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41) 중에서 _ 7월 29일자

“이 무슨 술주정 같은 소리냐?”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아는 커피의 종류만해도 참 많습니다. 비엔나 커피, 에스프레소, 아이리시 커피, 라떼, 카푸치노, 모카, 아라비카, 아메리카노, 마키아또, 플렛 화이트, 카페오레 등등 참 커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아침에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 마다 제 아내는 저를 ‘친미파’ 라고 부르며 자기는 ‘친한파’ 라고 합니다. 저는 주로 weak long black인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자기는 한국의 세계적 개발품인 믹스 커피, 그것도 유명 연예인의 얼굴이 그려진 국산품 애호가니까, 그리 부른다는 겁니다. 그러다 농담이 진해지면 믹스 커피 애호가는 애국자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저는 매국노로 까지 확전이 되곤 합니다. 은퇴자들이 카페에 함께 가서 커피를 마실 때도 카푸치노파, 라떼파, 아메리카노파가 따로 따로 앉자고 하는 이가 있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도 그룹이나 파가 다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선시대의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부터 구한말의 개화파, 훈구파, 친러시아파, 친서방파를 거쳐 해방 후의 좌익, 우익의 피비릿내나는 싸움, 그리고 이어진 호남이냐, 경상도냐, 38 따라지냐를 지나 지금도 진보냐, 보수냐, 친미냐, 친중이냐, 친일이냐로 여전히 내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생각해보면 파, 분파가 많다는 것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색갈의 다양함은 세상을 아름답게하고, 음식이나 음료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맛의 세계를 풍성하게하고, 생각이나 의견의 다양성은 세상을 더욱 더 발전시킵니다. 무엇이든 하나 보다는, 여럿이면 선의 경쟁과 토론을 통하여 우리네 삶을 살찌게해주기 때문입니다. 모두 똑같이 냉면이나 자장면이나 카프치노로 통일하면 재미도 없고 발전도 않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무엇이든 통일해서 하나가 되는게 선하고 좋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는 선입관입니다. 파가 많은 것은 분쟁이고 대립이며 갈등일뿐 이라는데 머물러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 지상주의자들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같은 파들 끼리, 똘똘 뭉쳐서 자기들 끼리만 모든 것을 독식, 독점하고 다른 파는 짖눌러버리고 없애버릴려는 데 있습니다.
요즘 한국사회는 그게 너무 심해져서 안타깝다 못해 겁이 날 정도입니다.
소설가 김훈선생의 말대로 ‘이 무슨 술주정인가!’ 싶습니다.
파벌없는 사회, 파벌없는 시대는 없습니다. 교민사회도, 종교나 사회단체도 다 파벌이 있고, 또 그 파벌의 다양성 때문에 균형과 조화를 만들면서 발전해 갑니다. 모든 걸 다 두둘겨 부셔서 하나로 만드는 것은 전체주의로 가는 겁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 조정, 균형을 이루는 것은 하나의 예술입니다.
자꾸 어느편이냐, 어느 파냐 묻는 것은 그야말로 술주정입니다.
이해와 관용, 포용과 사랑 !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