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61)
성전 보수중
남편이 살이 빠졌다. 객관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에 비해 날씬한 몸매는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호주생활의 피로가 한꺼번에 온 듯 하다. 이제 우리도 몸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접어 든 것이다. 그동안 살기에 바빠 건강에 너무 신경쓰지 않고 지내오긴 했다. 밤 늦게 일을 마치고 자정이 넘어서야 들어오는 생활로 인한 피로의 누적, 부족한 잠과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으로 남편의 몸이 먼저 지쳐 버렸다. 얼마나 내가 무심한 아내 였는지 새삼 실감하는 순간 이다. 그런 나여서 일까? 얼마 전 자동차 와이퍼를 바꾸러 간 남편이 실수로 “와이프 바꿔 주세요” 했다며 한참이나 웃은 적이 있다. 그렇게 웃긴 했지만 실수일까 진심일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사정으로 엄마와 아내 생활을 잠시 무시 하고 지내던 나는 퇴근하고 돌아와서 저녁 밥상만은 제대로 차려주리라 새롭게 다짐했다. 나 또한 일하고 들어오면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 싶은게 간절한 소망이지만 우리는 부부이며 친구이자 평생을 함께할 동역자 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안부를 물을지라도 옆에서 도와줄수 있는 단 한사람이라면 나밖에 없지 않은가. 바로 그날 이후 각종 자료들을 취합하여 남편에게 좋은 식단을 구성해 보기로 했다. 왕년에 점장까지 한 영양사 아내의 솜씨를 보여주리라 생각하며 준비한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제일 먼저 바꾼 것은 흰 쌀밥이다. 현미와 보리, 검은콩과 녹두, 적두 등의 잡곡으로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맘 잡고 엄청난 잡곡밥을 한 첫 날. 밥이 다 되었다는 밥솥의 통보를 받고 열어본 안에는 그야말로 대단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람이 말로는 ”엄마! 지옥의 밥이야?” 라고 할 정도로 무서운 모습이었다. 하얀 쌀은 존재조차 없고 무섭게 큰 콩덩어리와 거무튀튀한 잡곡들의 혼합으로 쉽게 수저를 들수 없게 위화감을 주었다. 충분히 불려서 밥을 했지만 역시 입어 넣으니 조금 깔끄럽다. 국에 말아먹기 좋아하는 하람이도 “엄마…나 하얀 밥 먹을래…왜 이런 밥 먹어?” 라고 자꾸 묻는다. 재미 없는 엄마는 거두절미 하고 “아빠 때문에 먹어야해” 했더니 “응” 역시 조금은 재미없는 하람이의 심플한 대답. 그 후로 우리는 매끼 무서운 밥을 먹고 있다. 물론 잡곡의 양을 조절하긴 하지만 말이다. 동시에 밥그릇의 크기를 줄이고 천천히 먹는 식습관을 들여 과식을 방지 하도록 했다. 워낙 머슴밥에 익숙했던 우리인데 우아하게 작은 그릇에 먹을려니 만족이 안 되는게 솔직한 심정이긴 하다. 그 다음은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다. 진한 양념과 염분을 포함한 건어물이나 가공식품, 염장식품, 절임, 찌개류의 섭취를 줄인다. 늘 쥐포나 오징어를 입에 달고 살던 남편을 보고 나는 늘 못마땅해 “왠 오징어가 우리 집에서 살지?” 하며 농담하곤 했는데 어쨌거나 다 못먹게 되어 버린 것이다. 젓갈류를 좋아하는 우리가족. 하람이도 반찬이 없을 땐 새우젓을 찾는다. 참기름이랑 파를 송송 썰어 살짝 물에 헹군 새우젓에 넣어 함께 무치면 한 끼 반찬으로도 나름 괜찮다. 그런데 가끔 그런 하람이를 보며 사람들은 자린고비 집안이냐…무슨 새우젓을 애 반찬으로 주냐고 하시는데 하람이가 원해 가끔 주는 것이니 이해 하시길. 삼겹살에도 쌈장보다는 반드시 새우젓을 찾는 하람이니 말이다. 그런 자극적인 반찬들 대신, 순하게 버무린 숙주나물이나, 쌈장을 연하게 만들어 삶은 브로컬리와 다시마, 데친 양배추 등을 함께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 그때 그때 나오는 제철 채소를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이며 밥 먹기전 토마토나 과일등을 먼저 섭취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말이 쉽지 이렇게 늘 먹는 다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가끔씩 신선하고 입맛 돋구는 나물이나 쌈 야채등을 별미로 먹는 것은 좋지만 그것만 먹기에는 세상에 널린게 음식인데 TV에서 라면 끓여먹는 영상만 나와도 가슴이 설레이지 않는가. 그래서 이때 주부의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오늘은 흰살 생선을 통마늘과 함께 쪄낸다. 다음 날에는 갖은 야채와 닭가슴살을 볶는다. 재료가 신선하면 특별한 양념도 필요 없는 법이다. 고린도전서 3:16-17절에「너희가하나님의성전인것과하나님의성령이너희안에거하시는것을알지못하느뇨. 누구든지하나님의성전을더럽히면하나님이그사람을멸하시리라.하나님의성전은거룩하니너희도그러하니라.」란 말씀이 있다.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우리 몸은 하나님께서 사시는 터전, 즉 우리가 하나님을 모시고 범사에 그를 인정하며 하나님과 동행하여 살면 우리의 몸이 하나님이 사시는 거룩한 터전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하나님께서 거하신다면 우리는 거룩한 몸이 되는데 우리가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을 잘 관리 하지 못하여 하나님이 사시는 성전을 더럽히게 된다면 어떨까. 물론 이것은 영과 육을 다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바울 사도가 하나님이 사시는 너희 몸을 거룩하게 하라 한 것이다. 내 것이 아닌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인 우리. 예수님의 피 값으로 사신 몸과 마음을 주님 보시기에 아름답고 정결하게 관리 하는것도 이 사순절 기간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 중 하나이다. 밤 늦게 일을 끝내고 들어 온 남편. 갑자기 부엌에서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허겁지겁 방에서 뛰쳐나갔더니 “안 자고 뭐해?” 하며 남편이 깜짝 놀란다. “지금 뭐 먹을려고 했죠?” 했더니 살짝 뭐라고 얼버무린다. “뭔지 모르지만 그냥 씻고 자요. 밤에 먹으면 다 살 된다는 거 몰라요?” 그리고 다음날 새벽 또 다시 전자레인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급하게 일어나 나갔더니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하람이가 먹는 레인보우 씨리얼에 식빵 두 조각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은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나를 보더니 식겁한다. 휴…우리 집 두 남자들 때문에 나의 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잠 귀는 밝아 지는구나.
박은정 사모(시드니우리장로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