식 찬송가에는 인생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깊은 신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는 하나의 통과의식은 인생살이에서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닐까? 이 찬송을 부르던, 저 성서를 읽던 모든 것은 ‘삶과 죽음’ ‘시작과 마침’의 순환이고 연속이 아니겠는가? 결혼식과 장례식은 모두 다 하나의 시작과 마침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동일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또 무엇이 끝났나 싶으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웃음 속에도 울음이 있고, 울음 속에도 웃음이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모든 인생살이는 단절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생살이는 개별적이거나 독립적인 것이 아닙니다. 인생이란, 이것과 저것, 저것과 이것이 이어지고 연계되는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 실패와 성공, 세움과 무너짐, 무너짐과 세움, 만남과 이별, 이별과 만남, 장례식과 결혼식, 결혼식과 장례식, 출생과 죽음, 죽음과 또 다른 출생 – 인생이 마침내 하나로 보여질 때 우리는 비로소 조금씩 철이 든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집 안에서 보면 이것과 저것이 다른 것 같지만, 집 밖에서 보면 그것이 그것입니다. 지구에서 보면, 이 나라 저 나라, 이 민족 저 민족, 이 사람 저 사람이 달리 보이지만, 우주에서 보면, 하늘에서 보면, 그져 모든 것은 다 하나입니다.
일찌기 이미 결혼식 때 장례식도 함께 치루셨던 어른들을 생각하면서, 이 땅에서의 그날 그 장례식 이후 이어졌을 것 같은 영원한 결혼식도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