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의 특별기고

행복한 부부는 대화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사랑을 지키는 부부 대화의 네 가지 원칙
많은 부부들은 결혼 생활이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우리는 성격이 너무 달라서 안 맞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부부관계 연구자인 존 고트만(John Gottman) 박사는 수십 년 동안 수천 쌍의 부부를 연구한 결과,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고트만 박사는 이혼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네 가지 위험 요인을 **비난(Criticism), 모욕(Contempt), 자기변명(Defensiveness), 그리고 대화의 단절 또는 도피(Stonewalling)**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네 가지를 ‘결혼 생활의 네 기사(Four Horsemen)’라고 부르며, 이러한 대화가 반복될수록 사랑은 조금씩 무너지고, 부부는 정서적으로 멀어지며 결국 우정과 친밀감까지 잃게 된다고 말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부부를 만나며 느끼는 사실도 같습니다. 부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대화입니다. 반대로 사소한 말 한마디가 깊은 상처가 되어 오랫동안 관계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결국 부부관계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건강한 부부 관계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네 가지 대화 원칙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불만은 말하되 상대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불만을 표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관계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행동에 대한 불만을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바꾸는 순간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개를 키우자고 해서 “돌보는 일은 모두 내가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마당 곳곳에 개 배설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여보, 마당에 개똥이 그대로 있네요. 당신이 혼자 다 치우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래서 내가 속상해요.”
이 표현은 약속을 지켜 달라는 요청입니다. 문제는 ‘개똥을 치우지 않은 행동’이지 배우자의 인격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당신은 원래 무책임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믿지 않았어요.”
이 순간 대화의 초점은 행동에서 인격으로 옮겨갑니다. 배우자는 자신의 잘못보다 자신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결국 비난과 자기변명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행동은 지적할 수 있지만 사람 자체를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당신은”보다 “나는”으로 시작하십시오.
대화는 첫 문장이 매우 중요합니다. “당신은 항상…”, “당신은 왜…”라는 말은 상대방의 방어 본능을 즉시 자극합니다.
반면 “나는…”으로 시작하면 자신의 감정과 필요를 전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잖아요.” 라는 말보다, “나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것 같아서 많이 지치고 힘들어요.” 라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I-Message(나 전달법)’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방어하기보다 공감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부부는 서로를 이기기 위해 대화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대화하는 관계입니다.
셋째,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십시오.
많은 부부는 배우자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합니다.
“그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잖아.”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 알지 못합니다. 배우자는 우리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며 이해해 가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부엌을 왜 이렇게 어질러 놨어요?” 보다는, “부엌에 있는 당신 물건만 제자리에 정리해 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분명합니다.
또, “아이들도 좀 봐 주세요.” 보다, “미안하지만 기저귀 좀 갈아주고 우유도 먹여줄 수 있을까요?” 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요청은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늘립니다. 기대를 추측하게 하지 말고 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대화의 시작입니다.
넷째, 부정적인 표현보다 긍정적인 표현을 선택하십시오.
사람은 비난보다 인정과 격려에 훨씬 더 잘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요즘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대신, “예전에 토요일 저녁마다 둘이 함께 외출했던 시간이 참 행복했어요. 그때 당신과 함께 있으면 정말 즐거웠어요. 이번 주말에 다시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어요.” 라고 말해 보십시오.
같은 요구이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긍정적인 대화는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상대방이 즉시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응에 맞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계속해서 존중과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사랑은 대화 속에서 자라고, 대화 속에서 무너집니다.
결혼 생활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없느냐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입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며 배우자를 바꾸려 한다면, 비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지라도 건강한 친밀감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강요를 통해 얻는 만족은 결국 상대방의 희생 위에 세워질 뿐입니다.
반대로 서로를 존중하며 말하고, 비난보다 이해를 선택하며, 공격보다 공감을 선택하는 부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은 신뢰와 친밀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행복한 결혼은 특별한 사람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의 대화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작은 선택이 모여 행복한 결혼을 만들어 갑니다.
오늘 배우자와 나누는 한마디가 두 사람의 내일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거창한 선물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서미진 박사
(호주카리스대학 부학장, 호주한인 생명의 전화 원장)
