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30)
바이칼 호수에서 들리는 소리
실뱅 테송 (Sylvain Tesson)은 프랑스 출신의 뛰어난 여행작가이며 엣세이스트 중 한 사람입니다.

그가 쓴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임호경 옮김, 까치, 2011, 제가 읽은 책은 2015년 3쇄)는 그가 2010년 6개월 동안 바이칼 호수의 북쪽 삼나무 숲속의 작은 통나무집에서 살면서 쓴 일기식 ‘은둔의 기록’ 입니다. (코로나로 강제적 은둔의 삶을 이어가는 인문학 친구들도 이럴 때 한번 읽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공간을 차지하면 강자가 되지만, 시간을 차지하면 자유인이 됩니다.
* 자연은 자연이 주는 혜택 때문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대로 사랑해야 합니다.
* 지금 세상은 창기가 따로 없습니다. 모든 산업은 물론, 전에 우리가 한때 거룩한 곳이라고 불렀던 곳도 다 몸과 영혼을 사고 팔고 있습니다.
* 세상엔 고독 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없습니다.
* 고독은 모든 상처에 바를 수 있는 진통제입니다.
* 우리는 고독해 질 때 드디어 하느님과 우정을 맺을 수 있습니다.

* 사람을 오랫동안 만나지 않고 지내다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가 사람인 줄을 모르게 됩니다. 옛날 사막수도사들도 갑자기 방문객이 나타나면, 마귀가 왔다고 소리지르곤 했습니다.
* 시간에 대해 우리가 지켜야할 예의는, 그냥 왔다가 그냥 가게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양심과 마주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술에 취하곤 합니다.
* 숲 속은 자기 양심을 만나기에 아주 좋은 장소 입니다.
* 진정한 사랑이란 나와는 다른 것, 다른 사람, 다른 문화, 다른 전통과 역사, 그리고 내가 살아온 땅과는 다른 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와 같거나 비슷한 것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노동조합에서 하는 노동쟁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 목표와 목적이 줄어들거나 없어져야지 삶에는 더 많은 의미가 생겨납니다.
* 인간이란 무슨 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 부터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하루 하루 악해지기 시작합니다.
* 인간은 그가 사는 장소로 인하여 바뀌는 존재가 아닙니다. 수백억 짜리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해서 고상하고 거룩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 자신의 처지가 어떠하다고 해도 자신은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행복하고,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불행 합니다.
* 똑같이 눈발이 쏟아지는 장면 앞에서도 그들은 달리 말 합니다.
불교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내일은 오늘 보다 좋을 것’이라 하고, 스토아학파에서는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하고, 허무주의자들은 ‘모든 것이 다 덮혀버렸으면 좋겠다’고 하고, 무신론자들은 ‘이 모든 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고 말 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 합니다.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장작을 패야겠군!’

* ‘여성의 날’은 남자가 여자에게서 신용을 회복하려고 노력 좀 하라는 날 입니다.
* 입장 할 때는 그냥 무료로 들어가게 해 주고 퇴장할 때 ‘퇴장료’를 받게 하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요?
* 나는 아무도 없는 이 숲 속에서도 하루 한번은 정장 차림으로 식탁에 앉아 식사 합니다.
* 누가하는 말을 듣던, 누가 쓴 글을 읽던 아무 대꾸도 하지 마십시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사실 모든 대꾸나 대화는 싸움을 유발할 자료가 됩니다. 침묵 가운데서 그냥 듣고, 그냥 읽고, 자기 자신과만 이야기 하십시오. 바이칼에 들어올 때 나는 모발폰이나 컴퓨터를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쓸 수 없는 것들 입니다. 다만 읽을 책들만 몇권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사람 소리를 듣지 않으니 하느님이 나타나고 그 분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참고 : 이 책 29-32 쪽에는 실뱅 테송이 만든 이상적 독서목록이 나와 있습니다.)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