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07) _ 2월 16일
“SKY를 떠난 젊은이들”

몇주전 자칭 호주를 대표하는 신문이라고 하는 ‘××일보’ 에는 한국에서 가장 일류라고 하는 S대학교 동창회 호주지부 이야기를 지면 전체를 할애하여 아주 크게 보도하였습니다. 그 대학 출신들이 호주에는 얼마나 되고, 또 그들이 한인회장 등 여러 단체에서 얼마나 크게 활동해 왔는지를 알리는 홍보성 기사였습니다. 꼭 한 대학의 동창회지 같은 내용을 그렇게 까지 크게 편집하여 실은 신문사의 의도와 속내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공공성을 지닌 매스 미디어가 이런 식으로 신문을 편집, 제작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차별의식과 학벌주의를 부추길수 있는 위험성과 역기능이 있다고 봅니다.
혼자서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10여년 전, 대학과 학벌주의에 대한 반항과 거부 운동에 앞장섯던 몇몇 젊은이들 생각이 나서 구글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 김예슬씨는 2010년 3월, 고려대학교 3학년 때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나는 오늘 이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나는 오늘 이런 대학을 거부한다”는 제목하에 대학은 물음도 없고 대답도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고 부르짖으며 자신은 이제 스스로 이런 대학을 버림으로 진정한 큰 배움의 세계로 나아가고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후 그는 반핵운동을 비롯하여 노동자 인권운동 등 각종 사회운동에 몸담아 오다가 지금은 국내외 나눔운동을 펼치는 “나눔문화” 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유윤종(필명은 공현)씨는 2011년 10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에 재학 중 대학이 학벌주의 온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비판하고, 소위 일류대학이 어떻게 모든 한국의 청소년들을 한줄로 줄세워왔던지를 통열하게 비판하며 스스로 자퇴를 선언했습니다. 그 후 그이는 오늘 까지 꾸준히 대학입시 폐지운동을 이어 오면서 대학이 청소년들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현실과 투쟁해 오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최초로 여호와의 증인 교인이 아닌데도 오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을 일으키며 1년 4개월이나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 장혜영씨는 같은 2011년 11월 불과 졸업을 3개월 앞두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말에 자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4년 내내 장학생으로 공부해 왔습니다.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붙였던 그의 “공개 이별선언문”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 대학의 교훈에 따라 진리가 나를 자유케했습니다. 나는 진리를 따라 학교를 떠나 학교 보다 더 참된 진리를 찿아갑니다’ 그후 그는 장애인 동생의 자립 다큐멘타리인 ‘어른이 되면’을 만들면서 한국사회에서의 장애인 인권운동을 이어오다가 최근엔 정의당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 그 당의 대표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사건으로 인하여 널리 알려졌습니다. 최연소 국회의원 장혜영씨는 말합니다. “정치란 끝없이 슬퍼하며 동시에 분노하면서도,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갈 힘을 남겨두는 일입니다”
물론 이들 외, 다른 대학에서도, 뜻있고, 사려깊고, 용기있고, 고뇌하던 젊은이들이 많이 대학 거부운동에 동참했습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학벌주의와 집단주의에 항거하며 작은 몸짖이라도 해온 ‘내일의 희망들’ 입니다. 사실 이들의 마음 밑바탕에 자리한 보편적 인권, 진정한 자유, 아름다운 나눔의 실천들은 지금도 우리 마음을 잔잔하게 두드립니다.
뿌리 갚은 서열문화와 사농공상 같은 차별적 전통이 주도권을 잡아온 우리네 한국사회에서는 어디에 가서 산들, 이를 이겨내가가 쉽지는 않습니다. 비교적 호주 같이 서민적 평등주의 (Egalitarian Society)를 어느 정도는 보여주고 있는 사회에 와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이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도, 그 대학, S대학 출신들은 우리 사회의 지성적 엘리트가 많은 학교이니까, 더 기대하게도 되고, 좀 더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서 써본 것입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